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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군침을 흘리는 이유(수정본)    
글쓴이 : 이창원    14-02-02 01:41    조회 : 6,620
내가 군침을 흘리는 이유(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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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혼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있을 큰 사위를 불러 양재천으로 걷기운동 하러 나갔다. 맑은 하늘에 햇볕이 좋았지만, 찬바람이 매섭다. 모자와 장갑, 그리고 옷을 단단히 입었는지라 코끝은 시리지만 빠르게 걸으니 금방 몸이 더워진다. 강에는 주먹만 한 예닐곱 마리의 새끼오리들이 한가로이 놀다가 사람이 다가가니 풀 속으로 숨어 버린다.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길에 앉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요즘 비둘기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은커녕 먹이를 얻어먹기 위해서인지 날아가지도 않는다. 강가의 갈대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한 떼의 참새들이 후루룩 날아간다.
 
 어릴 때 시골에서 아버지와 참새 잡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취미로 사냥을 자주 다니셨는데 호랑이를 잡은 적도 있었고, 노루, 산돼지, 토끼, 꿩, 오리 등 종류도 다양했다. 큰 형, 작은 형뿐만 아니라 나도 사냥을 참 많이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반찬이 없으면 새벽 잠자는 아들 중 아무나 깨워 뒷산 가서 꿩 한 마리 잡아 오라고 엽총을 들려 내 보내기도 하셨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 저녁때면 아버지는 아들들을 데리고 자주 참새 잡으러 가곤 하셨다. 저녁 해 질 무렵, 들판에서 벼 이삭을 먹던 참새들이 모두 대나무 숲으로 모여들면 대나무밭은 그야말로 참새들의 지저귐에 귀가 따가웠고 비둘기도 질세라 같은 숲에 잠자리를 찾아든다. 아버지가 대나무 숲 근처에서 엽총으로 숲을 향하여 한 방 쏘면 참새들이 우수수 떨어지곤 했다. 실탄에 맞아 떨어지는 놈, 놀라서 떨어지는 놈, 옆 친구가 떨어지니 덩달아 같이 떨어지는 놈 등 비 오듯 떨어지는 참새들을 구경나온 동네 아이들과 같이 얼른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망태기에 주워담았다. 조금 늦어지면 정신 차린 참새들이 다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동작이 빨라야 했다.
 
 
 저녁엔 으레 참새구이를 해 먹었었는데 껍질을 벗기고 굵은 소금을 뿌려 숯불에 구워 머리까지 오도독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발갛게 드러난 가슴살은 또 어떤가. 뼈도 강하지를 않아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옛날 포장마차에서는 참새구이를 참 많이도 팔았었는데 어느새 메추리구이로 바뀌더니 요즘은 그마저도 구경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큰 형네로 설 쇠러 가곤 했었는데 동생의 산탄총을 가지고 같이 비둘기 사냥을 간 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산비둘기들이 들판으로 내려와 보리밭을 파헤치던지 추수 끝난 논에서 벼 이삭을 주워 먹든지 한다. 또 전깃줄에 앉아 저물어 가는 겨울 저녁 해를 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놈들을 노린 것이다.
 
 동생은 요즘 시골 인심이 워낙 야박해서 총을 들고 사냥을 하면 금방 지서에 신고해 버린다며 동네 안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말고 주민들의 눈에도 띄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린 차를 타고 천천히 농로를 운전하다가 보리밭에서 먹이를 주워 먹고 있는 비둘기를 보면 차 안에서 총을 쏘곤 했다. 또 전깃줄에 앉아 노는 비둘기 보고도 한 방 쏘고, 너무 멀면 밭두렁에 몸을 숨기고 살살 기어가 얼른 한 방 쏘고 주워 오곤 했다.
 
 참새만큼 오도독 씹는 맛은 없지만, 비둘기 숯불구이도 별미이다. 산책길 후루룩 날아가는 참새들과 발아래 날아온 비둘기를 보고 내가 군침을 흘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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