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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뮌헨 하늘, 두개의 푸른 별을 찾아서 (수정본)    
글쓴이 : 국화리    26-03-01 12:46    조회 : 67


                        

                             뮌헨 하늘,  두 개의 푸른 별을 찾아서


                                                                                                     국화리                                                          

   

 독일 남부에 자리한 뮌헨은 자연과 예술이 나란히 숨 쉬는 문화의 도시다.

12세기 바이에른 왕국의 흔적을 간직한 이곳에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자리하며, 오늘날까지도 예술과 지성의 향기가 도시 전체에 배어 있다. 무엇보다 뮌헨은 한국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 두 지성이 머물렀던 공간이기에, 나에게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 별은 이미륵(1899~1950)이다.

함경도에서 태어난 그는 3·1운동 이후 일경의 추적을 피해 독일로 망명했다. 뮌헨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독일 사회에서도 깊은 존경을 받은 한국 지성이었다.

두 번째 별은 전혜린이다. 6·25전쟁 직후 서울 법대를 떠나 독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뮌헨으로 향한 젊은 지성. 그녀는 이 도시를 ‘자유와 예술, 청춘과 모험의 공간’이라 불렀고,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한국 청년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나는 두 사람의 흔적을 따라 뮌헨의 거리를 걸었다.

전혜린이 다녔던 뮌헨대학교 주변은 4~5층 석조 건물들이 단정히 늘어서 있었고, 일요일 오전의 거리는 8월의 햇살 속에 고요히 잠겨 있었다. 그녀가 수필에서 언급한 슈바빙 거리, 카페와 가스등, 청춘과 사색이 교차하던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나는 그녀의 숨결을 더듬었다.


한적한 개선문 앞에서 사진을 찍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잘못 찾아온 건 아닐까.’

거리는 적막했고, 사람과 차량도 드물었다. 일요일 아침, 시민들은 교회로 향했을까. 나는 숲길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걸으며 사색에 잠겼다. 이중 가로수가 길게 늘어진 그 길을, 그녀 또한 같은 마음으로 걸었으리라.


  전혜린이 독일에 도착했을 즈음, 이미륵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여전히 뮌헨에 살아 있었다.

전혜린은 귀국 후 이미륵의 자서전 『압록강은 흐른다』를 한국어로 옮겼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평화로운 삶에서 시작해, 신식 교육을 통해 민족의식에 눈뜨고 3·1운동에 참여한 젊은이의 삶을 담고 있다. 일경의 추격을 피해 독일로 망명하게 되는 그의 여정은 한 인간의 기록이자, 한 시대의 증언이었다.


  나는 뮌헨 외곽 그레펠핑 시에 있는 그의 묘소를 찾았다.

고급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공동묘지는 작은 공원처럼 단정했다. 독일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정원에서 교감하듯 공존한다. 검은 대리석 묘비에는 그의 삶이 조용히 새겨져 있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신 박사님께서는 1919년 3·1운동에 가담하시고…

      『압록강은 흐른다』를 통해 동서 문화의 교량 역할을 하셨다.”


   이미륵은 맹자와 소동파의 시를 줄줄 외우던 총명한 소년이었다. 경성의학전문학교 재학 중 항일운동에 참여했고,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독일 중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47년부터는 뮌헨대학교에서 한국어와 중국문학, 동양사를 가르쳤다. 반나치 인사였던 후버 총장이 히틀러 정권 아래서 처형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이역의 땅에서도 또 하나의 폭력의 역사를 목도해야 했다.


  생전에 단 한 번도 고국 땅을 밟지 못한 그는,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듣고도 돌아갈 수 없었다. 그의 슬픔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산의 역사와 겹쳐진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전, 그는 독일에서 51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다. 대한민국 정부는 1963년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나는 다시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구 시청사 앞을 거닐고, 500년 역사를 지닌 레스토랑에 들러 생음악과 함께 맥주와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이곳 또한 한국의 별들이 스쳐 갔을 공간처럼 느껴졌다.


  한국이 낳은 두 천재, 이미륵과 전혜린.

한 사람은 이역에서, 또 한 사람은 귀국 후 짧은 생을 마쳤다. 전혜린이 번역한 사강의 『어떤 미소』, 케스트너의 『파비안』,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그리고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흔들며 한 시대를 밝혔다.

  그녀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다녀온 딸이 사온 몇 권의 문학책 사이에 끼어 있었다. 한때 밤잠을 설치며 읽던 책을, 딸이 내 앞에 내밀며 “이 작가 알아?” 하고 묻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한글 사전을 찾아 뜻을 빼꼭이 적어 놓은 책을 다시 펴들고 그 옛날의 그리운 작가를 다시 만났다.


   비록 그들의 생은 짧았지만, 남긴 정신의 빛은 세월을 넘어 살아 있다.

그들의 영혼이 스며든 뮌헨, 이 도시는 이제 우리 민족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공간이 되었다.

예술가의 향기가 남아 있는 슈바빙 거리에서,

나는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뮌헨의 밤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푸른 별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깊은 영감을 전해주어 모녀가  오래 포옹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국이 낳은  뮌헨의 두개의 푸른 별은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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