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봉혜선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ajbongs60318@hanmail.net
* 홈페이지 :
  유(ㅠ)    
글쓴이 : 봉혜선    26-06-16 07:45    조회 : 724

()


 미용실이 까까? 뽀까!(깎아? 볶아!). 가위손(영화 명) 등의 이름으로 간판에 등장하면서 그 신박함과 재기발랄함이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고 느꼈다. ‘까까는 깎는다는 미용실 본연의 일을 소리 나는 대로 쓴 단어로 어린아이가 발음하는 과자에 빗대어 친근감 있고, ‘뽀까는 퍼머넌트의 약자인 파마 대신 쓰는 말이어서 정스러웠다. ‘가위손미용실은 가위를 능숙하게 놀리는 미용 기술자를 연상할 수 있었다.

 깎아보개. 개와 고양이의 털을 깎아 준다는 전문 털 가게 상호다. 동물,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에서 기르는(기르는 이라고 말해도 안 되는 세상이다. 기르는 것이 아니라 반려자와 같은 의미를 지녔으므로 반려 동물이라고 해야 한단다.) 반려 동물이라는 명칭 내지 호칭을 처음 들었을 때 무엇을 반려(사전의 의미가 서류 따위를 접수하지 않고 되돌려 보냄이라는 단어)한다는 말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사고를 무한 확장하게 하는 우리말 이야기다. ()리나라, 오리 날다, 지금 회(생선 요리 중 회)식 하러 간다. 처럼 이름만으로도 고를 수 있는 쉬운 가게 이름도 기억에 남는다.

 “어디야, 이디야”(커피 전문점, 아니 체인점. 커피 전문점이라고 말하기는 어폐가 있다. 커피 이외에 식사대용인 브런치를 특화해 아침과 점심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간이 식당이라고 해야 맞다. 커피 외의 음료가 베스트셀러 마실 거리이기도 하다.)는 체인점의 이름과 비슷한 우리 말을 넣어 만든 상호로, 주로 명사로 국한하던 상호의 영역을 깨뜨린 신박함으로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특성 상 어느 상가마다 있는 술집에서, 튀는 것을 싫어하여 아무거나 시키자는 한국인의 집단성과 몰 개성성을 공략한 아무거나라는 안주도 있다.

 베나치오(배 낫지오)라는 약 명까지 장르를 초월하고 외국어와 우리말을 그것도 소리 나는 대로 이용해 상술에 이용하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노래의 변형인 토요일은 이 조아.’ 시도 때도 없는 먹방 프로그램이 요일과 시간 이동으로 어느 정도 호소력을 회복했다. 신조어가 성공을 약속하기라도 할 듯 불특정 다수를 공략하며 대표 얼굴로 내놓는 것이 시대 현상이다. 유행어를 상호로 내놓은 가게들이 오래 갈 수 있기 바란다.

 성지 순례를 본 딴 빵지 순례’, 호모 사피엔스의 아류 격인 호모 센티멘탈리스라는 말도 횡행한다. 뜻만 통한다면 신성 모독이든 저작권이든 개인의 독자성을 나타내는 이름이든 갖다 쓰면 내 것이 되는 첨예한 시대다. 봤다. 1, to the . 이런 단어들을 대체할 꼭 맞는 우리말이 없다? 혹은 언어나 글자도 나이를 먹으므로 사전에 없는 글자를 만들어 쓰는 것이 AI니 챗 지피티Chat-GPT시대에 걸맞은 현상이 아닐지. 혹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 없던 물건이나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니, 말도 언어도 글자도 혹은 표현 방식도 새로워지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수수께끼니 어불성설을 앞세워 변화를 탓한다면 시대착오가 아닐까.

 이미 시대가 바뀌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전화로 예약하는 단계를 넘어 인터넷 상이 아니면 예약이 기본인 여행도 가능하지 않다. 전화를 해도 받는 상대는 자동 대답 시스템ARS이다. 키오스크가 아니면 간단한 분식도 먹지 못한다. 노년 세대의 걱정도 외면할 수 없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한다면 저승에 가서 지옥으로도 갈 수 없다는 뼈아픈 농담도 지나칠 수 없다. 지금은 도움의 손길도 간간히 뻗쳐오지만 저승문 앞에서 우물쭈물하다가 초기화가 된다면? 아무거나 눌러서 지옥행이라면?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공고도 쉽게 눈에 띈다. 신용을 담보로 하는 카드가 현금을 대신하더니 카드가 스마트폰으로 들어간 지도 오래다. 스마트폰이 시대의 리더다. 한 손에 세상이 들어와 있고, 세상을 한 손에 쥐고 쥐락펴락하는 젊은이들이 시대를 끌고 간다. 같은 못갖춘마디나 덜 갖춘마디의 한국어도 sns상에서는 기본 용어로 회자된다. ㅇㅋ라는 대답을 오케이로 알아듣든 이크로 해석하든 그것은 받는 사람이 해석할 숙제다. 이미 받는 입장보다는 내 시간 바쁜 것이 더 중요한 시대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제 말을 하거나 제 주장을 내세우며 살기 바쁜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다. 아무도 제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으니 아무 말 대잔치라도 벌여 이목을 끌어보자는 개인화의 시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세대라고 개탄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려면 주요 수단은 다름 아닌 글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명칭에도 주목하자. 전화 기능이 뒤이다. 온 동네에 전화 한 대만 있던 때로부터 그리 멀리 오지 않았다. 변화의 물결은 급격하게 몰아쳐 스마트폰이 한 사람 당 한 대인 때다. 집에 있던 전화기가 오장칠부처럼, 손에 달린 심장처럼 가까이 있다.

 읽지 않는다는 책도 스마트하게 폰에 감싸여 있다. 스마트한 세상의 소통 수단인 글, 혹은 글자는 예전처럼 구구절절하거나 늘어지지 않는다짧고 신박한 정보만 이목을 끈다TV에서 대하드라마가 인기를 누리던 시절도 막을 내렸다. 본문부터 치고 들어가 단박에 승부를 내는 추세가 세계적인 현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처리해야하는 일을 못하고 끙끙대다 도움을 청하니 막내아들이 빠르게 알려주다 못해 드포니 좀 줘 봐라고 했을 때 알아듣지 못했다. 핸드폰이라는 이름에서 성을 뺀 단어라는, 그들의 세상에서는 일상어라는 설명에 느낀 당혹감이란. 얼른 정신을 차려보자.

 한글이 어렵다는 외국인들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정서로 제조한 단어가 장르를 불문하여 늘어간다. 사랑스러운 색에 느낌을 더한 분홍분홍해사랑의 개수라도 셀 기세인 ‘4랑해후추를 뿌리는 양을 나타내는 후추추추’···.

 한글의 확장세는 K-영향력에 지대하다. 세계적인, 대한민국에 국한하지 않는 현상이라는 증거를 보지 않았는가. 우리가 리드하는 K를 앞세운 문학으로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는 때다. 유토피아의 아류인 숲토피아, 개토피아. 물멍, 숲멍, 비멍. 역세권을 패러디한 숲세권, 붕세권(붕어빵 가게가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른 분류), 커밍아웃을 암밍아웃으로 꼬아, 정복할 수 없고 끝을 의미하던 암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한다. 희대를 풍미하던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류인 오드리 될 뻔이라는 닉네임은 공손해서 오히려 친근하다. go go 같은 조합도 말이 되고 심()봤다 처럼 한자를 조합해도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고 한글의 신박함과 무한 확장성에 새삼 놀란다.

 손 편지를 받았다. 보험회사에서 보험 관리 직원이 바뀌었다는 소식이다 새 담당자가 정성을 기울여 쓴 편지의 손 글씨가 예쁘다. 그러나 잠깐, 그런 앱이 있다면? 손 편지에 잠시 감동한 나는 속은 것인가. 감정을 낭비했으며 시간을 도둑맞은 것이 아니냐. 담당이 바뀌었다고 오랜 시간 자동이체로 나가는 줄도 모르는 보험을 새삼스레 해약할 것도 아니므로 이건 . 이건 정말이지 ㅠㅠ. 신조어에 뒤통수 맞은 것 같지만 아직 새로운 시대인 AI는 이제 갓 선을 보였다 한다

<<계간 현대수필 138, 신조어 채널. 2026 여름>>


 
 

봉혜선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7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112476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114143
60 남과 다른 지금의 나, 그 고유성 봉혜선 08-20 5770
59 남쪽 아래 남쪽 봉혜선 08-20 5806
58 차를 마시며 봉혜선 03-20 5133
57 촘촘한 초록 봉혜선 03-20 4524
56 역류, 막힐 수 있습니다 봉혜선 03-11 5043
55 유리창 닦기 봉혜선 03-07 5954
54 5-3 봉혜선 03-07 5591
53 일 년에 천 끼 봉혜선 01-21 8707
52 바닥이 품은 뜻 봉혜선 12-06 7534
51 새로 세 시 봉혜선 10-04 7792
50 잿빛 비둘기 봉혜선 09-09 7854
49 책등이 사는 나라 봉혜선 09-09 7291
48 기울어지다 봉혜선 09-06 8315
47 삼 세 판 봉혜선 09-06 7558
46 종로3가 6번 출구 봉혜선 09-01 8451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