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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 It Be    
글쓴이 : 박승해    26-04-27 20:06    조회 : 26

Let It Be

 

박승해

올망졸망 귀여운 얼굴이다. 아침부터 밥 주세요하는 얼굴이 애교가 넘친다. 단체 사진을 찍는 것처럼 한껏 녹색의 하트 에너지를 뿜어낸다. 한겨울 찬 냉기를 피해 거실 안으로 들여놓은 아이들이다. 거실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도 모자라 부엌 싱크대와 식탁, 심지어 방까지 침범했다. 식물이 이렇게 순식간에 많아지다니 놀라운 생명이다. 분무기로 조금 습기를 올려주니 집안이 초록초록하다.

3년 전 지인의 개업 축하 선물을 위해 꽃시장을 방문했었다. 하나로마트와 붙어있는 화훼시장은 생각보다 넓직했다. 입구에는 일년생 화려한 색의 작은 꽃들이 새봄이야, 우리를 데려가하며 외치고 있었다. 안쪽은 생각보다 훨씬 더 넓었다. 대부분은 낯선 외국계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아는 식물이 있으면 공연히 반가웠다. 그 중 소박하고 영리해 보이는 작은 녀석을 택했다.

옆 가게에서 구입한 청자색의 도자기 화분에 담아 놓으니 마치 자기 집의 안방에 앉아 있는 양 편안해 보인다. 분갈이가 30분 정도 걸린다는 말에 넓은 화원을 어슬렁거렸다. 산책삼아 녹색의 맛을 감상하는 건 덤으로 받은 즐거움이다.

 

몬스테라이름도 특이하다. 얇고 넓은 잎이 여인의 치마처럼 보인다. 평생 한복만 입으셨던 할머니의 옥색 치마도 이렇게 포근한 우아함이 있었다. 그 중에 가장 덜 자란 녀석을 구석에서 끄집어 냈다. 세상에 갓 태어나 엄마를 기다리는 젖먹이 같았다. 잎에 구멍이 난 까닭에 특이해 보이지만 정상이라고 한다.

원래 이런 식물이예요

요즘 이 식물이 인기가 많아요. 아직 모르셨나봐요?”
지나가던 직원이 식물을 잘 모르는 나에게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조금은 멋쩍었지만 뭐 어쩌랴

이 아이도 따로 잘 심어주세요

나의 첫 식물아이, 생명 한 개를 손에 드니 갑자기 그 동안은 관심도 없었던 녹색의 식물들이 예쁘게 보였다. 화원의 식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양들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는 30년의 전업주부를 청산하고 작은 카페 사장으로 변신을 했다. 예쁜 자수 앞치마를 입은 조금은 신경써서 화장까지 한 모습이 낯설어 보인다. 두 개구쟁이 아들을 키우면서 예전의 요조숙녀 미모는 사라지고 목소리까지 괄괄하던 그녀였다.

얌전하고 깔끔하던 그녀가 외양간처럼 어수선한 거실에서 기름 냄새 아랑곳하지 않고 김치 부침을 척척 뒤집으며 나를 놀라게 한게 엊그저께 같다. 모임이 있는 날에도 머리를 못 감았다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타나던 그녀였다. 당연 화장은 언감생신이었다.

가정생활에 푹 빠져 만나기도 어려웠던 친구였다. 현모양처라고 우리가 인정했던 그녀가 어느날 심각하게 먼저 만나자고 하더니 이제 자기도 독립하고 싶다고 했다. 남편에게 용돈 받아 쓰는 게 싫다고 직장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결혼 후 일을 손에서 놓았던 그녀에게 현실은 너무 문턱이 높았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나 마트 캐셔 아니면 식당일뿐이었다. 버는 돈보다 약값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다고 했다. 이 나이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는 건 무리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어
육십이 낼 모레인 어느날 그녀는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했다. 요리라면 자신있는 그녀이다. 그건 나도 인정한다. 우리들은 그녀가 차려준 밥상을 무지하게도 좋아했으니까.

식당은 너무 덩치가 크고 초기 자금도 많이 들어가
카페는 예전부터 꿈이기도 했어, 그리고 작게 하면 돼
그건 그랬다. 예전에 고등학교 앞의 빵집이나 떡볶이 집은 음악을 틀어줬다. 어느곳은 디스크 쟈키도 있어서 노래를 신청할 수도 있었다. 빵과 우유를 음악을 들으며 먹던 여고의 추억은 대학을 다니며 음악감상실, 음악다방으로 바뀌었다. 음악다방은 우리의 아지트였고 미팅장소였고 일 없이 시간을 때우기 딱 좋은 곳이었다. 이 후 다방보다 훨씬 더 세련된 카페들이 생겼고 카페 사장은 어느새 우리의 꿈이기도 했다.

 

20대의 꿈은 그녀에게 현실이 되었다. 비록 그때의 풋풋한 미모는 사라졌지만 훨씬 더 넉넉한 편안함을 주는 동네 카페의 주인이 되었다. 카페는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댄디한 세련미는 없었다. 그러나 안정감 있고 편안했다. 뜨개질과 자수로 만든 테이블보가 먼저 정감을 준다. 자기 집의 모든 그릇세트를 다 가져온 성싶었다. 우리가 그렇게 놀려도 하나씩 사다 모은 자식 같은 그릇이다. 여행지의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커플 찻잔이나 티스푼은 내가 아는 한 최고급이다. ‘올드한 느낌이 친숙하고 충분히 고급스럽다.

 

가게 앞엔 개업하는 곳에는 당연히 있으리라 예상한 큰 화분도 없고 화환도 없다. 상업적이고 요란스러워 애초부터 절대사절이라고 누누이 말했었다. 앞쪽 창가에 작은 화분을 놓을 장소가 이미 마련되어 있어서 나의 작은 화분 금전수는 얌전히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엘피판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80년대의 팝송이 흐르고 있다. 마치 과거로 우리를 데려간 듯했다. 항상 짧았던 그녀의 머리는 언제 자랐는지 단발머리가 제법 소녀티가 난다. 아름다운 카페사장은 연실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와 대단해, 너 드디어 독립을 했구나

카페 너무 멋져, 이제 여기가 우리 아지트다 하하
카페는 축하하는 지인들과 자리잡고 개업케익을 나누어 먹는 개업손님들로 7개의 테이블이 만석이다.
친구분들 오셨네요, 이것도 드셔보세요.”
친구의 남편은 오늘 약국문도 닫고 아내의 가게를 거들고 있다.
저도 빨리 은퇴를 하고 여기와서 일하고 싶네요. 하하

음악 신청하세요 틀어드릴께요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한꺼번에 외쳤다.

비틀즈의 Let It Be
! 우리가 이렇게 통했다고? 성능 좋은 스피커는 우리를 마법처럼 빠르게 1980년대로 날아가게 한다.
어려움이 내게 다가와 근심의 시간이 다가오면 Mother Mary comes to speaking words of wisdom, 그냥 내버려 둬. 그냥 내버려 둬.’

 

그날 데려온 몬스테라는 나의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부쩍 화원 나들이가 많아졌다. 물론 한가지 규칙은 있다. 키가 작은 화분, 어린 녀석만 데려온다. 작은 녀석들이 자라고 잎을 내면 그 잎을 삽목을 해서 새집을 마련해 준다. 친구 카페의 초록 아이들과 우리집 거실의 작은 아이들이 서로 교차하며 형제애를 맺고 있다.
안방까지 영역을 넓혀 들어온 작은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한다.
“Let It Be! 그냥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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