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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수속의 환각    
글쓴이 : 엄영선    12-07-27 10:30    조회 : 7,674
오수속의 환각
                                                     엄영선

 
오수속에 잠겨 소파에 누워 잠들었다 깨어나는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감미로운 환상속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휑하니 빈방 내 곁에 아무도 없고 또한 기다려야 할 사람 누구도 없는데
그 보라빛 등꽃같은 아련한 기다림의 요소는 어디서 기인되어 왔을까?
깨어서 눈을 뜨고도 안개속같은 그리움의 기다림이 가슴에 서려 남아있다
이상하다. 이런 감정은 다 지워져 사라져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가슴 한 자락에 숨어 있었던가?
기묘한 기분이다. 요즘 나의 노년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감성은 기울어진 내 나이 앞에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고엽의 신세인데 기다림의 사치한 설레임 같은거 다 가버려
삶의 이유, 흥미마저 잃어가니 내 안에 남은 것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와 생각하니 기다림이란 인간생활의 꽃인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속의 기다림, 봄을 기다리니 여름, 가을 오고 비 내리고 바람 불어 꽃이 피고 새가 운다
우리의 생활은 기다림속에 산다. 어릴때는 장에 가신 엄마를 목 놓고 기다렸다
학생때는 연인의 편지를, 결혼 후엔 남편의 귀가를, 다음은 학교 갔다 돌아 오는 아이들을 기다렸다
또한 열심히 일하여 부자되기를 기다렸고 출세하여 명예 얻기를 기다렸다
기다림의 생활은 즐거운 희망이며, 사랑의 본능적인 욕구인 것 같다
이런 절절한 기다림의 삶을 잃어 가는 것이 늙어가는 슬픈 과정인가!
희망도 마음의 비죤도 잃어가는 노년, 신체의 쇠퇴, 정신력 희미해져 가족이나 젊은이들에게 소외 당하니
이제 삶의 몫을 다 했나? 돌아 갈 수 없기에 그리워지는 지난날들  이제 옛날 문화의 정서가 향수로 남는다
앞으로는 노년의 생활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진취적으로 사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글쎄,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동년배의 친구가 있는 것이 위로가 될 것 같다
동질의 상황속에 살고 있으니 특히 나이들면 친구에게서 받는 영향력이 크다 하였다
가족하고는 또 다른 좋은 관계의 친구 건강에도 도움이 되며 우량주식이라 하였으니 친구는 자산이다
그렇다면 어떤 친구가 좋을까? 우선 서로 존경 할 수 있어야 한다
성실하고, 신뢰 할 수 있는 느낌이 살아있는 친구 또한 마음의 색깔이 비슷한 동년배면 더욱 좋겠다
이런 보석같은 친구 어디 없을까? 돈 주고라도 사 오고 싶다
내 나이 이제 고령이니 가까운 친구 하늘나라 가고 자식 찿아 떠나고 동년배의 친구가 없다
학창시절 동창 이상의 친구는 먼 고국에 있으니 소용없고 문안으로 끝난다
내 주변에 젊은이들 있으나 세대차이의 어떤 갭이 있는가 불협화음의 갈등을 맛보게되니 슬픈 일이다
그전부터 동년배의 친구라 할까 일본 여인 하나 있는데 나 하고는 대화나 사고의 소통이 잘 되는 지성인
크리스챤이다.서로 친해질 수 있는 요소가 다분히 많은데 잘 나가다가도 딱 멈추어 서게 된다
역시 이국인하고의 유대는 심리적인 한계가 있구나 느낀다
나는 역사적인 고정관념은 이제 체념한다.현실의 중요성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다소의 껄그러움이 그녀와 있더라도 우리 서로 외로우니 배려하며 이해하며
선린의 우호관계를 만들자. 한 사람의 친구도 나에게는 귀한 것이니...
그밖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물리적인 친구가 있다면 책과 독서다.
그런데 그 책과 같이 하는 시간도 노안으로 멀어져가니 삭막한 시간만으로 남는다
 
뒷창문으로 석양이 내 침실에 황금빛 햇살을 퍼부어 나른다
창가에 오켈꽃이 활짝 웃으니 찿아 온 오수의 그리움이 다시 피어 오른다
이제 7월이 돌아 왔다. 공원에 샤워꽃이 만발 하였으니 만나러 가자
사람에게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위안을 찿아 가자
내가 좋아 하는 가을 겨울의 가수 천상의 목소리 그 노래
Time to say goodbye를 Don't say goodbye로 고쳐 부르며
이 세상이여 나를 불러 머물게 해 주오. 언제까지나 불러 보자
세월의 늦자락에서 추억을 삭혀가며.    

문경자   12-07-28 10:20
    
나이 들어 다정한 친구 한 사람 갖고 있다면
그것은 큰 행복입니다.
친구와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며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을텐데
혼자 있어 더 서글픈 마음이 들었겠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듯이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면 더 좋은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엄영선님 글 잘 읽었습니다.
강희진   12-07-29 20:29
    
글 묘사력이 좋군요...
문장의 완성도도 좋구요...
부럽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임도순   12-09-18 22:20
    
"땅거미 내려앉은"글을 읽다가 이미 올리신 옛 글들을 훑듯이 읽었습니다. 어떤 분이신가하고요. 한자투의 제목이 마치 장자의 나비처럼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오수 속의 환각"으로 빠져 들어 봅니다. 

"그 보라빛 등꽃같은 아련한 기다림의 요소는 어디서 기인되어 왔을까? 깨어서 눈을 뜨고도 안개속같은 그리움의 기다림이 가슴에 서려 남아있다."만 가지고 얘기할까 합니다.  여기에서 기다림이 두번, 그리움이 한번 쓰였지만 "기다림","그리움"이란 단어를 빼고서 그 분위기를 다시 그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는 유년기에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노인들의 회한같은 정서를 많이 접했거든요. 할머니는 98세에 가셨어요. 이미 30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생각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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