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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정글 속에서 쏘아 올린 희망의 화살( 한국산문 7월호 26년)    
글쓴이 : 국화리    26-07-11 05:51    조회 : 86

                              문학의 정글 속에서 쏘아 올린 희망의 화살

                                                      임헌영의   『상처와 화살을 읽고

                                                                                                                                     국화리

  “ 이렇게 아름다우니 용서해 달라

 첫 문장 그리스 미녀 프리네가 신성 모독죄로 최고의 법정에 섰다.‘로 글 문을 연다. 변호사 히피리데스의 한마디 변론으로 그녀는 무죄가 되었다.

아껴 읽고 싶었던 스승의 신간, 상처와 화살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다시 목차로 시선을 돌리니 작가와 함께 걸어온 방대한 사유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인류가 쌓아온 수천 년의 역사가 한 권의 책에 담겨, 나의 의식 깊숙한 곳으로 스며드는 기분이다.

  저자 임헌영교수는 역사철학에 정통한 문학평론가다. 그는 재미있고 유익한 인문학이라는 다정한 목소리로 독자를 이끌지만, 그 여정은 나에게 금강산 같은 울림으로 남는다. 노 석학이 손녀의 손을 잡고 인간 정신의 근원을 찾아 나서는 듯한 이 길에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인류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체계로 맞물릴 때마다 느끼는 지적 희열은 각별했다. 몸 안의 피가 동맥을 타고 거침없이 흐르며 통찰의 문장들이 따라 다녔다저자는 이 책이 문학도를 넘어 교양인으로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도록 기획되었음을 밝힌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판별하는 문제에서 출발해 신화와 신앙의 형성, 전쟁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시대적 쟁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아우른다. 나는 팽팽한 긴장과 설렘 속에서 이 사유의 궤적을 뒤따랐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인간 존재를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의 본질부터 악인의 역사, 신앙의 탄생, 그리고 문학과 역사의 필연적 동행에 이르기까지 그 서사는 인류 문명의 대하드라마와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제2악인들의 천국과 제4일란성 쌍둥이인 문학과 역사였다.

2부에서 저자는 원시 신앙이 건국 영웅을 배출하는 과정에서, 권력자들이 스스로를 신의 아들이라 칭하며 대중을 기만했던 역사를 짚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서사들이 구약성서나 중국의 창세 신화 등을 통해 한 부족과 민족의 신성한 건국사로 승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원시 공동체의 평등이 사회의 확장과 함께 욕망과 이기주의로 변질되며 악이 성행하는 과정을 저자는 냉철하게 추적한다.

여기서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을 만난다. 장자의 역설과 브레히트의 통찰은 오늘날의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다가온다. ‘유전무죄의 논리가 여전히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지적은 씁쓸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내가 성장했던 1960~80년대 한국 사회의 부패한 단면들이 겹쳐 보이며 깊은 우울을 남겼다. 내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것이 그 시점이었다.

돈 없고 뒤 백이 없는 신분으로 지옥에 살기보다 선진국에서 배우며 자기 능력을 펴고 싶었던

꿈의 실현이다. 그 후 날로 혁신과 파행을 거듭하는 한국사회는 이 불신의 시대를 극복하고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그 진통은 치열하게 진행형이라 희망을 건다.

  제4부에서는 문학과 역사의 관계를 본질적으로 탐구한다. 저자는 두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결국 문학을 인간 행위와 상상의 총체, 인간학으로 규정한다. 헤로도토스에서, 투키디데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랑케, 이븐 할든, 에드워드 기번, 아놀드 토인비, 홉스봄…….이어지는 역사 인식의 흐름은 지적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중국에서는 이미 춘추필법의 역사기록이 있었고 국가기관이 역사기록을 축적한 나라였기에 세계문화사에서 역사학이라면 단연코 선두주자라는 지적도 흥미롭다.

특히 후대의 사마천의 사기를 최고의 역사서로 꼽는 이유를 설명했다. 부친 사마담은 한무제때 천문을 담당했던 모든 학문에 통달한 석학이었다. 그는 천하를 바로잡고자 역사서를 쓰려고 많은 자료를 모았으나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아들 사마천에게 간곡한 유언을 남긴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그 목적은 대 학자의 위대한 정신으로 역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다.

아들 사마천도 태사령이 되어 역사서를 완성하려 했지만, 그는 친구를 도우려던 말이 역적으로 몰리게 되었다. 궁형(宮刑)이라는 치욕을 견디며 사기를 완성해 나가는 대목에서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그 원고를 목숨 걸고 지켜낸 가족의 헌신은 인간 정신의 위대함이다. 저자가 사기도서관에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들고 나와야 할 명저이라 평가한 이유를 새삼 깨닫는다. 의로운 피와 희생이 결국 인류를 진보시킨다는 진리는 시대의 교훈이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중국이 유럽문명처럼 피어나지 못한 것도 필자는 지적했다.

  문학에 두발을 들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문학의 길로 들어설수록, “나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나누려 하는가.”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한권의 책을 마무리 하면서 찾아온 우울증은 아마도 그 답의 빈약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곧 출간될 나의 신간 국화리 여행 에세이여행의 길, 인문의 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스승의 상처와 화살인문학으로 세상 읽기라는 부제를 보며,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만나 탐독했더라면 내 문장들이 한층 깊은 향기와 통찰을 품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문학은 영원한 희망을 추구한다,” 는 저자의 문장은 내 안에 새로운 의욕을 불 지핀다. 

상처와 화살을 통해서 저자는 역사의 발전을 펼쳐보였다. 근대에 사마천, 빅토르 위고의 진보정신, 마크 트웨인, 헤겔과 칼 마르크스 사상, 인류는 변해왔고 또다시 새로운 4차원의 세계로 급변하며 어디로 향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학예술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의 평등과 평화로운 공존에 있다고 역설한다. 스승 임헌영이 상처와 화살을 통해서 인간의식의 변화를 꿈꾸었듯이 나 역시 나의 문학이 작은 빛으로 주변을 밝히기를 소망한다. 정글 같은 삶의 한복판에서도 문학이라는 화살을 놓지 않고 꾸준히 정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죄를 지어 법정에선 미인 프리네가 외모의 아름다움으로 무죄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문학은 감동이다.

스승의 깊은 사유가 담긴 이 책에서 얻은 감동을, 이름 없는 제자의 이 서투른 독후감을 통해서 표현해 보았다. 스승께 작은 보람으로 닿기를 바란다.

(2026년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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