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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의 그림자를 노래한 시인, 베르길리우스>-평론반    
글쓴이 : 오정주    26-02-10 23:49    조회 : 87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이탈리아 북부 만투아 근처에서 태어나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성장했으며, 농부 집안 출신으로서 정규 교육을 받고 시 창작에 전념한 시인이었다.

 그는 공화정의 붕괴와 제정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전환기에 활동하며, 로마가 새로운 시대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시를 통해 탐구한 인물이었다.

 권력 투쟁이 격화되던 시대에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마에케나스와 아우구스투스의 후원을 받아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며, 목가농경시를 통해 자연과 노동, 로마적 가치관을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말년에는 로마 건국의 기원을 다룬 국가 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집필했으나 완성도에 대한 불만으로 미완성이라 여기고 죽기 전 작품을 불태워 달라고 유언했으며, 기원전 19년에 세상을 떠난 뒤 아우구스투스의 결정으로 작품은 보존되어 후대에 전해졌다. 

 베르길리우스는 흔히 아우구스투스 체제를 찬양한 국가 시인으로 불리지만, 작품을 자세히 보면 찬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은 망설임과 슬픔이 공존한다. 목가에는 이상향 속에 스며든 추방과 상실이, 농경시에는 노동 찬미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고통이, 아이네이스에는 로마 건국의 영광 뒤에 놓인 희생과 폭력이 자리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단순한 제국의 나팔수가 아니라, 제국의 이상과 그 대가를 동시에 인식한 시인이었다. 

 베르길리우스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윤리는 **피에타스(pietas)**이다. 이는 신에 대한 의무, 가족에 대한 책임, 국가와 미래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며, 아이네이스의 주인공 아이네어스는 이 덕목의 구현체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언제나 개인적 행복의 상실을 동반하며, 디도와의 이별이나 투르누스 살해 장면은 피에타스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희생의 잔혹함을 드러낸다. 아이네이스는 호메로스 서사시를 계승하면서도, 개인의 영광을 추구하던 그리스적 영웅과 달리 국가의 운명을 우선하는 로마적 영웅상을 제시함으로써 서사시의 윤리 자체를 변화시킨 작품이다.

 베르길리우스는 이상향을 그리되, 그것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 아르카디아, 농촌, 로마의 기원이라는 이상적 공간들은 모두 불안과 죽음이 침투한 세계로 그려지며, 그의 작품 속에는 완전한 낙원도 완전한 영웅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기원전 42~39년경 로마 내전의 혼란 속에서 집필된 목가는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목가적 세계를 그리지만, 토지 몰수로 고향을 떠나는 목동, 사랑에 실패한 인물, 젊은 나이에 죽은 이를 애도하는 노래를 통해 아르카디아적 평온 속에도 현실의 고통과 인간 존재의 유한성이 공존함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다라는 말은 베르길리우스의 목가 문학이 지닌 핵심 인식을 정확히 드러낸다. 아무리 자연이 아름답고 삶이 평화로워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죽음과 상실, 인간 조건의 한계가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베르길리우스는 목가를 통해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이상향 속에서도 인간의 운명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 이후 멸망한 트로이에서 살아남은 영웅 아이네어스가 신들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조국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서사시이다. 그는 바다를 떠돌며 수많은 시련을 겪고 카르타고에서 디도 여왕과 사랑에 빠지지만, 로마 건국이라는 사명을 저버릴 수 없어 그녀를 떠난다. 이후 저승을 방문해 로마의 미래와 자신의 운명을 확인한 아이네어스는 이탈리아에 도착하여 토착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최종적으로 적장 투르누스를 쓰러뜨림으로써 로마 민족의 기원을 마련한다.

 『아이네이스의 마지막 장면은 특히 중요하다. 아이네어스는 분노 속에서 투르누스를 죽이는데, 이 장면은 정의로운 결말인지, 혹은 또 하나의 폭력인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다. 이 윤리적 불안정성이야말로 베르길리우스를 단순한 제국 선전 시인으로 환원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다.

 결국 베르길리우스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마의 이상을 노래하면서도 그 이면에 놓인 상실과 폭력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은 시적 긴장이다.

  

2. 합평.

오인순 / 김봄빛 / 이명환 / 오정주 / 신선숙 / 설영신 (존칭 생략)

 

 

 


오정주   26-02-10 23:55
    
짧은 시간에 베르길리우스를 모두 마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너무나 많은 걸 배워서 문장으로  정리하려니 길어져서
  색깔로 읽기 쉽게 구분해 보았습니다.
  명작이 쏟아진 오늘, 지면관계상 합평 내용은 부득이 생략했습니다.
곽미옥   26-02-11 08:41
    
반장님 후기 잘 읽었어요. 수고하셨어요.
    명작이  쏟아진 오늘 이라는 표현 딱 맞아요.. 저는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단테의 <신곡> 에서 만났던 시성 베르길리우스!!  단테에게 짝사랑여인 베아트리체를 넘겨주어 천국을 여행하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서 기억에 콕 박혀 있었는데요..오늘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며 다시 회상할 수 있어 감동이었지요.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 있었다." 
    그 별이 우리에겐 바로 교수님이겠지요?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