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애써 가꾼 한 해 양식을 지상으로 돌려 보낸 상수리나무처럼(일산반)    
글쓴이 : 한지황    16-11-21 19:23    조회 : 4,110

상수리나무 / 이재무

 

 

애써 가꾼 한 해 양식을

지상으로 돌려 보낸 뒤

한결 가벼워진 두 팔 들어올려

하늘 경배하는 그대들이여

 

주머니 속

때묻은 동전에 땀이 배인다.

 

 

몇 푼 되지도 않는 동전에 집착하는 나와

한 해 양식을 지상으로 돌려보내는 상수리나무를 대조해서 쓴 시입니다.

상수리라는 자연을 보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지요.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지혜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자세를 배워봅니다.

 

 

폐가 / 이수익

 

 

빈 산막엔

능구렁이 처럼 살찐 고요가

땅바닥에 배를 깔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흙담이 무너져 내려 썩고, 나무기둥이며 문살이

오랜 비바람에 썩고 썩어 향기로운 부식의 냄새를 피워 올리는,

이 버려진 산막 하나가 고스란히 해묵은 포도주처럼

맑은 달빛과 바람소리와 이슬을 먹고 발효하는 심산의 특산품인 것을,

신이 가끔 그 속을 들여다보신다

 

능구렁이처럼 살찐 고요라는 표현이 기가 막힙니다.

고요라는 관념을 보이게 씀으로써 관념의 감각화를 잘 했습니다.

달빛과 바람, 이슬이 발효되어 포도주가 되었다는 표현도 멋지지요?

꼭 기억해야만 할 시입니다.

버려지고 망가진 느낌이 아닌

발효된 느낌으로 폐가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따스합니다.

 

 

묵화 /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소를 쳐다보며 동병상련을 느끼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뭉클합니다.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한마디의 말도 할 수 없는 소는 눈으로 말을 하지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슬픈 눈으로 꿈벅거리기만 하는 소를

보면 덩달아 슬퍼집니다.

 

울분의 나날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상수리나무를 닮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까요?

낙엽이 되어 땅으로 돌아간 단풍들을 보며

우리의 삶 또한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배웁니다.

시인이 <십일월> 이라는 시에서 읊었던

쇄골을 드러내는 산과

여위어 가는 강을 바라보며

자연의 섭리를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진미경   16-11-23 20:52
    
신새벽에  아침식사를 준비하는데  계란이 떨어져서 아파트 후문 편의점에 다녀왔어요.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에 남아있던 잠이 화들짝 놀라 도망가버렸습니다. 추워진다고는 했는데
가볍게 입고 간 차림에 덜덜 떨며 손바닥을 비벼댔습니다. 분노하는 겨울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우울합니다.
잊지말자 ! 의식은 잊어도 무의식에는 계속 남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말자.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유리창에 맺히는 물방울을 바라봅니다.
진정 상수리 나무같은 정치인은 없는 걸까요?
스승님의 시가  마음에 와서 물방울처럼 번져갑니다.
시국이 이러하니 더 안타깝고요.
수업시간에 배운 여러 편의 시를 다시 한번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성실히 후기를 써주시는 반장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따뜻한 한 주 보내시고 다음 주 만나요. 반장님, 그리고 문우님들 ^^
한지황   16-11-24 11:40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느낌이네요. 미경샘!
상수리나무를 비롯하여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자언은 의연한 모습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데
우리는 왜 탐욕에서 허덕여야하는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문학의 힘이 그런 인간의 욕심을 돌아보게해주었음 좋겠어요.
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