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었던 외도(外島)
10여년만에 다시 가보고 싶었던 외도 방문을 위해 차에 올랐다. 여행은 사람을 향상시키고 즐겁게 만든다. 거기서 경험도 얻고 삶의 의욕을 증대시킬 수가 있어서도 좋다.
여행자를 반기듯 햇살이 눈부시다. 쾌청한 날씨속에 하루를 모두 맡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장가로 길게 늘어진 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둔 논도 보였다. 농번기를 제촉하기라도 하듯 농부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뭇잎이 바람에 못이겨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에서 자연의 외로움을 느끼는 듯 했다. 산 아래에는 장난감 같이 작은 한폭의 그림 같은 집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아 그곳에 살게끔 재촉한다.
통영을 지나는데 다리 아래로 보트가 흰 연기를 뿜고 지나가서 미리 외도에 가본 느낌을 방불케한다.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차는 거북이처럼 느린 속도로 울창한 숲 사이를 지나가니 심신이 맑아져 자연에 감탄했다. 이런 광경은 놓치기가 너무 아깝다. 아마 이게 여행에서 오는 기쁨이 아닐는지.
거제에 4시간여만에 도착했다. 유랍선에 승선하는데, 옆에있는 아가씨가 카메라를 들고 제법 실력을 발휘하며 순식간에 바다의 광경을 찍어댔다. 마치 나를 지켜보라는 듯이…
선글라스를 쓴 그의모습은 아름답고 멋져 보여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 광경은 여행한 후에도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해금강으로 해서 외도에 들어서니 감회가 새롭다. 외도(外島)라고 쓰여진 곳에서 사진을 찍은 내 모습 뒤로 어느 여성이 양팔을 들어 만세를 부르고 있어서 그것이 우스꽝스럽게 되어 지울 수 밖에 없었다.
1969년에 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풍랑을 맞아서 이곳에서 정착하여 30년이상 수목을 조성하고 가꾸었단다. 정말 훌륭한 분들이 아닐 수 없다.
고故 이창호는 1934년 평안남도 순천생으로 1?4후퇴 때 맨손으로 월남하였다. 고려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성신여고에서 8년간 교사활동을 하였다. 그 후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 원단 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다. 외도와의 인연으로 척박한 바위섬을 지상의 낙원으로 탈바꿈 시킨 역사의 주인공이다. 그의 일생을 외도를 위해 바쳤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03년 3월 1일 고인이 되기전까지 일을 해 왔다.
부인 최호숙은 1936년 경기도 양주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서울 사범과 성균관대 국문과, 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외도를 일구기 시작, 어느새 풀 한포기와 나무 한그루, 돌 하나에 이르기까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남편의 별세로 홀로 된 이후 지금까지 외도를 위해 온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외도가 마치 외국의 섬나라에 간 듯 해서 내마음은 부풀어 올랐고 새처럼 가벼웠다. 나는 여기저기 아름다운 풍경을 담기위해 바쁘게 사진을 찍었다. 한정된 1시간 30분동안에 가 보고 싶었던 이 천국 같은 섬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게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충분히 사색할 수 없었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거리는 멀지만, 오히려 여기까지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사람처럼 느껴질지라도 그것만 담아가도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꿈만 같았고 값졌다. 이렇게 수많은 나무가 섬에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목을 사랑한 아름다운 선물을 반갑게 섬에 뿌려 놓았으니 찾는 사람은 놀라운 풍광을 접하리라. 이곳의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두드려 용솟음치게 만든다. 유람선이 떠도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마음은 한량없이 넓어졌다.
쾌청한 날씨속에 좋은 풍취를 접하게 되니 너무 기뻤다. 이곳에 언제 다시 와 보겠는가! 아름다운 외도의 수목을 바라볼수록 마음은 더없이 평온해진다.
그 부부의 값진 희생과 봉사로 이렇게 대자연의 정원을 일구어 놓게 되었다. 햇살사이로 내리쬐는 수목은 마치 큰 산에 와 있는 듯하여 웅장감마져 돈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가져갈 수는 없겠지만 잘 감상하고 마음속에 듬뿍 담아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햇살에 투영되어 금빛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니 내심 아쉬워 돌아가기가 싫다. 수평선 너머로 섬들도 여러 개 비친다.
그림처럼 수놓은 이 곳의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내 마음은 아름다운 꿈의 나라로 여행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치솟은 향나무를 바라보니 누군가에 의해 하기가 쉽지 않은 전지를 잘 해놨다는 생각이 든다.
울타리가 드리워져 있는 섬 길과 잘 단장된 꽃과 조각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화스러웠고, 신혼여행온 사람처럼 젊어지는 기분이고 신선하다.
많은 사람의 무리들도 나처럼 자연을 좋아해서 이곳까지 왔을게다.
외도는 잔뜩 푸르름과 고요함으로 배어있는 듯하고, 꿈과 희망을 간직하고 가는 듯 해서 다음에도 찾고 싶은 곳이리라.
이제 외도를 뒤로한 채 유람선은 마치 쾌속선처럼 하얀 물살을 가르고 쏜살같이 도망가고 있다.
오는 길에 ‘바람의 언덕’이라는 곳에 들르니 너무 바람이 세차서 날라 갈 것만 같았다. 참 희한하다. 여기의 바람이 왜 유독 거센걸까. 태풍이 올 때 흔들리는 바람 같았다. 거대한 네덜란드의 풍차가 마치 등대처럼 그 곳을 지키고 있다.
그 아래에도 유람선이 하얀 거품을 남긴 채 유유히 떠난다.
오늘 좋은 날씨속에 보람된 여행이 되어서 즐거웠다.
여행은 문화생활로 필요하리라 보고 고운 추억을 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2013.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