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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공탄(九孔炭)    
글쓴이 : 서혜린    17-11-12 23:55    조회 : 5,236

연탄을 달리 부르는 이름 구공탄.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이야 도시가스의 보급으로 웬만한 도시에서는 거의 천연액화가스로 취사나 난방을 한다. 이런 연료가 보급되지 않았을 때, 시골에서는 거의가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다. 도시에서는 집집마다 연탄아궁이에 연탄으로 난방을 했다. 80년대는 쌀, 연탄만 있으면 기본 생존이 가능한 시대였다. 불과 삼십여 년 만에 우리는 너무나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보급이 안 된 농촌에서는 대부분 기름보일러로 난방을 한다. 하지만 난방비 부담으로 인해 다시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집도 더러 있다.

내 위에 언니는 대구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장녀이기에 무리를 해서 대구로 유학을 보낸 것이다. 특별히 공부를 잘 해서라기보다는 맏이가 잘 되어야지 동생들을 끌어줄 것이라는 부모님의 기대 때문이었다. 나는 동생들이 많았기에 따로 자취하는 언니가 무척 부러웠다. 아직 중학생이었기에 어서 빨리 고등학생이 되어 언니처럼 자취를 하고 싶었다. 엄마는 세 살짜리 막둥이를 업고 언니를 보러 절편을 빼고 갓 짠 들기름까지 보따리가 터질 것 같았다. 엄마에게 맏딸은 살림밑천이자 집안의 대들보처럼 귀한 존재였다. 겨울방학이 되어 내게도 언니의 자취방이 있는 대구에 갈 기회가 생겼다. 고향에 내려온 언니를 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대구행 버스를 탔다.

자취방은 사실 고모집의 방 한 칸을 세 얻었다. 언니와 한마을 친구 둘이 사용했지만 그 언니는 시골로 내려가고 없었다. 나무 판자문을 열면 연탄아궁이가 있는 자그마한 부엌이 있고 바로 방이었다. 가구라고는 밥상을 책상으로 만든 게 전부였지만 시골과는 다른 환경에 설레었다. 옹색하기 그지없는 살림이었지만 부엌에서 나무만 때다가 연탄을 보니 뭔가 색달랐다. 연탄은 아침저녁으로 때를 잘 맞춰 갈아줘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시간이 지나버리면 불씨가 다 꺼져 새 연탄에 불이 붙지 않았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갈기에는 연탄이 아까웠기에 불구멍을 잘 조절해야 했다. 나는 도회지생활에 대한 설렘으로 연탄가스냄새조차도 정겨웠다.

양은냄비에 쌀을 씻어 화덕뚜껑을 열고 연탄집게를 걸쳐놓고 냄비를 올렸다. 냄비밥을 해서 먹고 반찬은 시골에서 가져온 고추부각 달랑 한 가지였지만, 그것조차도 달았다. 연탄집게를 들고 연탄을 가는 것도 요령이 필요했다. 자칫 잘못해 연탄을 떨어뜨리는 날에는 아까운 연탄만 낭비였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을 해도 연탄이 제대로 집어지지 않아서 떨어지기도 했고, 또 집게 잡은 손에 너무 힘을 많이 줘 연탄이 부서지기도 여러 번. 못쓰게 된 연탄 한 장의 값을 생각하면 속이 쓰렸다. 없는 살림에 겨우겨우 보태주는 시골살림이었다.

돈이 부족하니 연탄도 많이 들여놓지 못하고 한 번에 50장씩 받아놓고는 했다. 연탄이 똑 떨어지기라도 하면 골목 앞 슈퍼에서 연탄을 낱장으로 샀다.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도 없는 시골에 살다가 바라본 대구의 주택가 골목은 밤인데도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바깥쪽으로는 가판대에 밀감이나 사과를 진열하여 판매했다. 그곳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돈이 없어 밀감 한 줄 사먹을 엄두도 못 냈지만, 도시에는 없는 게 없었다. 집집마다 연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탄가스냄새를 정겨워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생경한 도시에서의 생활은 마치 미지의 신세계에 다다른 듯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언니의 학교친구 중에 집을 나온 언니가 있었다. 완전히 집을 나온 것인지 어른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잠시일탈을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그 언니가 며칠을 머물다갔다. 가정형편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했다. 말하자면 그 당시에는 상당한 문제아였다. 거기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한창 사춘기였던 나는 그 언니의 방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으나 호기심은 있었다. 읽는 책도 고전보다는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좀 부적절한 사랑의 체험수기나 성인들이 읽는 책을 어디서 구해 와서는 읽었다. 나도 궁금증에 그 책을 읽었다. 가뜩이나 호기심 가득한 나는 소용돌이처럼 거기에 빠져들었다.

언니들은 외출이 잦았다. 내가 방안에서 할 일이라고는 책을 읽는 일 밖에는 따로 할 일이 없었다. 둘은 그 추운데 어딜 그렇게 다닐 데가 있는지 나만 내버려두고 바람을 친구삼아 그렇게 배회했다. 그녀들을 속박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보였지만 무슨 이유인지 둘은 생각을 다른데다 두고 온 사람처럼 떠돌기만 했다. 그녀들은 밖으로만 나가면 신이 나는 것 같았다. 방안에만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무엇이 그녀들을 옥죄는 것 같았다. 마치 열병에 들뜬 사람마냥 영혼은 어디에 던져두고 껍데기만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떠돌 뿐이었다.

돈도 없는데 가끔은 깔깔거리며 밀감 한 줄을 가져오기도 했다. 내게는 샀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둘의 소곤거림에 그것이 가게에서 몰래 훔쳐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내가 나무랄 위치의 사람은 아니었다. 난 거기에 동조하지 않았다. 부모님께 이르겠다고 언니를 말리기도 했지만 말로만 안 그런다고 할 뿐이었다. 난 연탄 갈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허드렛일이나 해주는 존재로 전락했다. 나중에는 집에 가고 싶어졌다. 계속 같이 생활하다가는 나까지 이상하게 변할 것 같아 두려웠다. 결국 고모부가 눈치를 채서 언니의 친구는 더 이상 자취방에 오지 못했고, 우리 자매는 일주일간의 대구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갔다. 내가 기대한 대구드림은 그걸로 끝이었다.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언니는 대구에서의 일을 부모님에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난 그러겠다고 했다. 사실 할 수가 없었다. 같이 동조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함께 생활했기에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이미 죄인이 되었다. 난 한동안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언니들이 훔쳐온 구멍가게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녀들은 불붙기 전의 연탄처럼 위태로웠다. 불씨가 남아 있어야하고, 바람구멍을 열어주고, 구공탄의 구멍을 잘 맞춰줘야지 제대로 불이 붙는다. 그러기 전에는 방심하면 안 된다. 불이 붙는가 싶으면 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들은 활활 타오르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불씨가 미약하든지 바람구멍을 누가 막아놓았는지 불을 피우지 못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어느 한 가지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아무도 그녀들이 왜 방황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그녀들의 품행만 지적했다. 한 번 낙인찍힌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그녀들을 어두운 곳으로만 자꾸 몰았다. 음지에 서서 동동거렸지만 아무도 양지 바른쪽으로 나오라고 손짓하지 않았다. 늘 어두운 그늘에서 신음해야했다. 원래부터 어둠이 그녀들의 자리인 것처럼 그랬다. 헤르만 헷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처럼 지금도 무거운 바퀴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불씨가 잘 일도록 살펴보지는 않고 불이 안 붙는다고 연탄 탓만 한다.

공전의 주기에 따라 계절은 이제 겨울로 향하고 있다. 사람의 생을 계절에 비유해 겨울을 노년기로 본다면 너무 서글픈 비약이 될지 모른다. 가을이 중년이라면 이제 겨울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돌아본 지난날은 잠깐이었다. 후회라면 좀 더 너그럽게 보듬지 못한 마음이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설렘도 많은 만큼 바람도 많이 불고 갑자기 추워지기도 한다. 봄이 왔다하면 다시 겨울 같고, 봄이 무르익는다 싶으면 바로 여름으로 넘어간다. 마치 사람의 성장처럼 변화가 심하고 위태로운 것이 봄이고 청소년기 같다. 연탄 한 장에 발갛게 불이 활활 타오르는 건 우리 젊음이 불타오른다고 본다면 어불성설일까. 구공탄의 따뜻함이 문득 그리워지는 늦가을이다.

 

 


노정애   17-11-15 18:01
    
서혜린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이해가 된답니다.
글도 재미가 있어 읽기는 좋았습니다.
아쉬운점은
반복되는 문장과
과한 설명
그리고 이글을 언니나 그 친구분이 읽는다고 생각하시고 써야 할 것 같아요
좀더 간결하게 쓰시면 좋겠습니다.
첫달락은 없어도 좋겠고
그 뒤에도 빼도 좋은 문장들이 보입니다.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그리고 꼭 필요한 문장들만 남기고 정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퇴고시 덜어내는것도 중요하답니다.
서혜린   17-11-15 18:51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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