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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쪼개지듯 붉은 살을    
글쓴이 : 문경자    12-11-13 11:29    조회 : 5,172
해가 쪼개 지듯 붉은 살을
 
                                                                                          문경자
 
  수박밭에 있는 원두막에 앉아 있으면 푸른 하늘에 구름이 손에 닿을 듯하여 도시의 고층 빌딩이 부럽지 않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 여름 방학 때였다. 매미는 덥다고 목이 터져라 울어대고 그 소리가 엄마의 자장가처럼 들려 입가에 침을 흘리며 잠을 자기도 하며 숙제도 하였다.
그곳엔 다른 여러 채의 원두막이 있어 고급 아파트보다 인기가 많았다. 손이네 원두막은 조금 낮게 지어져 기어서 올라가기도 하고 영식이네 것은 바람이 불면 춤을 추듯 흔들거렸다. 오래 앉아 있으면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에 비해 아제네 원두막은 고급스런 분위기며 기술적인 면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언제 여노?”하며 수박밭을 둘러보았다. 아제를 따라 가보았다. 한 낮에 그곳은 숨이 막힐 정도로 햇살이 강하며 계란이 익을 만큼 뜨거웠다. 고추잠자리는 하늘을 맴돌며 수박밭을 지나 날아갔다. 수박밭 고랑을 보니 초록색의 구슬만한 열매가 하얀 솜털을 하고 수줍게 달려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보다 좋았다. 수박은 쌍떡잎 식물로 넝쿨성 한해살이 풀이며 줄기는 길게 자라서 땅 위를 기며 가지가 갈라진다. 암수 한 그루이며 꽃은 5~6월에 연한 노란색으로 피고 잎 겨드랑이에 1 개식 달리며 화관은 5개로 갈라진다. 5~6kg이 보통이다. 꽃말은 ‘큰 마음’이다.
  수박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아제는 수박밭을 오가며 혹시라도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까 미리 밭고랑 수박 넝쿨을 정리해둔다. 그 때만해도 여름 한철 짭짤한 돈벌이가 되었으며 목돈을 마련하는데도 큰 몫을 했다. 아제는 작은 키에 이마가 약간 벗어져 수박이 해를 받아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애지중지 키운 수박을 따기 위해 허리를 굽혀 손가락으로 살짝 두들겨 본다. 그 속에 누군가가 암호를 보내는지 얼굴이 웃다가 찡그리다가 하였다. 잘 못하면 하늘에 있는 해가 쪼개지듯 붉은 살을 세상에 내놓는다. 어쩌다 손으로 튕겨 보다 깨진 수박은 우리들 차지였다. 지금은 사계절 수박을 먹을 수 있어 그때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
 
  차떼기로 수박을 팔고 다니는 뜨내기 수박장사들은 맘대로 가격을 정하여 팔았다.
시장보다 가격이 싸며 힘들게 들고 오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 “잘 익은 수박이 왔어요. 가고 나면 후회 말고 빨리 나와 골라 사가세요.”사람들이 몰려나와 수박을 하나 골라잡는다. 벙거지 모자를 쓴 수박장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람들이 사는 수박이 제일 잘 익었다며 귀를 간지럽게 만들었다. 잘 익은 수박을 하나 샀다. 반으로 잘라서 반쪽은 얼음에 미숫가루를 넣고 설탕을 넣어 화채로 만들어 먹었다. 나머지는 조각으로 썰어놓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누가 빨리 먹는지 시합을 했다. 껍질에 구멍이 날 정도로 먹어 치웠다. 수박 씨가 싫어서 먹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풋내도 났다.
  수박은 수분이 많고 단맛이 강하며 무더운 여름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대표적 과일이다. 수박은 꼭지부분의 줄기가 싱싱하고 줄무늬가 선명하여 두드렸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수박은 여름 과일 중 으뜸이라 했다.
여름 밤 귀신놀이도 재미있었다. 수박꽁지 쪽을 둥글게 오려내고 속을 다 파서 먹은 뒤에 수박껍질에다 눈 코 입을 만들었다. 그 속에다 촛불을 켜서 집 앞 고추 밭에 갖다 놓았다. 마루에 끝에 앉아서 보니 귀신이 불을 내 뿜는 것처럼 보였다. 지나가는 아이들이 무서워하였다. 귀신이다 하고는 울며 도망을 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
 
   5일장에 내다 팔 수박이 아까워 맛도 못 본 것을 서리 맞았다며 동네가 뒤집어 졌다. 원두막이 있어 밤 낮을 지킨다고 하지만 장난기 많은 아이들을 누가 당할 수가 있겠나. 원두막에서 주인이 졸고 있는 틈을 타서 손짓으로 신호를 보낸다. 공부 머리는 없어도 그런 머리는 천재였다. 마음만 먹으면 수박서리 참외서리 복숭아서리 등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이 되었다. 망을 보는 사람, 서리를 하는 사람, 밭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 밭에 한 발만 딛고 있는 사람에 따라 죄목이 달라지는 것도 어디서 들었는지 형사처럼 다 꿰차고 있었다. 머리가 비상한 아이는 반질반질한 이마에 얼굴은 깜부기처럼 까만 것이 눈은 모기 눈만하였다. 여자아이들에게도 수박을 몇 조각 주며 비밀을 지켜 달라는 시늉을 하며 손가락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대충 누구네 집 자식인지 수박서리를 한 작자는 천벌을 받을 것이라면 그 집 쪽을 쳐다보며 삿대질에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아제 동생 자야하고 수박서리를 하기로 하였다. 땡 빛이 이글거리는 밭 가운데 서서 망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에도 가슴이 쿵 하며 바스락 소리만 들어도 손 발이 오므려 졌다. 한 낮인데 매미는 낮 잠도 없나!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지 엄청 크게 울었다.
 수박 한 개를 땄는데 수박밭을 보니 훌렁 비어있는 느낌이 들었다. 자야는 수박을 주름치마에 싸서 뒤뚱뒤뚱 하며 얼굴에는 함박꽃이 확 피었다. 수박밭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쪼갤 수가 없어 앞에 있는 큰 바위에 수박을 퉁 하고 내리쳤다. 짝~~소리를 내며 깨어지는 순간 누군가 몽둥이를 들고 쫓아와서 혼 내는 상상을 하며 그것을 한 입 먹었다. 한 낮이라 뜨뜻한 맛이 별로였다. 이만한 수박이면 열명 정도는 맛을 볼 수 있는 양을 원 없이 먹고 나니 배가 수박만하게 불렀다. 자야는 앞니가 약간 나와있어 수박을 먹는데 안성맞춤이었다. 평소에는 불만이 많았는데 지금 표정을 보면 얼마니 다행인지 하고 눈웃음을 지으며 한여름 보약을 먹는 기분으로 배가 터지게 먹었다. 신나게 먹고 나니 수박 껍질이며 남은 것을 버리는 것도 걱정이 되었다.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한 끝에 두더지가 땅굴을 파는 것처럼 손으로 흙을 파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아팠다. 구덩이가 만들어져 그곳에다 집어넣고 풀을 뜯어 덮어버렸다. 썩어서 수박 냄새라도 나면 어떡하나 밤중에 산짐승이 나타나 이곳을 파헤쳐 놓으면 아제가 알게 되면 원두막에 오는 일도 끝장이었다. 아제 집 앞에 서있으면 온 몸이 간질거렸다. 맘속으로 아제, 용서 해주이소, 하고 빌었다.
 
 영농 법이 개량되어 비닐 하우스에서 온상 재배를 하여 원두막도 필요 없으며 비닐 하우스 안에 있는 수박 참외 등을 서리해서 먹을 수도 없다.
내 유년의 수박밭은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아제는 수박농사를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농작물을 제배하며 살고 있다.
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으며 글 한편을 써보고 싶다. 사랑하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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