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2022, 02. 24~3. 03, 목)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종로반)
교수님이 쓴 수필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김창식)을 감상했다. 고유한 주관적 경험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사례를 공부했다. 누군가 말이 되게(말도 안 되게) 웃기길, “교수님 글도 합평 통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 강의
가. 서정 수필도 잘만 쓰면 얼마든지 좋다. ‘눈물 없이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자폐적 신파(新派)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나. <2월이면 생각나는 두 사람>에서 배우는 서정 수필 쓰기의 기법과 사례:
-개인 경험에서 얻는 보편적 깨달음
-객관적 화자 시점, 거리 두기 서술
-간결한 대화와 묘사로 의미를 함축
-옴니버스 또는 피카레스크 식 구성
다. 작품 내용 인용
'식사를 마친 후 달다 쓰다 말없이 대문을 나서던 그 사람이 눈길을 돌려 다른 사람들을 휘둘러보고는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어요. “나가… 입이 백 개라도… 하모… 무슨 할 말이 있것소. 긍께... 그냥 왔다 가는 것이어라.” 힘겹게 말을 마친 후 돌아서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떠나더라고요. 더없이 느린 걸음이었지만 한 번도 뒤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빗줄기가 한층 굵어졌고 이윽고 사람들도 하나둘 흩어지며 상황은 그것으로 끝났지요. 나중 어른들 말을 들으니 그 사내는 이모부였어요.'
*
'그날을 끝으로 하늘배기가 언덕바지 자갈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답니다. 흉흉한 소문이 돌았어요. 하늘배기가 '차부'에서 구걸을 하다 '도라꾸'에 치여 크게 다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치 않은 몸에 다치기까지 했다면? 무거운 슬픔이 어린 우리들 마음을 짓눌렀던 것 같아요. 그 후에도 우리는 집 앞 공터에 모여 놀기는 하였으나 전처럼 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늘배기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심드렁했고, 이야기도 오래 이어지진 않았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려 들지 않았고요.'
*
'떠돌이 이모부와 몸이 성치 않은 하늘배기에 대한 추억은 화인(火印)이 되어 떠나자 않고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뚜렷해지는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연고도 없고 닮을 이유도 전혀 없는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는 것입니다.'
2. 합평
<고속도로 화장실 청소> 가재산
여느 수필과는 결이 다른 자전적 에세이. 보지 않으며 읽는 것만 듣고도 이해할 수 있는 편한 문체의 작가에게 이제 익숙해진다. 세심한 데에 약한 국민성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면 작가가 의도한 대로 전해질 글이 되겠다.
<선마을 가는 길>이용만
지식, 정보, 느낌을 주제에 할애해야 강렬해진다. 옆길 느낌이 드는 소재와 대목은 줄이거나 빼는 것이 퇴고 시 할 일이다. 앞산을 조망하는 묘사는 의미 있고 주제와도 연결되는 결미.
<35년 걸린 식탁> 안홍진
작가의 특성인 해학이 담긴 글. 35년 간 아내로부터 받은 끼니가 3만 번 이상이라는 셈을 해낸 남편의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따뜻함이 전해오는 글. 서두와 중복된 문장, 걸맞지 않은 비유는 줄이고 삭제함이 바람직 함.
<나의 절값> 정성록
따듯한 가족 사랑이 느껴지는 글. 주고 또 주어도 부족한 것이 어미 된 자의 마음이다. 절을 받을 때 절값 봉투에 편지를 넣어 건네는 작가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글이 지닌 힘을 얹은 그 절을 해보고도 건네 보고도 싶다.
<두 얼굴> 차성기
사회적으로 내보이는 모습(페르소나)과 본연의 모습 사이의 간극은 영원한 숙제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실제 성격과는 다른 개인의 사회적 모습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딸이 어떤 사회생활을 하는지 정황에 대한 보충이 필요함.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된 한 권의 책> 가재산
한국산문 특집용 글. 여러 권의 책이 아닌 ‘한 권의 터닝 포인트가 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면 기획 의도와 더 걸맞은 글이 될 것이다. 인용하려는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을 택하는 기법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끝없는 술래잡기> 안홍진
사각 링에 올라 단근질을 하는 모습은 술래잡기에 비유한 인생과 닮았다. 찾고 들켜도 먼저 터치하면 술래가 안 되기라도 할 듯 적극적으로 교환한 의견은 몸담았던 기업에 관한 책을 낼 계획이라는 설명에 진정 국면을 맞음.
<유서를 준비하며> 이용만
마치 남겨진 글처럼 낭독만으로 수업을 마쳐야 한다니... 잔잔한 여운이 다음 시간까지 이어질 법하다. 중심이 잡히지 않고 갈팡질팡한 이 내 마음도.
3. 동정
-핸드폰을 두고 온 회원이 있어 술래잡기 소규모 모임이 있었다. 한 학기 말에 예정된 반 회식을 2회 연기한 중간 어디쯤에 숨다. 혹 번지 없는 주막?
-새 학기 등록에 다수가 참여해 주었습니다. 발 빠른, 아니 손 빠른 등록 무한 고맙습니다. 합평 용 글이 수북이 쌓였네요. 봄 학기 전망도 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