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출근 할 수 있어요?” 타지 생활을 하기 위해 찾아갔던 어느 카페 사장님이 이력서와 내 얼굴을 보더니 대뜸 던졌다. “내일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나의 대답. 그만큼 절실했기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답이 나왔다.
낯설고 불안한 타지에서 별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던 첫 사건이었고 그 다음날 나는 어색한 출근을 시작했다. 대학생활과 병행했던 6시간 알바의 강행군에도 씩씩하게 잘 일구어 나가던 어느 날 어김없이 내 마음은 슬럼프라는 이름으로 나를 꽉 움켜쥐어버렸다.
매일 새벽마다 알찬 스케줄을 짜놓고 다음 날엔 오차 없이 하루를 만들어내기에 열중했고, 스트레스는 내 한계라서 뛰어넘어야 한다며 악으로 악으로 버티었다. 그런 나에게 내 마음은 “너 그러다 죽어. 제발 그만해!” 짜증스레 소리를 꽥 지른 것이다. 멈추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지만 곧 나는 쓰러져버렸다.
무너지고나니 나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자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쉬지 않고 작은 고시원에서 쭈구려 잠들던 내 모습부터 퇴근하면서 한 시간을 터덜터덜 울며 걷던 내 비참한 모습까지 영화처럼 지나갔다. 미소는 있었지만 웃음은 없었던, 눈물은 있었지만 울음을 죽이던 그 모습이. 내가 악에 잠식되어 가던 그 모습이 지나갔다.
이미 나는 눈물로 호소하고 있었는데 몰랐다. 아니 외면했다. 눈물을 묵인한건 온전히 ‘나’였음을 부정할 수 없고, 우는 나를 때려죽인 것 역시 ‘나’였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프기만한 삶을 살아내려 했을까.
이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내 한계를 뛰어넘겠노라고
멍청한 다짐과 믿음으로 나를 살지 않았구나.
나는 나로써의 삶으로 행복하길 바래왔는데.
대단한 결심을 한 듯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개운한데 답답하고, 신나는데 두렵고, 시간이 있는 듯 없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여유에 취해 무얼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한달이란 시간을 보내고 오늘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다시 휩쓸렸다.
나를 찾아온 불안감은 다시금 나를 세상으로 달려 나가게 했다. 곧 예전과 똑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힘들면 도망가겠지만 바보 같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같은 상황 속에 다른 내가 있길. 삶을 우회하며 배운게 있길. 그래서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길 나에게 바란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하루를 정신없이 사니
내일은 있지만 오늘이 없더라.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니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더라.
의미있는 삶을 살기엔
하루가 너무 짧더라.
그럼에도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한다.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