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박병률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by53@naver.com
* 홈페이지 : blog. by53@naver.com &박병률블로그. https://by531124 tistory.com/
  엄니 노래할까?    
글쓴이 : 박병률    26-06-19 21:08    조회 : 24

                                     엄니, 노래할까?

                                                                                                  박병률

  설날 아침, 요양병원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가 왔다. 급히 달려갔지만 어머니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어머니를 모셨다. 장례지도사가 행사를 주관했다. 날이 밝자 조화가 배달되고 조문객이 왔다. 요즈음은 저녁 10시만 되면 유족들이 대부분 집에 가거나 여관에 가는지 상가에는 불이 꺼졌다. 나는, 어머니하고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었다. 향을 피우며 영안실에서 이틀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향이 다 타고 양초가 꺼지지 않게 지켜보았다. 향불이 꺼지고 촛불이 꺼지면 어머니와 이별을 앞둔 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이 끊어질듯만 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부모와 인연의 끈을 놓기 싫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이틀 전 둘째 사위와 딸을 데리고 요양병원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여느 때보다 기억이 또렷하고 눈이 초롱초롱했다. 손녀딸 이름도 부르고 사위도 알아봤다. 내가 옆에서 거들었다.

  “엄니, 낼모레가 2006년 설인 게 세뱃돈 많이 준비하셔.”

  어머니는 예전과 달리 내 손을 꽉 잡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

  “엄니, 노래할까?”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보았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였더냐~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승달만 외로이 떴다~.

  어머니 이름이 금순이라 기분 좋게 하려고 어머니 앞에서 가끔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가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어머니가 콧줄을 낀 채 입을 딸싹거렸다.

  입관할 때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는 수의를 입고 얼굴만 드러낸 채 관 속에 누워있었지, 화장기가 약간 있는 고운 모습이었어! 내가 맨 앞에 서서 어머니 얼굴을 마지막으로 만졌어 어머니는 피부가 하얗고 부드러웠지 생전의 모습 그대로였어, 뒤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고 발걸음은 무거웠어.’

  맨 앞에 서서 뒤를 돌아봤다. 검은 상복을 입은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엄니, 뒤따르는 자손이 많네요 엄니가 그리울 때 형제들과 좋았던 때를 이야기하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겠습니다. 이젠 아프지 말고 편히 쉬세요!”

  밖에는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고 그 뒤에 버스 한 대가 있었다. 화장터로 갔다. 화장터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머무른 뒤 고향 선산으로 가기 위해서 버스가 머리를 돌렸다. 버스로 3 시간 정도 달려서 장지에 도착했다. 아버지 산소를 도로와 가까운 쪽으로 옮겨서 어머니와 합장하기로 미리 계획을 세웠던 터라, 산소 앞에 서니 앞이 탁 트였다. 새벽이슬이 맑게 닦아놓은 흙들 그 사이로 어머니가 몸을 숨겼다.

  “어머니의 거대한 몸이 재로 변해서 한 줌밖에 안 된다니. 어머니, 아버지와 못다 한 사랑 맘껏 하셔유.”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부모님 묘소에 술 한 잔씩 따라드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이, 동상 차 밀린게 어서 올라가, 내가 마무리할게.”

  사촌 형님이 재촉했다. 포크레인 소리가 요란하고 인부들이 잔디를 심느라 분주했다. 나는 더 머물고 싶었지만 삼우제를 지낼 요량으로 못 이긴 척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은 조용했다. 슬픔에 젖기보다는 좋은 생각을 했다.

  ‘장례지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고 엄숙하게 고인에 대해 정성을 다했어, 그런까닭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 특히 붉은 천을 식탁 위에 펼쳐놓고 흰색 물감을 붓에 찍어서 한문으로 붓글씨를 쓰는데 명필이었어 [ 安東權氏...]’

  나는 글씨를 뚫어져라 바라보는데, 남들은 엄니가 93세에 세상을 떴다며 '호상'이라고 했다.


                                     한국산문 2026/05




 
 

박병률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72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112737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114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