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문경자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moon3727@naver.com
* 홈페이지 :
  라면은 못 끓여요    
글쓴이 : 문경자    26-08-15 00:26    조회 : 22


라면은 못 끓여요

 

        맛있는 라면은 어떻게 끓일까! 고민을 한 적이 많았다. 내가 끓인 라면은 맛이 없다고 먹지 않았다. 손잡이가 달린 스테인리스 냄비에 눈 짐작으로 물을 대충 붓고 가스레인지를 켰다. 열라면 두 개를 분질러 놓고 스프도 뜯어서 준비를 끝냈다. 물이 펄펄 끓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래도 물이 줄어 든 것처럼 보였다. 국자로 수도물을 받아 붓고 다시 끓였다. 얼른 순서대로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익는 냄새가 나서 군침이 돌았다. 몇 분? 3분이 얼마나 지나야 되는지도 모른다. 파란 대파도 넣었다. 계란은 좋아하지 않아 빼 버렸다. 내가 봐도 대성공이었다. 파도그림이 그려진 그릇에 나누어 담았다. 공휴일이라 컴퓨터를 하는 큰 아들에게 라면을 먹자고 했다. 대뜸 하는 말 어머니 잘 끓였어요”? 하고 의심적은 얼굴로 식탁에 앉았다. “얼른 먹어. 퍼지기전에 먹어야 맛있다아들은 대답대신 한 젓가락을 먹더니 어머니 혼자 다 드세요.”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도 실패했다. 라면을 어떻게 끓여야 맛이 있을까! 그래 다 먹자. 일자로 뻗은 라면을 먹으니 온 몸에 열이 펄펄 났다. 그 후로 내가 끓인 라면은 사절이었다.

억지로 먹다 보니 배가 빵빵하였다. 오늘처럼 배 터지게 라면을 먹어 본적이 없었다. 라면이 귀하던 때 부스러기 하나 먹는 것도 행운이었다. 지금은 우리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라면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출출할 때 생각나는 간단요리는 라면이 최고였다. 라면에 떡국 넣기, 만두도 넣고,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고, 부대찌개 라면사리 넣고, 떡볶이에 붉은 옷 입고, 라면은 팔방 미인이다. 그래도 라면만 끓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언젠가 직장에 다니며 자취를 하던 친구가 있었다. 이웃에 살고 있어 밤에 수다를 떨다 보면 심심해서 간식을 먹을 때가 있었다. 제일 생각나는 것은 라면이었다. 오늘 밤에 특식으로 친구가 라면을 한 개 끓여 준다고 했다. 나는 라면을 언제 끓여 오나 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렸다. 드디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이 담긴 냄비를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나무 젓가락으로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먹는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곱슬곱슬한 면발이 입에 감기며 정말 맛있었다. 마지막 남은 국물과 몇 가닥의 라면은 누가 먹을까 하는 기싸움을 하며 속으로 나는 욕심을 내고 있었다. 친구는 양보를 한다며 다 먹으라고 하였다. 지금도 라면을 먹을 때면 곱슬머리 친구가 생각난다. 결혼을 하고 난 후로 만나지 못했다.    

       서울에서 산골마을로 시집을 오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열명의 대가족 끼니를 준비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5일장이 서는 날은 새벽 닭이 울 때 일어나 식사를 준비했다. 어머니는 생필품을 사오라며 여러 가지 주문을 하였다. 그 중에서 라면 한 박스를 사오라고 강조를 했다. 술을 좋아하는 아버님은 가끔 주문한 것을 잊고 올 때가 있었다. 라면 먹을 생각에 침이 고였다.

       해 질 녘에 장에서 돌아온 아버님은 빠짐없이 다 사가지고 왔다. 가족들은 모두 라면 박스에 눈독을 드렸다. 어머님의 감시가 심해서 아무나 끓여 먹을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니 논밭에 나가 일도 못하고 가족들이 집안에 쉬고 있는 날이다. 점심은 라면을 삶아 먹기로 했다. 대가족의 라면을 끓이는 일은 참 어려웠다. 라면 한 두개 정도는 끓였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아 라면도 잘 끓여야 했다. 시계는 재깍재깍 오늘따라 크게 들렸다. 드디어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양은 솥에 물을 알맞게 부었다. 무쇠 솥 보다는 양은 솥에 끓이는 라면이 더 맛이 있을 거라는 가족들의 말에 따랐다. 어머니의 칭찬은 두고라도 맛있게 끓여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라면 10개와 스프까지 넣을 물이 끓고 있는데 장작불을 떼어 라면을 끓인 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수제비나 칼국수는 많이 삶아 자신이 있었지만 라면은 신경을 써야 했다. 제발 맛있는 라면이 되게 해 달라고 속으로 빌었다. 드디어 라면을 4등분씩 하여 먼저 넣고, 스프까지 다 들어갔다. 퍼지거나 국물이 모자라거나 싱거우면 완전 실패다. 이 많은 것을 한번에 끓이다니 기가 찾다. 모두 라면 냄새를 맡으며 맛있게 먹을 생각에 웃음 띤 얼굴. 반면에 나는 매운 연기에 눈물까지 나왔다. 급한 마음에 얼른 그릇에 라면을 차례대로 퍼서 샛문으로 들여보냈다. 그런데 국물이 줄어 들고 라면 밥이 되었다. 마지막에 아예 면발도 없고 솥 안이 눌어붙었다. 가족들이 라면을 먹으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 젓가락 소리도 안났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먹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우째 이래 라면도 하나 못 끓이노 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그 마저도 먹지 못하고 찬밥 한 덩이 물에 말아 배추 김치를 길게 찢어서 먹었다. 라면은 절대로 이렇게 많이 삶아 먹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는 각자 석유곤로에 삶아 먹자는 어머니의 말씀에 웃음꽃이 훨훨 피었다. 라면은 각 자 입맛에 맞추어 끓여 먹었다. 지금도 라면을 먹으면 그때 일이 떠올라 웃음이 번진다.  

친정 식구들은 내가 끓인 라면이 맛있다며 경자는 시집을 가도 라면 하나는 잘 끓여 주겠다며 아버지는 맛있게 드셨다. 연탄불에 끓이니 시간을 제대로 맞추어서 곱슬곱슬하게 잘 끓였나 보다. 글을 쓰다 보니 돌아 가신 아버지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라면을 끓이다 보면 어느 때는 잘 되고, 어떤 때는 형편없이 맛이 없다. 매일 하는 밥도 질거나 되거나 한다. 주부들은 평생 밥을 해도 화가 나면 물을 맞추는데 신경 써지 않고 대충 할 때가 있다. 밥을 하는 일도 그때그때 다르다. 나는 아무리 정성을 다해 라면을 끓여도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언제 라면을 맛있게 끓일까 혼자서 고민하며 열라면을 끓여 먹는다. 아들이 그것을 보고는 맛없게 보이네요 했다. 다음에는 제가 맛있게 끓여 드릴 테니 말씀만 해주세요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또 실패작이었다. 라면은 정말 못 끓여요. 그래도 또 끓여 야지.

 
   

문경자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60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115049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116655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