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시인은 나이 들어서도 꽤 늦게까지 꾸던 꿈이었다. 어쭙잖은 내 시를 보며 어느 시인은 말했다. ‘사랑 시’는 그만 쓰라고. 집으로 오는 길, 뱃속에서 아이가 발로 툭 찼다. 시인이 아닌 시詩를 사랑하기로 했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다. 살면서 행운처럼 좋아하는 말을 여럿 갖게 되었다.
바다 가까이, 비 오기 전 흐린 하늘, 하얀 목련이 있는 풍경…
왜 바다, 비, 하얀 목련이 아니고 가까이, 흐린 하늘, 풍경이었을까.
그때마다 다시 꿈꾸었다.
숨어 있던 혹은 잊어버린 가까이, 흐린 하늘, 풍경을 내 곁에 데려와 한 편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처의 앞과 뒤, 겉과 속, 처음과 끝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일은 눈을 뜬 채로 바다와 비와 하얀 목련 속으로 잠수하며 꿈꾸는 일이었다. 잠수는 철저히 외로웠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았다.
목차
1부 딸에서 엄마로, 빠르게
갈치사치
월화수‘일’금토일
여자 엄마
어서 옵쇼
아빠도 운다
B형 여자
무딘 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31층 바다
목련이 있는 풍경
2부 바다 가까이 멜버른에서, 게으르게
플로리다에 눈이 내리면
숨은 계절 찾기
빛바랜 요리책
아귀에 꽂히다
새벽 세 시에 수영장 가는 여자
무엇이 남을까
산 사람은 산다
어부바
내가 사랑한 여자
마리오 할아버지
3부 흔들릴 때마다, 다르게
남편과 함께 남편을 기다리다 - 영화 「5일의 마중」
눈물
말하는 귀
첫사랑을 믿는가
한 달 살아보기
내가 그 남자를 구했을까?
어멍
너한테만
암癌밍아웃
산이랑 바위랑 결혼한 ‘넘’
4부 여전히 낯선 필리에서, 천천히
삼세번
그녀가 왔다
슬픔접기
그에게 가다
안식은 아무나 하나
어머니만 보였다
아드리안
그리고 또 그리고
민낯
도장圖章 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