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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왜 그렇게 흰 고래를 잡고자 미치고 말았을까? - (평론반)    
글쓴이 : 신현순    21-12-01 15:34    조회 : 4,861

 <1>제 21강 허먼 멜빌과 해양 소설-2

Herman Melville(1819.8.1.-1891.9.28.) 

<모비딕>의 세계

<모비딕>은 장편 소설로 1851년 뉴욕에서 출간하여 <리어왕><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어권 3대 비극에 하나이다.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의 선장이 복수를 위해 전 세계를 쫒아다니다 결국 고래에게 목숨을 빼앗긴다는 이야기다. 발표 당시에는 순전히 포경선 이야기로만 이해되어 주목을 받지 못 했으나 지금은 선악의 신비와 인간 실존에 대해 깊이 탐구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은 뉴잉글랜드 중심의 청교도 정신과 민주주의를 바탕한 치열한 생존 경쟁, 원주민이나 흑인 문제 등의 부수적인 갈등이 혼재하는 사회와 문화 풍토에서 초절주의적인 경건한 이상화, 절망과 좌절로 환상적인 미의 추구, 민중과 역사에 투신하기 등의 미학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소설 속 에이허브 선장은 누구인가

에이허브 선장은 자신의 한쪽 다리를 잘라간 흰 고래를 찾아서 모든 생애를 바치며 어떤 달콤한 유혹이나 행복도 저지 못하는 "신을 믿지 않는 신적인 남성"이다. "키가 크고 옆으로 벌어진 그의 체구는 칠리니가 주조한 페르세우스 상처럼 순 청동으로 만들어 지고 변경할 수 없게 된 주조틀 속에서 형성된 것 같았다." "그 단호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눈길엔 한없이 공고하고 굳센 정신, 굽히기 어려운 강한 고집이 담겨있었다."

"나는 모욕을 당하면 태양일지라도 무찌르고 만다."

누구든 죽이려고 달려드는 순간 돌이 되어 아무도 죽일 수 없다는 메두사를 처치한 페르세우스를 닮았다니 가히 에이허브 선장의 용맹이 어느 정도일 지 알 짐작할 수 있다. 허먼 멜빌은 당시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시대적 상황을 자신이 경험한 포경선의 이야기를 통해 운명에 도전하는 한 인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부> 합평

신윤옥/ 조성삼/조선근/이영옥/이문자/유양희


* 강의실에서...

한 주 휴강으로 문우들이 다시 한번 강의실에서 뭉쳤습니다. 지난번 미국에서 오신 박진희 선생님에 이어 문영애 선생님의 환영을 겸하기도 할 겸요. 드레스 코드는 '빨간색'이라는 반장님의 어명을 받고 짜잔하고 나타난 문우들의 모습은 오르한 파묵의 소설 제목을 닮은 '내 이름은 빨강' 이었습니다. 혹자는 핑크색과 오렌지 색이었으나 빨강이라 우기는 통해 모두를 색맹으로 만들었습니다. 

88 올림픽 자원봉사자 기념으로 받은 스카프, 세상 빛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장롱 속 블라우스, 초등생 딸이 하고 다니던 털실로 짠 목도리, 하얀 레이스 장식을 더한 니트 티, 코트 등 각자 빨간색으로 코디하느라 나름 애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교수님도 붉은색 목도리와 빨간색 한 줄이 애교스럽게 살짝 들어간 줄무늬 남방을 입고 오셨구요. 동지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 모습이 훈훈한 온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압권은 모자부터 마스크, 안경 테, 남방, 잠바, 바지, 양말, 심지어 배낭까지 그야말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빨강으로 도배를 한 대전에서 오신 김대원 선생님이었습니다. 어쩌면 속옷도 빨간색일 지 모른다는 누군가의 재치있는 발상에 빵 터졌습니다. 결국 만장일치로 김대원 선생님이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로 당첨되셨답니다.

그렇게 11월의 만추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깊어갔습니다. 빨강이가 된 서로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쏟아낸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김숙   21-12-02 01:45
    
" <모비딕>은 <리어왕><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어권 3대 비극에 하나"라고도 한다는 강의 인상 깊었습니다. 신현순 선생님 수업후기를 읽으며 다시 새깁니다. 고맙습니다.

빨간 페스티벌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네요. ㅎㅎ 옷
장에서 잠자고 있는 빨간 코트를 버릴까 말까 생각 중이었는데
다음에 또 이런 날이 올 걸 기대하며 다시 잘 모셔둡니다.^^
     
오정주   21-12-03 23:57
    
다음 색은 무엇일지 계절을 따라서 무지개 색깔 중 고르려고 합니다.
  이거 비밀 누설인디 ㅋ  빨강은 늘 대기시켜주시는 게 좋을거예요. 두가지로 정하기도 할거라서요.
저 재미들렸나봐요. 생각만 해도 ㅋㅋ 웃음이 납니다.
신현순   21-12-02 11:58
    
언젠가 빨간 코트가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날이 있을 거예요. 그냥 모셔두는 게 좋을 듯요.
기대되네요ㅎㅎ  감사합니다 김숙선생님^^
박진희   21-12-03 05:34
    
<창세기>에 의하면, 아브라함과 하녀인 하갈 사이에서 태어난 이스마엘은 아랍인의 선조로 알려지는데요. "Call me Ishmael" 독백으로 시작하는 <모비딕>은 이스마엘이 에이허브 (Ahab, 아합) 선장이 흰고래를 잡기위해 완전히 미쳐버려 고래와 함께 죽어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구약의 <열왕기>에서 아합왕이 페니키아왕의 딸, 이세벨과 결혼하여 바알을 숭배하게 되는 것과 비유할 수 있는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두 아합이 우상에 미쳐버린 것과 그들의 비참한 종말을 바라보게 하네요. 사막에 버려진 구약의 어린 이스마엘, 그리고 바다에 빠진 <모비딕>의 젊은 이스마엘. 그 둘은 구출되고 역사를 증거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신현순 선생님, 후기가 신선하며 다양하고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빨간 페스티벌'에 흐믓한 마음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 빨간색 스웨터라도 입고 외출하고 싶어지네요^^
신현순   21-12-03 09:51
    
박진희 선생님 해석도 좋네요. <모비딕>에서의  에이브 선장은 < 열왕기>의 아합 왕 이름을 차용했으니 그렇다면  작가 멜빌은 에이브 선장을 부정적인 의미로 나타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성서의 등장인물을 상징적으로 배치한 걸 보면요. 혹자는 미국이 땅을 개척해 나가는 개척정신을  이야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요. 다양한 시각이 재미있네요. 살아남은 이스마엘의 후손이 아랍인들이 되었으니 소설은 성서를 베이스로 두고 이야기가 전개됐다는 걸 다시 알게 되네요.
고마워요 진희샘~^^
     
박진희   21-12-03 10:04
    
저의 부족한 지식으로 어림도 없지요. 임헌영 교수님의 해석에 아주 약간의 내용을 더했을 뿐이랍니다^^ 교수님의 냉철한 시각에 놀라서 찾아보고 읽게 되어요. 대단하신 교육법에 매번 매료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