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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청 시민위원장과 나    
글쓴이 : 오길순    26-11-08 20:09    조회 : 192

                                                   

                          검찰청 시민위원장과 나

                                                                                                                                                                                                                                   오길순

 삼전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상위 0.1 프로의 황금 노조가 기어이 황금 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야 하느냐는 원성도 있었다. 노사 간 28시간 마라톤 협상도 무위로 돌아갈 때는 온 나라가 긴장했다. 세계적인 초 일류 기업의 노조 파장이 국가 경제에 무리가 되지 않기 만을 바랐다.

 15, 6년 전, 유학 중인 아들을 방문한 히스로 공항에서였다. 낯선 나라의 저녁이 조금은 두려웠다. 그때 길 너머에서 대형 영상이 눈에 띄었다. 삼성 광고였다. 사막의 밤, 점등 인을 만나면 그리 반가울까? 타국의 밤길에서 고향 사람이라도 만난 듯 가슴이 활짝 펴졌다.

 저렇게 경제를 살려왔구나. 대양과 산맥을 횡단할 때 얼마나 험난했으랴! 달러 한 푼을 벌기 위해 온 세상을 누빈다 던 어떤 바이어(Buyer)도 떠올랐다. 한 사람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일은 산 전 수전 공중 전이 다름 없을 터였다. 촌각을 다투며 목숨을 건 무역 전쟁이었을 것이다. 

 난생 처음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있다.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리 무겁지 않으련만. 어쩌자고 겁도 없이 서울중앙지방 검찰청 시민 위원장(이하 검찰청 시민 위원장)을 수락했을까? 고희도 넘은 아녀자가 A조 시민 위원장의 당연 직인 부의 심의 위원장까지 되어 국민적 대형 사건까지 진행해야 할 때는 숨이 막힐 정도로 후회 막급했다.

 2020년은 참으로 엄혹했다. 코로나 공포로 온 국민이 떨었다. 특히 검언 유착이니 흰 구두니 입시 비리니 국민적 사건마다 불안도 고조되었다. 그중에도 대기업 총수의 형사 처벌 부의를 배당 받았을 때는 참으로 벅찼다. 내 말 한마디에 나라의 경제가 좌우될까 봐 토씨 하나도 두려웠다. 주님, 당신은 나의 피난처, 나의 안식처, 제발 보살펴 주소서. 유관순 열사나 안중근 열사도 그리 간절했을까?

 그해 6월, 드디어 대기업 총수의 부의 심의 위원회가 열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 회의 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위원들도 모두 긴장해 보였다. 문득 이 땅에 나를 내놓으신 신의 뜻이 바로 이것인가 싶었다. 참으로 절체절명 순간 전장의 장수처럼 비장해졌다. 

 여덟 시간 마라톤 토론으로도 심의가 부족했다. 목이 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 후의 파장을 상상할 때면 초조를 떨치기 어려웠다. 가부 간의 모든 역사적 책임이 내 어깨에 있는 듯 무거웠다. 

 “위원장님! 물 한 모금 마시세요.”

 어떤 여성 위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생수를 건네주었다. 그들도 목이 타는 듯했다. 마스크로 얼굴도 가린 채 온종일 심의하는 그들이 참으로 거룩해 보였다. 그래도 아무도 시간을 탓하지 않았다.막중한 책임감에 다른 생각이 들 새가 없었다.  

 검찰청 시민 위원회는 시민들이 시민의 형사 사건을 판결하는 검찰청 시민 기구이다. 1개 검찰청에 1개 조 15명 구성으로 A, B, C, D 4개 조 모두 60명 위원이다. 서울지방 5개 검찰청(서울중앙, 서울동부, 서울서부, 서울남부, 서울북부)에 300여 명의 시민 형사 재판관이 있는 셈이다.

 검찰청 시민 위원회는 주 1회 조 별로 회의와 토론이 진행된다. 매주 5개 검찰청에서 수십 건의 형사 사건이 시민 재판관들에 의해 판결 되는 셈이다. 조 위원장의 진행과 15명 위원의 표결로 결정된다. 다수결이기에 위원의 한 표가 절대적이다. 그 결과는 곧 지방 검찰청에 보고된다.

 반면 검찰청 부의 심의 위원회는 검찰청 시민 위원회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국민적 의혹이 있는 대형 사건 만을 부의 심의한다. 부의 심의 위원장은 진행만 할 뿐 투표권이 없다. 이때 부의 심의 위원 15명은 서울 5개 청 시민 위원 300 여 명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한다( 위원장 포함 16명). 그래서 대형 사건마다 부의 심의 위원이 바뀐다. 그 심의 결과는 곧 대검찰청에 보고된다.

 대검찰청에서는 보고된 결과를 바탕으로 곧 수사심의 위원회를 연다. 전직 대법관이 심의 토론을 진행한다. 수사심의 위원회가 승리의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대부분 수사심의 위원이 전직 법조인인 법률가들이기에 그 결과는 어떤 법률 기관보다도 공정하다고 인정된다. 마침내 국민적 관심을 가진 대형 사건 결과가 언론에 대서 특필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회의 실에서 시민 위원회를 진행할 때마다 고마워지는 사람도 있었다. 몇 년 전 내 수필집을 각색했던 작가이다. 그와 몇 년 간 소송 중에 얻은 법률 용어는 무척 요긴했다. 어쩌면 그는 오늘을 위해 하늘이 보낸 대 천사 미카엘라가 아니었을까?

 나는 30 여 년의 교육 현장과 20 여 년의 문학을 체험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라에 봉사하고자 지원한 단체가 검찰청 시민 위원회이다. 검찰도 난해한 사건들을 시민 위원회에 위임한 것은 시민 위원들도 각처의 전문가들인 때문이다. 교사 교수 세무 회계사 등 다양하다. 교통사고 사건은 자동차 노조 위원장이 누구보다도 전문가였다.

 내가 부의 심의 위원장까지 감당할 줄 알았더라면 시민 위원 지원을 망설였을 것이다. 나라를 몇 년 간 들썩인 어마 무시한 사건들을 맡을 줄 알았더라면 아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철통 보안으로 수행해 주던 수사관들에게서 침묵의 소중함도 배웠다. 국가의 공복이라는 임무에 철저한 그들이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전문가인 시민위원들을 만난 일이다. 어떤 사건도 예리한 통찰력으로 관통했다. 내가 시민 위원 2년과 위원장 2년(2017.11-2021.11)등 4년을 무난히 마친 것도 예비 판사처럼 공정하고 정의로운 그들 덕분이기만 하다.

몇 년 간 마음을 바친 결과인가. 검찰총장 표창(2020.11, 대검찰청)과 감사 패(2021.11.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를 받았다. 그간의 고난을 생각하니 대통령 표창보다도 가치 있게 여겨졌다. 사건을 맡았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태우며 고뇌했던가. 

 심의 결과에 대한 회의록을 결재할 때마다 손길이 떨렸다. 특히 부의 심의 위원 회의록을 대검찰청에 상정할 때는 저절로 기도가 간절했다. 내 손끝으로 쓴 사인(shign)이 세상의 빛이 되기를. 누군가 약자에게 큰 희망이 되기를. 그리고 국가 부흥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업은 사회 경제에 기여하는 조직 체이다. 공기업은 물론 사기업도 국가 경제의 디딤돌이며 버팀목이다. 더욱이 다국적 초일류 대기업이야말로 국가의 대들보가 아닌가. 그들이 창출한 이윤으로 먹고 마시고 감히 해외여행까지 하니 고맙기만 하랴! 1달러를 벌려고 사막을 점등 인처럼 횡단했을 기업인들, 그들이 오 대양 육 대주에서 벌어온 달러는 차마 쓰기가 아까울 때가 있다.

 요즘 검찰청 폐지 운운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 된다. 검사들의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사건 기록들. 밤새워 읽어도 부족할 그 많은 준비 서면 들. 사무실에 야전 침대까지 놓고 밤새우는 검사도 보았다. 그야말로 양지를 지향하는 음지처럼 햇볕도 들지 않는 곳에서 격무에 시달려도 사명이려니 기쁘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기른 최우수 인재가 그들일 것이다. 꼭 떠나야만 한다면 더욱 큰 재목으로 쓰이기를 기대해본다. 어쩌면 나라 위해 열성을 다한 그분들이 아닌가? 앞날에 빛나는 서광이 비추기만을 염원한다.

“삼성은 대한 민국 뿐만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그분이 의뢰했다면 당연히 심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검사 님, 시민 위원회에서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삼성 사건이다. 진행과 기각 결정권이 시민 위원장에게 있었다. 미력하지만 어려운 사건도 무리 없이 보살펴주신 분은 신이라고 생각된다. 그분께 한없이 감사하다. 그분이 아니었으면 그런 어마 무시한 사건들을 미력한 내가 감당할 수 있었으랴! 

 훗날 역사는 수필가 오길순을 국가 사회적 사건들을 진행한 검찰청 시민 위원장으로 기록하리라. 그리고 공포의 여덟 시간을 아낌없이 바친 부의 심의 위원장으로도 기록하리라. 2010년 창립한 검찰청 시민 위원회 역사에 첫 여성 위원장이었다니 작은 나룻배가 장강을 건너온 듯 감사하기만 하다. 기원하건대 국가 경제가 영원히 창대 하기 만을 손 모아 염원한다.

                『한국산문』 2026.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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