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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밤과 인민군 병사의 총부리 앞에 아버지    
글쓴이 : 김사빈    25-05-29 07:35    조회 : 1,829

나는 열살에 625 사변을 무주구천동에서 겪었다. 무주구천동은 625사변 3일전에 빨치산이 점령했다.

우리는 피난을 못가고 지리산 부근에 있던 빨갱이들과 이북서 넘어온 인민군들의 치하에 한여름을 살았다. 우리 집은 고급 장교 집이 되고 아버지의 근무지인 초등학교는 인민군 일개 사단의 주둔지이었다.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에 선생이 6명이 있는데 그중에 한명이 빨갱이 이었다. 워낙 아버지가 착해서 해를 당하지 안했다 (우리 아버지를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고 말함) 우리는 건너 방에 살고 안방은 장교들의 사무실이었다,

한여름 인민군과 함께 살다 가을에 인민군이 이북으로 쫓겨 갈 무렵은 신작로에 그 인민군 행렬이 끝이 없이 길었다. 그 긴 행렬에는 13세 소년도 있었다. 그들은 거의 다 다리가 퉁퉁 붓고 발도 부어 붕대를 감고 걸어가는 인민군도 있었다.

우리 집은 한여름 피난가지 않고 편안하게 살았다.

구천동의 산 주인이 다 피난 간 산에 우리는 신나게 알밤을 주어왔다, 주인 없는 산에 가서 나무만 흔들어도 알밤이 우수수 떨어졌다. 언니와 나는 한 자루씩 주어 왔다. 마루에 말리고 있었다.

9월이 되니 우리 집에 있던 인민군은 다 떠나고 신작로에 인민군이 줄지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지나가던 인민군이 쫓겨 가면서 먹을 것이 있나 하고 우리 집에 들어 왔다가 아버지 방을 뒤지었다. 왜 뒤지었나 생각은 안 나지만 아버지는 매일 일기를 썼다,

오늘은 인민군이 마을 소를 몇 마리를 잡아갔다, 오늘은 되지를 끌고 갔다. 닭도 많이 잡아갔다, 등등 그들의 행동을 일기 쓴 것을 인민군이 보았다,

인민군이 일기를 보더니, 이놈이 악질 반동분자네 하더니, 이런 놈은 죽여야 한다고 하면서 총을 아버지 머리에 겨누며 죽인다고 했다.

언니와 엄마는 울면서 잘못했다고 두 손을 싹싹 부비며 빌고, 아버지는 사시나무 떨 듯이 벌벌 떨었다. 두 동생과 나는 그냥 울기만 했다. 아버지를 죽이면 어쩌나 무섭기만 하여 엉엉 울고 언니는 마루에 널어놓은 알밤을 자루에 한 자루 담아서 그 새파랗게 젊은 인민군 앞에 놓고 가져가져가요,

엄마는 두 손을 들고 잘못했다고 빌고 우리는 울고 있었다.

그 젊은 인민군은 그럼 반성 하시오, 내일 다시 올 것입니다. 하며 알밤 한 자루를 가지고 갔다.

나는 살려 주세요 우리 아버지 살려 주세요 울며 빌었다. 아버지는 안 죽었다, 하나님은 내가 울고 빌었던 것을 들어 주신 것이다,

아버지는 그날로 산줄기를 따라 구천동을 떠나 무주를 지나 영동을 가시었다.

우리 식구 다섯 식구만 남았다. 아버지가 떠나시고 무주구천동은 여전히 무주와 고립되고 인민군

점령 지었다. 서울 수복이 되었어도 구천동은 인민군 점령 지었다.

다음해 1월이 되어서 수복이 되었다. 이야기는 75년 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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