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반 풍경
섣달로 들어서자 함박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하늘에 구름이 모여 있었어요. 겨울학기 첫시간. 오미크론까지 합세한 전염병 돌기가 맹렬했지만 우리 회원들은 웃으며 만났죠.
‘행복 4계명’이 우리 강의실에 모두 있다고 신이 났어요. 4계명은 1.나 끌어 안기 2.친구 3.공부 4.웃기. 딱 들어맞죠? 11월에 등단한 정** 선생님. 창작의 기쁨에 글 3편을 써 오셨어요. 강** 선생님과 함께 등단 파티가 23일에 열릴 계획입니다. 그땐 축하의 눈이 펑펑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박수 보냅니다.
♣창작 합평
*강창진 님 <강물 저편>
*김학서 님 <옛 추억의 노래>
*강민숙 님 <나, 다시 아날로그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무에 적혀 있는 표식을 보며→ 나무에 표식을 보며(‘표식’이 의미하는 뜻을 2중으로 묘사할 이유가 없으므로) 언어의 경제성을 강조 했어요.
*‘앞강물’이 ‘뒷강물’을 끌고 옵니다. 두려워 말고 글을 쓰세요. 뒷글이 따라 나옵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 있어요. 동사를 믿으세요. 부사 들어갈 말을 문장으로 묘사하세요.
*명사의 적은 형용사입니다.
*형용사가 길면 공허해집니다.
*문학의 도구는 언어입니다. 언어의 장인이 되세요.
*수필은 서정(자신이 중심), 서경(풍경), 서사(타인 중심)으로 나눌 수 있어요.
♣독자를 사로잡는 첫 문장의 비밀(최재봉의 탐문)
*한 번 접하면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첫 문장의 사례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강신재의 단편<젊은 느티나무>) → 비누 냄새라는 후각 안에는 60년대의 새로움과 역동성을 추동한 씨앗이 내장되어 있어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 → 이순신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서사 전략을 지닌 작품이기에 첫 문장의 조사를 ‘은’이 아닌 ‘이’로 택한 것은 절묘한 결정이었죠.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오만과 편견>, <안나 카레니나> 이 두 소설의 첫 문장은 시대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을지언정, 세속적 진리를 담은 일종의 금언으로 회자됩니다.
*“꼭 내일이 아니어도 좋다. 그는 혼자서 다짐했다.” (황석영, <객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까.” (마거릿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미래의 시간대는 나란히 희망의 약속을 품고 있어요.
*문장은 자아의 표현이요 세계의 의미화다. 문장은 그것을 쓴 사람을 드러내고 그것이 쓰이고 읽히는 사회를 비춘다.
♣깔깔 수다
*확진자 수가 5천을 뛰어넘자 수다방이 문을 잠글 것 같은 기세에 전 얼른 집으로 왔어요. 회원 몇 분은 백화점 12층으로 진입했죠. 엉겁결에 오늘 받은 따끈따끈한 수필을 열어 봤어요. 필자의 내면을 엿보는 듯한 짜릿함과 공유하는 뒷맛에 우리반 회원님들의 돈독한 끈을 엮는 정겨움을 또 한 번 맛봅니다. 다음 주 합평이 기대됩니다. 얼른 목요일이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