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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    
글쓴이 : 봉혜선    26-03-10 15:34    조회 : 24

침대

 

 정형외과에 와있다. 어깨에 문제가 있다고 물리치료를 권한다. 먼저 힐링 베드로 안내된다. 누운 몸 위 가슴께에서 커튼이 쳐지듯 덮개가 내려온다. 손을 차려 자세로 놓았다가 막힌 옆이 좁고 몸에 눌리는 듯 해 가슴에 놓는데 커튼에 걸린다. 약간 불편하다. 몸 아래로는 따듯한 물방울들이 마구 다닌다. 마사지를 하는가 보다. 허리를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배가 흔들린다. , 이거 오래 누워 있으면 뱃살이 좀 빠지겠는 걸. 잠시 어깨를 잊는다.

 두 번째 순서는 원적외선과 전기파다. 오른쪽 어깨를 위로 한 채 벽을 향해 누운 자세다. 어깨에 빛이 비치고 전기 자극도 있다. 세게 하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견딜 수 있는 정도에서 좋다고 했다. 장판을 깔아놓은 듯한 침대에 온도는 뜨끈한 정도다. 아픈 부위는 병원에 맡기고 이 순간은 따듯함을 즐기기로 한다. 언젠가 에어컨이 돌아가는 여름에도 침대에 온도를 넣어달라고 했다. 한국사람 아니랄까 봐 지지는 게 좋은 거다. 아프니 내 몸이 하자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놀라던 간호사의 표정쯤은 무시하기로 했다.

 개원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병원이라는 소개에 무색하지 않게 치료받을 침대 순서가 또 있다. 아쿠아 베드다. 뒷골목에선지 스치듯 읽었던 물침대를 먼저 만져본다. 꾸울렁, 느낌이 전달된다. 나쁜 짓 아닌 나쁜 생각한 것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얼른 몸을 일으켜 구석에 빈 데로 가 또 신발을 벗고 올라가 눕는다. 예의 그 물방울 같은 자극이 사정없이 온몸을 훑는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인어공주가 물방울이 되었다가 터진다는 슬픈 이야기가 떠오른다.

 물방울은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터지지 않으려고 사방팔방으로 몰려다닌다. 형태를 흩뜨리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다리 께에 전해지는 자극은 그래서 더 진하다. 종아리도 아픈 부위일까. 드러나지 않던 아픈 부위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오른쪽 어깨에서 받는 자극은 이번에도 없다. 네 개뿐인 이 설비에 환자가 다 들어찼던 지난번에는 기다리기까지 했다. 처음이어서 지시대로 했지만 효과가 있다고는 여기지 않았는데 오늘은 환자가 나 혼자라서 자리도 마음대로 가서 누우라고 했다. 침대마다 살펴보니 호출 버튼과 간단한 기계 뿐 원격으로 조정해주고 시간이 되면 움직이던 침대가 멈추니 내려와야 한다.

 팔의 불편함도 말하니 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X-ray를 찍자고 했다. X-ray실에도 여지없이 침대가 있다. 군더더기 없고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침대는 인정 없는 사람 마음처럼 보였다. 누워 쉴 수 있는 곳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어깨 부위와 목에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주사실 순서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두 대, 누워 한 대다. 누운 채 맞지 않는 이유를 묻고 싶었으나 병원에서 지나친 호기심은 금물이라는 것이, 더구나 이런 사소한 질문은 삼가는 것이 맞다고 알고 있으므로 입을 열지 않는다. 의사와의 상담 자리 옆에도 있던 침대를 떠올린다.

 아픈 데가 낫자고 간 병원 방문은 피곤하다. 집에 오자 바로 침대에 누웠다. 내 집이 편하다. 이 말은 수정해야 옳은가. 내 침대가 편하다,? 병원에서 내내 침대에 누웠던 생각을 하니 실소가 나온다. 몸져누운 상태로 입원하면 환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침대다. 병원의 규모를 가늠하는 기준이 침상 보유 갯수인 것도 떠오른다. 개인용품으로 지급되는 환자복도 침대 생활에 꼭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입원했던 지인이 내내 침대에 식탁을 펴놓고 앉은 상태로 있는 것을 보고 병원 생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침대보다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을 단죄한 그리스 신화 프로크루스테스 이야기가 떠오른다. 프로크루스테스는 두들겨 펴는 자라는 뜻으로 자신의 뜻에 안 맞는 자들을 처단했다고 하는 이야기다. 왜 하필 침대였을까 하는 의문은 접어둔다. 외국 소설에서 감옥에 갇힌 죄수에게 침대 하나씩만 배정되었다는 글을 보며 어린 마음에 침대를 갖고 싶어 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죄수에게도 주는 침대가 왜 내겐 없을까, 하며.

 여행의 맛을 호텔의 침대에 기준을 삼는 지인은 숙소를 제 1 조건으로 두고 여행지를 소개해준다. 내친 김에 최고로 치는 호텔의 침대를 찾아보니 부대시설, 침구, 서비스만큼 침대 가격이 어마무시하다. 먹는 것에 집중하는 남편과 둘이면 때로 차박도 불사해 왔다. 나이가 들어가며 휴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더불어 먹는 양도 줄어 여행의 맛을 변경할 필요를 느꼈다.

 최근에 다녀온 전원주택에 놓인 하얀 시트를 깔아놓은 침대가 무척 부러웠다. 보통 집을 방문할 때 침대가 놓인 방은 일별만으로 끝내기 마련인데 그 집 침대는 설치품이나 장식품 같아 보였다. 구경을 청한 방에 놓인 하얀 시트와 벽에 걸린 하얀 커튼은 커튼으로 가려놓은 설경과 더불어 내 마음으로 깊이 들어왔다.

 남편과의 각방살이 후 잠자는 시간이 무척 아까웠고 잠자는 비품들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운동할 때 쓰는 매트에 얇은 면 깔개 정도로도 충분했다. 아파트에서 방마다 주인 역을 하는 침대는 방을 좁게 쓰게 하는 주범이다. 내 방으로 쓰는 방에는 사방을 둘러 책장이고 거울도 들이지 않았다. 화장대는 남편과 쓰던 방에 둔 채 책장이면 되었다.

 지인의 집 방문 후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내 방에 대혁신을 주기로 했다. 안방에 있던 화장대를 들어내고 작업실에서 쓰던 컴퓨터 책상을 옮겨 남편 비품 놓을 자리를 마련했다. 작업실로 책장 하나를 옮겼다. 방에서 간이 책상으로 쓰던 가로가 좁은 탁자를 화장대로 쓰기로 했다. 침대를 들일 공간이 나왔다. 방 세 개를 정리하니 각 방이 비로소 제 기능을 갖추었다.

 요즘 침대는 서랍을 크게 하려는 의도인지 걸터앉을 수 없을 만큼 높다. 그 큰 서랍 속으로 자잘한 비품들을 넣으니 걱정만큼 좁지 않은 방이 되었다. 하얀 시트와 하얀 커튼도 맞추었다. 침대 이름도 지었다. ‘다락 침대.’ 침대 바로 옆으로 다가온 창문 밖으로 옆집 고양이가 넘어와 친구가 되었다는 소공녀라도 된 것 같다. 마음도 하얗게 되어갈 것 같다.

  보기에 좋다, 누울 자리. 편안하다높은 만큼 전보다 마음먹어야 침대에 오르게 되었다어쩌면 더 오래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침대에 자주 오를 나이로 진입하니 마음뿐 이니라 몸도 편안해지고 싶다. 정리하는 나이에 부리는 사치에 오늘 밤도 좋은 시간이길. 꿈도, 잠도, 내일 새로 맞을 아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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