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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수는    
글쓴이 : 문경자    12-07-01 13:27    조회 : 4,278
                                                      응수는
                                                                                             문경자
 
  응수네 집은 언제나 동네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열려 있다. 내가 고향에 갈 때도 미리 전화로 알리고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올 봄에 고향 어른들을 뵙기 위해서 아제 집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귀염둥이 응수는 올해 4살이 된 아기다. 아빠는 조각가이고 엄마는 간호사 일을 하고 있어 친 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다. 4년 전 아제네 집에 갔을 때 한 달이 된 응수를 처음 만났다.
 
  반듯하게 잠을 자고 있는 아기를 들여다보며 이것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 태산 같다, 하며 한숨을 쉬는 모습에 그림이 눈앞에 그려졌다. 농사일이 시작되면 한 사람은 아기에게 매달려 있어야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손은 갓 피어난 아기 고사리 같고 몸집은 베게 만큼 작았다. 우리 아이도 저만 했을까!
눈썹이 약간 움직이더니 눈을 뜨고 입을 오물거린다. 작은 젖병을 입에 대주니 힘있게 빨아 먹는다. 엄마의 품속에서 먹어야 할 젖을 혼자 누운 채 먹고 있는 아기는 금방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응수야, 많이 자고 일어나야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던 응수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을 만큼 자랐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어렵지만 그래도 식식거리며 어른들과 겸상을 해서 먹는다. 응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상에 놓인 음식 중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을 한 입 갖다 먹는데 반은 흐르고 반은 입으로 들어간다. 그것을 보고 있던 할아버지는 큰 소리로 “응수야, 흘리지 말고 묵어라.” 고 하지만 응~~응 하며 눈웃음을 치니 그냥 안 넘어 갈 수 없는 귀여운 아기다. 밥알이 볼테기에 붙어 있고 김을 먹은 입 주위에는 기름이 번지르르 하여 그것을 닦아주며 할머니는 응수에게 주의를 준다. 응수는 할아버지에게 안겨 재롱을 떨며 할아버지는 “인제 그만해라. 아가 뭘 아나.”하며 응수 편을 들어준다. 기가 살아서 천방지축 날 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나면 간 밤에 일이 궁금하여 이웃들이 아제네 집에서 서로 인사를 하며 “응수야, 니 잘 잤나.” 하면 응수는 “응”하고 대답을 한다. 응 한다고 할아버지는 혼을 내며 “예” 하라고 가르쳐도 금방 잊고 다시 “응” 하고 어른들과 어울려 말을 주고 받으며 재미있어한다.
응수의 친구는 동네 어른들뿐 또래의 말 동무는 없다. 응수와 인사할 때 “응수. 밥 묵었나.” 하면 응수는” 밥 묵었다.”하는 순간부터 사투리 열전이 벌어진다.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너무 우스워 눈물이 났다. “응수야, 니는 유치원에 안가나?” 하고 물으면 “유치원 갈끼데이, 우리 아빠 책 보여줄끼다.” 하고는 문갑 위에 있는 작품이 실린 책자를 들고 와 방바닥에 펴놓고 “우리 아빠가 만들었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손뼉도 치고 침까지 흘리며 아빠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아따~~고놈 똑똑하다. 저거 아버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설명까지 하네. 크면 뭐가 되겠는데” 라고 말을 하였다.
“응수야, 너거 아버지 보고 싶나.” 하는 순간에 “나 아부지 보고싶다.” 면서 다리를 쭉 펴고 울면서 아버지를 부른다. 할아버지는 “응수야, 니 그라믄 밖에 쫒가낸다이.” 하는 말이 떨어지자 밖으로 나가 마루 끝에서 쉬 한다고 나가더니 바지를 반만 내리고 쉬이 하는데 고무줄이라 내리다 말고 고추가 그 속에 끼어서 하늘을 보고 싸버려 옷이 다 젖어버렸다. “응수 할매, 응수 오줌쌋다.” 하며 미리 큰 소리로 운다. 내가 얼른 나가 바지를 벗기니 고추를 손으로 가리고 작은방에 있는 서랍장을 열고 팬티와 바지를 꺼내 입혀 달라며 방안에 걸려있는 모자를 가리키며 “모자는 와 안 가지고 갔노. 아부지 보고 싶다. 고 운다.
 겨우 달래서 안방에 데리고 들어 갔다. 또 놀린다. “응수야, 니 옷에 오줌 쌋제. 밤에 고양이가 데꼬간다이.” “아이다. 오줌 안쌋다. 응수 할배, 고양이 없제.” 하며 할아버지한테 폭 안긴다.
 
  응수와 말을 하는 사람은 동네어른들로 팔순이 넘은 사람도 많다. 마을 회관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으로 공연도 한다.
  때로는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며 맞먹는다. “응수야, 오데가노.” “놀러 간다. 니는 오데가는데.” 하고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이 귀엽다며 더 많은 말을 시킨다. 친할아버지는 응수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언제 데리고 갈지 정해진 것도 없어 마음이 무겁다고 하였다.
 
  삭막한 어른들의 마음을 눈 녹듯이 녹여주니 응수가 보고 싶어 일부러 들렸다 가는 사람도 있었다. 동네서는 아기들 보기가 어려워 응수는 동네 스타가 되어있었다.
밤이 되어도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아 불을 끄고 할머니는 “밖에 고양이가 천지다.”하니까 응수는 “천지가 뭐꼬.”하며 묻는다. 답 대신에 웃고 아기 같은 마음으로 잠을 잤다.  
 
2011년 1월 합천신문
2012년 2월 영전초등학교 꿈 동산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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