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문경자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moon3727@naver.com
* 홈페이지 :
  담장에 핀 호박꽃    
글쓴이 : 문경자    26-05-24 18:28    조회 : 53


담장에 핀 호박꽃

 

   우리 집 담장에 호박꽃이 피었다. 봄부터 정성을 다해서 가꾸어 온 보람이 결실을 보았다. 아무렇게나 자라는 망나니 같아 보이지만 저마다 힘들고 아픔은 다 겪는 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호박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 보아야 그 화려함을 볼 수가 있다. 피고 지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사람들은 알까 마는 나름대로 자기의 멋을 한껏 뽐내는 것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 그래야 살아 남을 수가 있지. 호박꽃은 마치 범종을 닮아 우람한 소리가 숨어 있는 듯하다. 마당 한 켠 작은 화단에는 해바라기 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 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호박꽃이 으뜸이다. 우중충한 시골 담장, 초가지붕 아니면 소 마구간, 돼지우리가 있는 담장에도 화려한 황금 꽃을 피우며 자기 영역을 넓혀 나간다. 담장이라고 하지만 볼품도 없고, 금방 무너져 내릴 것처럼 보여도 호박꽃이 피는 데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빈 곳이 있어 더욱 더 따듯하고 편할지도 모른다. 건축학을 전공한 사람이나 학식이 있는 사람이 쌓은 것도 담장도 아니요 인심 좋고 마음씨 착한 동네 남정네들이 대충 눈짐작으로 잣대를 맞추어 쌓은 것이다. 도시의 벽돌담처럼 높이 쌓지를 않아, 담장 너머로 그 집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의 인정이 넘나 들었다. 바람은 돌담이 내어준 길을 지나가면서 호박꽃 속에 숨어있는 귀한 향기를 맡는다. 벌들도 날아와서 꽃 속에 들락거렸다. 파란 방울이 점점 자라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사람 사는 세상을 내려다본다.

담장아래서 살다 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칡넝쿨처럼 줄기차게 뻗어 나가는 생명력은 대단하였다. 이런 삶을 사는 나에게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생긴다. 이웃집에 사는 영순이 아버지는 그저께 밤에도 막걸리를 마시고 고주망태가 되어 나의 집 구덩이에 사정없이 오줌을 싸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몰래 카메라가 있었다면 아주 좋은 그림을 볼 수가 있을 텐데, 지린 냄새도 꾹 참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 여겼다. 매일 불안하게 살고 있는 내 모습. 어쩌다가 땅에 열매를 맺어 놓았는가! 한번은 쌍림이 동생 늦둥이가 내 엉덩이에다 꼬챙이로 대침을 놓았다. 상처가 생겨 아리고 아려 분해서 눈물도 났다. 이웃을 잘 만나야 편하고 모든 사람들과 소통도 원만해질 텐데 누렇게 익는 날까지 잘 견디어야 했다. 참다가 보면 햇볕과 바람과 비와 달빛을 받아 내 몸은 미스코리아 못지않은 몸매가 되겠지 라는 생각에 잠겨본다. 성형을 한 얼굴보다 어머니의 몸을 빌어 태어난 몸매가 최고여. 어느 때는 내 몸에서도 이상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내 몸에도 성형을 하지 않아도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겉은 반질반질 멀쩡한데 속은 거름자리처럼 더러운 것을 품고 살 때도 있었다. 어쩌다가 잘 못 품은 속내에는 벌레가 들어와 살고 있었다는 것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런 것을 보고 여자는 나를 마당으로 집어 던져 박살을 내기도 하고, 입술을 빨갛게 바른 여자는 발길로 차서 산산 조각이 났다. 마지막 장식을 겪는 일이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일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웃고 떠드는 아이들은 또 얼마나 개구쟁이 짓을 하는지. 우리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치원을 다닐 때였다. 복개천에 심어 놓은 호박이 야무지게 익었을 무렵, 하루는 세발 자전거에 누렇게 익은 큰 호박을 싣고 왔다. 어디서 따왔느냐고 물었다. 묻지 말라면서 빨리 부침을 해 달라고 졸랐다. 내가 자신 있게 하는 것이 호박 부침이다. 껍질을 벗겨 내고 채를 썰어서 밀가루 반죽을 하였다. 몰래 따 온 것을 부쳐 먹으려고 하니 어찌 내 발등이 찌릿했다. 어미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걱정은 되지만 한 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다 구운 호박전을 예쁜 접시에 담아 달라고 하였다. 녀석은 그것을 들고 뛰어갔다 와서는 숨을 헐레벌떡 쉬었다. 누구에게 갖다 주었냐고 물었다. 자기 친구 누나에게 갖다 주었다는 말에 사춘기도 아니고. 녀석은 혼자 호박전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호박은 누구나 좋아하는 기호 식품이다.

호박은 늙어서 단맛이 나고요 우리네 시집살이 말도 많다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덩실덩실 추던 동네 아낙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없는 살림살이 꾸려 가기도 힘든 때였다. 호박 잎을 깨끗하게 씻어 잘게 잘라서 쌀을 넣고 한 끼의 죽을 끓여 먹는 일도 있었다. 호박을 많이 심는 이유도 알았다. 개구쟁이들은 담장아래 숨어있는 호박을 발견하면 꼭 해코지를 하였다. 뾰족한 돌멩이를 박아 놓거나 먹지는 못할 망정 막대기로 찔러나 보자 하는 맘. 그럴 때는 아낙들이 부지깽이를 들고 쫓아다녔다. 따라 갈수도 없는 몸집에다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도 그저 귀엽고 예쁜 담장 위에 있는 호박도 웃는 그런 때였다.

호박꽃이 필 때 면 골목길이 훤하다. 열매가 맺어 익으면 보석함이 되었다. 뚱뚱한 허리선을 가르면 그 속에는 황금빛 나라가 있었다. 눈이 부시다. 거미줄처럼 엉겨서 영양분을 먹은 실핏줄이 엉겨 붙어있었다. 부드러운 잇몸에 달라 붙어있는 하얀 치아가 일렬로 줄을 섰다. 그 속에는 벌꿀의 달콤함과 나비가 날아와 찍어 놓은 발자국도 있었다. 호박은 보석 중의 보석이다. 늦게 피어난 호박꽃은 열매를 맺지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메마른 줄기에 고추잠자리 날아와서 쉬어 가는 담장은 외롭지 않네

 
   

문경자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48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111045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112683
3 까불이 염소 문경자 06-03 4970
2 단발머리 빗어 주시던 아버지 문경자 06-03 5112
1 머슴아가 휘파람을 불 때 문경자 06-03 5399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