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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미가 말했다    
글쓴이 : 곽지원    26-07-08 09:01    조회 : 225

하미가 말했다

 

곽지원

 

 문이 열렸다.

 낯선 냄새가 바람을 타고 훅 들어왔다. 집사 부부와 함께 들어오는 쟤들은 또 누구냐?

집사의 처제 커플이 일주일이나 뭉개고 지내서 숨통을 조이더니, 이번에는 장인과 장모라고 한다. 집사 부부가 며칠 전에 결혼식을 한다고 분주하더니, 왜 내가 정신이 사납냐.

 나보다 8개월 먼저 태어난 누나 메루는 밸도 없나? 낯선 사람에게도 쪼르르 달려나가고 평소처럼 잘도 돌아다닌다. 저럴 때면 강아지가 아닌지, 그녀의 정체성이 의심스럽다.

 목이 너무 말랐다. 종일 집사 방에만 갇혀(?) 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내가 졌다, 졌어! 분수대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내 등 뒤로, 여자 집사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 어머, 하미가 드디어 나왔어! 엄마, 쟤 진짜 장족의 발전이야. 유진이 있을 때는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는데! 하미, 진짜 자랑스럽다!"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는 길, 어라? 여긴 원래 우리 방인데 문이 굳게 닫혀 있네? 집사의 처제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작은 방문을 활짝 열어 놨었는데, 이 장모라는 여자가 우릴 싫어하는구먼!

 "문 닫아, 여보! 고양이 들어와!"

 쳇, 손님 주제에 텃세라니!

 

 "으이구, 빨래해도 소용이 없네. 고양이 털이 다 안 빠졌어!"

 "베개랑 이불도 장난 아냐! 돌돌이를 돌려도 털이 끝없이 나와."

 "물컵에도 털 들어간다. 뭘로 좀 덮어놔."

 "말할 때 자꾸 입술에 털이 묻어 나와."

 아니, 장인이란 양반은 더 심하네. 무슨 남자가 저렇게 털에 예민해? 아까는 나와 메루에게 이리 와보라며 온갖 달콤한 말로 꼬드기더니, 그깟 털이 무슨 대수라고!


 저녁 식탁에서도 이어지는 그놈의 털 타령.

 "아마 한국까지 따라갈 거예요, 털이."

 껄껄 웃는 우리 집사. 이 얘길 듣고 내가 웃어야 해, 울어야 해?

 

 그래 봤자 너네는 내 세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 내 털이 이 집안 구석구석을 다 헤집고 다니니까.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스네이크 로드에 자리한 이 집은 메루와 나의 보금자리. 너네 딸과 사위는 우리 집사일 뿐이라고!


[한국산문] 26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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