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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알사탕    
글쓴이 : 문경자    12-07-01 13:08    조회 : 4,556
                                                추억의 알사탕
                                                                                         문경자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는 이른 아침에 열무를 뽑아 손질을 해서 읍으로 가지고 가서 좋은 값을 받고 판 돈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사신 뒤 내가 좋아하는 사탕을 사다 주시곤 했다. 그 중 단골 메뉴가 알사탕이었다.
   무명 치마 저고리에 동백기름을 바른 머리에 누런 빛이 나는 비녀를 꽂고 야무지게 치마끈을 허리에 동여 메고 나비가 날아 가듯이 사뿐이 마당을 지나 담 모퉁이를 돌아가는 뒷모습이 눈앞에 아롱거렸다.
 읍에서 돌아 오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사탕처럼 동그란 얼굴이 그려지며 입안에 침이 고인다. 몇 알의 사탕을 사가지고 오실까!
 
    단걸 좋아해서 사탕을 즐겨 먹었는데 과용 했을 경우에는 충치와 비만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사탕은 석기시대에 벌집의 꿀을 먹던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설탕이나 엿 따위를 끓였다가 식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굳힌 것이 알사탕 혹은 눈깔사탕인데 꽃 사탕은 여러 가지 색깔이나 무늬를 놓아 만든 사탕, 박하 향이 나는 박하사탕 등이 있다.
  박하 사탕은 요즈음 흔하게 맛을 볼 수 있는데 주로 고기를 구워 먹고 나오면   입가심으로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그냥 몇 개씩 주곤 한다.    
  옛날에는 수공업으로 만들었는데 사용된 도구들은 단순하고 조잡하였지만 차츰 기계가 개발 되어 공업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탕을 많이 먹어서일까, 어릴 때 충치 때문에 엄청나게 아파 울기도 하고 옆집에서 치약을 구해서 아픈 부위에 발라 놓기도 하였다. 발라 놓은 부위가 효과가 있었는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급할 때는 소금으로 양치를 하면 짠물이 목으로 넘어가 물을 계속 먹어 배가 볼록하게 나올 때도 있었다.
  
 앞마당에는 사탕수수 몇 그루가 있었다. 볏과의 다년초 인도 원산의 재배 식물로서 잎과 줄기는 옥수수와 비슷하며 높이는 2~6m로 줄기에서 짠 즙을 고아 사탕으로 만들었다. 줄기를 잘라 껍질을 벗기고 씹으면 단맛이 나오는데 씹고 남은 찌꺼기는 뱉어낸다.
  해가 질 무렵 동네 어귀에 읍으로 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머니도 오시 겠지 하는 생각으로 펄쩍 하늘 높이 뛰어 올라 보고 싶어진다. 동네 아줌마들은 “너거 엄마도 올끼다.”하면 “예.” 하고 목을 뽑아 멀리를 본다. 순간 “어머니” 하고 부르며 달려갔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머리에 이고 있던 소쿠리를 내 앞에 내려놓고 종이 봉지 속에 있는 사탕을 손에 쥐어 준다. 분홍색 줄과 하얀 줄이 새겨져 있는 왕 사탕이다. 먹기가 아까워 손바닥에 놓고 보니 동그란 사탕에 묻어 있는 큰 설탕이 반짝인다.
  사탕을 보니 내 친구들 생각이 났다. 왕 사탕을 하나 가지고 여럿이 먹을 수 있었다. 넓적한 돌에다 올려 놓고 돌멩이로 요령껏 때리면 사탕은 하얗게 부숴지고 친구들은 그 와중에도 큰 놈을 주워 먹기 위해 밀치며 잽싸게 줍는다. 재수 있는 날은 횡재도 한다. 큰 조각의 사탕 맛은 꿀 맛 그 자체였다. 입안에 넣고 혀를 움직이면 아주 날카로운 것은 혀를 찔러 아팠다. 가루가 된 것들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 꼭 찍어 먹기도 하였다.    
   어머님께서 사다 주신 사탕을 입안에 넣어 보니 눈이 사르르 감기며 단 맛에 취한다.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지고 얼굴은 완전 보름 달덩이처럼 환해 졌다는 것은 어머님의 함박 웃음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한 입에 넣고 보니 말도 나오지 않고 입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침을 묻히는 것은 친구들과 나누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잔머리를 굴렸다. 아주 조금씩 녹여 먹었다.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고 한꺼번에 그리워하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서/ 아껴 가며 먹는 사탕처럼 아껴 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가 그 사랑이 다 해버리면 너무 허무 할 까봐/ 한꺼번에 그리워하다가 그 그리움마저 다 떨어져 버리면/ 남는 것은 한숨밖에 없기에/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우리의 사랑/ 조금씩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이정하 <조금씩만>
 
 입 주변에는 붉은 색 그림을 그려놓았고 손가락은 쩍쩍 달라붙어 있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탕은 입안에서 단 물을 만들어 낸다. 어릴 적 어머니의 달콤한 사랑의 맛이 여전히 그립다.   
 
  2010년 9월 합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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