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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종로반, 2022, 02. 24~3. 03, 목,)    
글쓴이 : 안해영    22-03-14 01:08    조회 : 1,970

문화인문학실전수필(2022, 02. 24~3. 03, 목)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종로반)

교수님이 쓴 수필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김창식)을 감상했다. 고유한 주관적 경험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사례를 공부했다. 누군가 말이 되게(말도 안 되게) 웃기길, “교수님 글도 합평 통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 강의

가. 서정 수필도 잘만 쓰면 얼마든지 좋다. ‘눈물 없이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자폐적 신파(新派)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나.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에서 배우는 서정 수필 쓰기의 기법과 사례:

-개인 경험에서 얻는 보편적 깨달음

-객관적 화자 시점, 거리 두기 서술

-간결한 대화와 묘사로 의미를 함축

-옴니버스 또는 피카레스크 식 구성

다. 작품 내용 인용

'식사를 마친 후 달다 쓰다 말없이 대문을 나서던 그 사람이 눈길을 돌려 다른 사람들을 휘둘러보고는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어요. “나가… 입이 백 개라도… 하모… 무슨 할 말이 있것소. 긍께... 그냥 왔다 가는 것이어라.” 힘겹게 말을 마친 후 돌아서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떠나더라고요. 더없이 느린 걸음이었지만 한 번도 뒤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빗줄기가 한층 굵어졌고 이윽고 사람들도 하나둘 흩어지며 상황은 그것으로 끝났지요. 나중 어른들 말을 들으니 그 사내는 이모부였어요.'

*

'그날을 끝으로 하늘배기가 언덕바지 자갈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답니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어요. 하늘배기가 '차부'에서 구걸을 하다 '도라꾸'에 치여 크게 다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치 않은 몸에 다치기까지 했다면? 무거운 슬픔이 어린 우리들 마음을 짓눌렀던 것 같아요. 그 후에도 우리는 집 앞 공터에 모여 놀기는 하였으나 전처럼 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늘배기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심드렁했고, 이야기도 오래 이어지진 않았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려 들지 않았고요.'

*

'떠돌이 이모부와 몸이 성치 않은 하늘배기에 대한 추억은 화인(火印)이 되어 떠나자 않고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는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연고도 없고 닮을 이유도 전혀 없는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는 것입니다.'


2. 합평

<고속도로 화장실 청소> 가재산

여느 수필과는 결이 다른 자전적 에세이. 보지 않으며 읽는 것만 듣고도 이해할 수 있는 편한 문체의 작가에게 이제 익숙해진다. 세심한 데에 약한 국민성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면 작가가 의도한 대로 전해질 글이 되겠다.

<선마을 가는 길>이용만

지식, 정보, 느낌을 주제에 할애해야 강렬해진다. 옆길 느낌이 드는 소재와 대목은 줄이거나 빼는 것이 퇴고 시 할 일이다. 앞산을 조망하는 묘사는 의미 있고 주제와도 연결되는 결미.

<35년 걸린 식탁> 안홍진

작가의 특성인 해학이 담긴 글. 35년 간 아내로부터 받은 끼니가 3만 번 이상이라는 셈을 해낸 남편의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따뜻함이 전해오는 글. 서두와 중복된 문장, 걸맞지 않은 비유는 줄이고 삭제함이 바람직 함.

<나의 절값> 정성록

따듯한 가족 사랑이 느껴지는 글. 주고 또 주어도 부족한 것이 어미 된 자의 마음이다. 절을 받을 때 절값 봉투에 편지를 넣어 건네는 작가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글이 지닌 힘을 얹은 그 절을 해보고도 건네 보고도 싶다.

<두 얼굴> 차성기

사회적으로 내보이는 모습(페르소나)과 본연의 모습 사이의 간극은 영원한 숙제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실제 성격과는 다른 개인의 사회적 모습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딸이 어떤 사회생활을 하는지 정황에 대한 보충이 필요함.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된 한 권의 책> 가재산

한국산문 특집용 글. 여러 권의 책이 아닌 ‘한 권의 터닝 포인트가 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면 기획 의도와 더 걸맞은 글이 될 것이다. 인용하려는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을 택하는 기법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끝없는 술래잡기> 안홍진

사각 링에 올라 단근질을 하는 모습은 술래잡기에 비유한 인생과 닮았다. 찾고 들켜도 먼저 터치하면 술래가 안 되기라도 할 듯 적극적으로 교환한 의견은 몸담았던 기업에 관한 책을 낼 계획이라는 설명에 진정 국면을 맞음.

<유서를 준비하며> 이용만

마치 남겨진 글처럼 낭독만으로 수업을 마쳐야 한다니... 잔잔한 여운이 다음 시간까지 이어질 법하다. 중심이 잡히지 않고 갈팡질팡한 이 내 마음도.


3. 동정

-핸드폰을 두고 온 회원이 있어 술래잡기 소규모 모임이 있었다. 한 학기 말에 예정된 반 회식을 2회 연기한 중간 어디쯤에 숨다. 혹 번지 없는 주막?

-새 학기 등록에 다수가 참여해 주었습니다. 발 빠른, 아니 손 빠른 등록 무한 고맙습니다. 합평 용 글이 수북이 쌓였네요. 봄 학기 전망도 밝습니다.   


안해영   22-03-14 01:31
    
다른 달에 비해 어쩌면 비정상적인 듯 보이는 달 2월. 이모부와 하늘 배기도 상식선에서 보이는 정상인은 아니군요. 2월이 다른 달에 비해 짧아서 기억에 남는 달이 듯, 살면서 정상인과 차이가 나는 사람들은 기억에서 얼른 지워지지 않지요. 2월이면 기억 저편에서 살아 움직이는 두 사람이 2월과 엮인 구조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안홍진   22-03-14 18:19
    
재미있고 유익하게 요약 정리한 것 잘 읽었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
가재산   22-03-14 18:43
    
저는 본래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15년째 (손광성 선생님 10년 포함)글쓰기 공부를 하고 합평을 받고 있는데 제일 많이 공부가 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겨우 분기에 한편 정도밖에 합평을 못받았는데 종로반에서는 부지런하면 한달에 3편도 받을 수 있어서 김창식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은 시세말로 어딘가에 코가 꿰어야 글을 쓰게 되는데 합평에 글을 내야 하기때문에 계속 글을 쓰게 되어 게으름을 피울수가 없네요...
윤기정   22-03-14 22:22
    
산불을 모두 끝장낸 자랑스러운 비가 종일 내린 일요일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기다리던 비라 더 반가웠습니다. '비멍'의 기회를 기다린 거죠. '멍하기'  참 어렵네요. 하려고 들면 더 안되는 것이 저만의 일은 아니겠죠.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이 오히려 더 많아지더군요. 비 예보에 다른 날보다 일찍 깼고 자잘한 상념이 종일 꼬리를 물고 일어나 늦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덕에 가장 긴 일요일, 비요일, 雨曜日이 되었습니다. 글 하나 건질 것 같은 좋은 예감입니다. 봉총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네요. 반장님 감사합니다. 어른거리는 影의 꼬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