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고독』(조구호 옮김, 2000, 민음사)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 2014)의 스페인어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출간(1967)하자마자 세계적인 작품이 되었고, 저자에게는 노벨문학상(1982)을 안겨주었으며 ‘20세기의 세르반테스’라는 칭송을 받았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작이며, 스페인어권에서는 『돈키호테』(1605) 이후 400여 년 만에 나온 대작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돼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은 183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약 백 년에 걸쳐 콜롬비아 북부의 카리브해 지방을 배경으로 전개된다(송병선 교수).
유성호 교수님은 강의 자료에 소설 줄거리를 3쪽으로 요약해주었다. 이 작품은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풍자를 신화적인 수법으로 나타낸다. 신화적 요소를 도입하여 카리브해 지역의 가상 마을 ‘마콘도’의 건설과 비극,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집안이 5대에 걸쳐 겪는 고통과 절망을 이야기 문체로 이어나간다. 마콘도는 주민들이 알고 있던 어떤 마을보다도 잘 정비되고 부지런한 마을이었다. 에덴동산과 같은 마콘도는 외부 세력의 폭력, 즉 황금의 폭력, 자유의 폭력(보수당과 자유당의 극단적 대립), 달콤한 바나나의 폭력(미국의 바나나 회사 건설)으로 멸망으로 치닫는다. 이 작품은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소설 언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백 년의 고독』의 가장 큰 미학적 특징으로 자주 언급된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종래의 사실주의가 지닌 현실의 좁은 차원에서 벗어나 폭넓게 현실을 이해하려 한다. 마술적 사실주의자들이 말하는 현실은 일상사를 비롯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화와 신앙 혹은 민간요법까지 포함한다. 종래의 사실주의 작가들이 추구했던 ‘눈에 보이는 현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굳게 믿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까지도 현실로 간주하면서 현실의 지평을 확장한다. 마르케스는 이성주의자들과 스탈린주의자들이 항상 강요했던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여 보다 광범위하고 다채로운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다룬다. 작품 속에서의 환상성은 대부분 라틴아메리카 인들의 산 경험인 현실에서 유래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문학 형식이 이루어진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사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가 초현실주의적 수법으로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형태이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송병선 교수 강연 자료 참고).
1) 세밀한 묘사를 통해 현실과 유사한 허구 세계를 창조한다.
2) 작품 속에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술적 요인들이 등장한다.
3) 두 영역 혹은 두 세계가 근접하거나 혼합된다(예를 들면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 또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 등).
4) 마술적 사실주의는 기존 사실주의의 시간, 공간, 정체성에 의문을 던진다.
책의 주제는 첫째, 고독(고립)과 사랑이다. 고독의 반대는 유대와 연대, 환대 또는 공감일 것이다(영어로는 hospitality).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애정 신뢰감으로 타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자기 성격을 넘어서야 한다. 둘째는 역사와 정치이다. 남미 역사에 가한 제국주의의 폭력을 비판함이 마르케스 문학의 핵심으로서 정치성을 강조한다. 마콘도의 평화-번영-폐허화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책 내용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근친상간의 욕망이 특징이다. 그 결과 비극적인 운명과 죽음에 이르는 처절함에 놀란다. 소설의 가장 마지막에는 아우렐리아노와 아마란따(이모)의 욕정의 산물인 돼지 꼬리 달린 아기가 태어나고 개미 먹이로 없어지며 이 가문의 역사는 끝난다. 비상식적이고 황당하게 보이는 전개와 결말은 역시 마술적 사실주의의 일환이다.
콜롬비아는 커피, 담배, 바나나 및 마약 마피아로 유명하며 또한 금의 세계적 생산지이다. 지난 1994년 월드컵 축구에서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으나 미국과의 16강 경기에서 수비수의 자책골로 탈락되었는데, 이 수비수는 경기에서 돌아와 자국 내에서 피살될 정도로 축구에 광적인 나라이다. 『백 년의 고독』이 출간된 1967년에는 콜롬비아가 제국주의를 경험한 저개발국가 중의 하나였다. 저자는 작품을 통해 콜롬비아와 중남미의 역사를 새로 조명한다. 이 역사는 탄생부터 수백 년간 외세의 침략과 폭력에 시달려 온 역사이다. 남미가 알려진 시기는 50여 년 정도이며 그 이전은 암흑과 혼돈의 세계였다.
민음사 발간의 이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제1권의 첫 부분에 나오는 ‘부엔디아 집안의 가계도’를 참고하면 본문에서 계속되는 비슷비슷한 이름의 추적이 그리 어렵지 않다. 참고로 이 작품의 전문가인 송병선 교수(울산대)의 강연 자료와 영상을 네이버에서 ‘백 년의 고독 송병선 교수’로 검색할 수 있다.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은 교양이 있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명작읽기반>의 6개월간 월별 읽기 교재
7월 7일(목) 『필경사 바틀비』 멜빌
8월 4일(목) 『백 년의 고독』 마르케스
9월 1일(목) 『모든 저녁이 저물 때』 에르펜베크
10월 6일(목) 『소년이 온다』 한강
11월 3일(목)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쿤데라
12월 1일(목) 『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