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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원 이야기    
글쓴이 : 유재순    17-11-09 20:24    조회 : 4,619

 초등학교 6학년 우리 집은 광화문에서 가오리로 이사 갔다. 걸어서 10분이면 학교에 갔는데 이사 가고 나니 시간이나 걸렸다. 훨씬 일찍 일어나 학교 채비를 해야 했고 버스비도 챙겨야 했다  

어느 여름 방과 집에 가려니 호주머니에 있어야 버스 5 중에 1원이 없었다. 버스비가 모자라니 버스를 수도 없고 어떻게 집에 가나를 궁리하니 난감했다. 막상 1원을 빌리려니 사정을 이야기할 만큼 친한 친구도 없었고 담임 선생님은 교실 책상에서 뭔가를 하시며 앉아계셨지만 잠시 선생님을 바라다만 보고 교실을 나와 버렸다. 학교 근처에 친척집이 있기는 하나 거기 가서 말하는 거도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집까지 걸어가자 버스 다니는 길로만 그대로 따라 걸어가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집까지 가는데 문제없지 싶었다. 광화문 사거리를 건너 중앙청을 지나 안국동을 지나고 비원을 지났다. 비원을 지나니 창경원의 높은 담벼락이 시작된다. 당시 어린이들의 꿈의 공간이었던 창경원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창경원 벽을 따라 걸어가며 안에서 살고 있 동물들의 소리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특히 창경원 안에서 사는 새들은 정말 특이하고도 다양한 소리를 내며 노래하고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새소리들도 있었다. 안에 살고 있는 원숭이, 호랑이, 사자, 공작새 등의 신기한 동물들, 연못, 위의 정자, 그리고 언젠가 창경원 안의 매점에서 큰오빠랑 처음으로 마셨던 콜라의 강하게 쏘는 들을 기억하며 걸었다. 집에 걸어가기로 마음먹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1원을 잃어버려 한심하단 생각을 밀어냈다.  

창경원을 지나고 혜화동 로타리를 돌아갔다. 혜화동을 지나 삼선교, 돈암동을 지나니 다리가 슬슬 아파왔다. 시간을 재진 않았지만 어느 시간 넘게 걸어왔지 싶었다.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들이 하염없이 집을 향해 걸어가는 앞을 잘난 하듯이 휙휙 지나가버리곤 했다.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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