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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많은 고추를 어찌할꼬(수정본)    
글쓴이 : 이창원    14-02-02 01:58    조회 : 8,038
<이 많은 고추를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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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농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뒷산 텃밭에서 풋고추를 엄청나게 많이 땄다.
모두 열다섯 포기 밖에 안되지만 수확을 하지 않고 그냥 썩게 놔둘 수도 없어 매 주 한 번씩 수확을 하곤 한다. 이번 주말 텃밭에 가면 또 두세 봉지 정도 따 와야 한다.
이놈들은 왜 이리 빨리 자라는지 주말마다 수확하지 않으면 너무 크게 자라고 껍질이 딱딱해져 먹기에도 불편할 뿐만 아니라, 벌레 먹은 놈, 병에 걸려 썩어 떨어지는 놈, 빨간색으로 익어가는 놈들도 있어 마지못해 매주 거둬들여 와야만 한다.
가지도 주렁주렁 참 많이도 열려 집사람이 그만 따오라고 소리치긴 하지만, 기름에 데쳐 먹으면 우선 맵지를 않으니 많이 먹을 수 있고 보라색 건강 생각하면 지겹더라도 소화할 수 있는데 고추는 영 줄어들지를 않는다.
 지난봄, 텃밭에 매운 청양고추 5포기, 안 매운 고추 10포기, 가지 15포기를 각종 채소랑 같이 심었었는데 아직도 죽지 않는 고추가 이젠 원망스럽기도 하다.
채소 심은 곳은 이미 김장배추와 무로 바뀌었지만 죽지 않는 가지와 고추는 아직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내가 얻은 텃밭은 본디 논이었으나 지금은 밭으로 이용하고 있다. 예년엔 여름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물 빠짐이 좋지 않아 고추는 다 죽어 나갔었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살아 있는 모양이라며 이웃 텃밭 꾼들과 얘기하곤 한다.
 
 고추도 다년생 나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십몇 년 전 창원에서 살 때, 마산 모 성당의 신부님이 겨울에 고추를 화분에 옮겨 심어 기르고 계셨다. 원래 고추는 열대지방 다년생 작물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추위 때문에 얼어 죽는다고 하셨다. 따뜻한 방에 옮겨 놓고 키우고 계셨는데 그때는 단순히 신부님의 독특한 취미라고만 생각했었다.
 
 내 텃밭에서 자란 채소와 고추, 가지들은 모두 무농약으로 길렀다. 한약재나 양파즙의 찌꺼기를 얻어 일 년 여 정도 비료 포대에 넣어 썩힌 다음 냄새가 은근할 때 뿌려 준 것이 전부다. 이들을 퇴비와 함께 뿌린 후 일주일 정도 햇빛에 펼쳐 두면 냄새 없는 훌륭한 비료가 된다. 가끔 벌레들이 보이면 젓가락으로 벌레를 잡아주고, 병이 들었다싶으면 한 두포기일 때 잎을 자르든지 미리 뽑아 버렸다. 농약 재배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했기에, 또 나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내 텃밭에 농약은 없다. 또한 화학비료도 주지를 않았다.
 어느 해 쌀쌀한 늦가을, 직원들과 같이 깻잎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 농가에 농촌일손 돕기를 갔었는데 모두 다 하우스 안에서 5분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주인 보기가 미안해서 '이놈들이 일하기 싫어서 그런다'며 핀잔을 준 다음 내가 들어가 봤더니 눈에 보이는 광경에 기절할 지경이었다.
세상에!
깻잎이 농약을 먹어 초록색이 아니라 거의 모두 하얀색이었다. 하얀 분말 가루가 깻잎을 두껍게 덮어 본래의 초록 색깔은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새하얀 농약을 먹은 깻잎을 바람도 통하지 않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한 잎 한 잎 따려니 그 고충이 말로 표현 못 할 지경이었다. 나 역시도 농약 냄새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고 눈이 따가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튀어나와 버렸다. 그 이후로 횟집, 특히 겨울에 가면 깻잎을 먹지 않는다. 겨울 횟집에서 나오는 벌레 먹지 않은, 모양 좋은 깻잎은 그 재배 과정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가 양 문 냉장고, 김치 냉장고, 냉동겸용 냉장고에 가득하고 아직 못 들어간 놈들은 식탁 근처 바닥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아마 커다란 비료 포대에 담으면 한 포대는 훨씬 넘을 거다. 이놈들이야말로 농약 근처에도 안 가본 놈들이라 열심히 이웃들에게 나눠 줘 보지만 이웃도 귀찮아하는 것 같아 이제는 주기도 미안하다.
손자 손녀가 아직 어려 매운 음식을 못 먹으니 찌개나 국에도 넣지를 못하여 혼자 매 끼니 열심히 먹어 보지만 한계가 있다. 잘해야 서너 개 정도 먹고 주말에 또 한 봉지 수확해오니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간다. 그러다가 정말 매운 청양고추라도 한 입 먹게 되면 며칠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집사람이 간장 장아찌도 담아 줘 끼니때 마다 열심히 땀 흘려 가며 먹고 있지만 줄어들 기색이 없다. 그렇다고 고추를 말려 김장용으로 쓰기에는 양이 턱없이 적을 뿐만 아니라 태양초를 만들려고 해도 일단 쪄서 말려야 한다니 하는 방법도 모르거니와 도시 아파트에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지지난 주 부모님 제사 때 시골 큰 형님댁에 갔었는데 형수님은 풋고추에 풀을 먹여 말린 다음 기름에 튀겨 놓아 참 맛있게, 많이 먹었다. 집사람보고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보라고 했지만 할 줄도 모르거니와 일손이 많이 가고 맛도 없을 거라며 미리 발뺌을 한다. 하긴 집사람은 누가 맛있는 것 만들어 놓으면 먹기만 좋아 할 뿐 만들기는 잘 못한다. 내가 텃밭에서 키운 무농약 배추로 김치 하나만큼은 전라도 음식 못지않게 잘 담그지만.
 별 수 없이 직장 때문에 주중 나 혼자 사는 자취방으로 한 봉지씩 가져와 먹기도 하고, 또 한꺼번에 많이 먹는 방법을 궁리해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냉장고 안에서 말라만 가고 있다.
이 많은 고추를 어찌할꼬.

정혜선   14-02-04 06:14
    
선생님, 명절 즐겁게 보내셨지요?
그동안 쓰셨던 작품들을 개작하셨네요.
여러 번 수정하다보면 기량이 훨씬 좋아진답니다.
선생님의 글은 대부분 일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고요,
거기에 어떤 메세지를 담아내야 수필로 완성되는 거지요.
이 글감을 통하여(소재)
독자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주제),
어떤 식으로 배열해야 효과적인가(구성)를 유념하시면
훨씬 새로워질 것 같아요.
저는 머릿속에 번호를 매기며 읽었습니다.
1) 농촌 일손돕기에 가서 농약깻잎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2) 그래서 텃밭을 일궈 무공해 채소를 재배하기로 했다.
  화학비료도 쓰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정성을 쏟았다.
3) 고추 수확이 엄청나서 처치곤란이다.
4) 해결방법이 없을까?

꼭 이 순서로 쓰시라는 게 아니라
다소 산만하고 반복되는 내용이 있어서 나름대로 정리해본 거예요.
앞으로 그런 식으로 뼈대를 세워놓고 쓴다면 수월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벌레 먹은 놈, 썩어 떨어지는 놈,  놈, 놈 하는 모습에서 그 심정이 잘 읽혀집니다.
관리사무소에 부탁해서 방송이라도 하지 그러셨어요.
무공해 고추 공짜로 갖다 먹으라고 하면 얼씨구~할 것 같은데...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이창원   14-02-04 14:24
    
그렇군요^^
구성하는 버릇을 들여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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