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실전수필(11. 10, 목)
- 토지는 누가 읽는가?


(한국산문 11월호에 등단한 선소녀님과 함께)
1. 토지의 주제(정현기 <토지의 주제와 인물>에서 발췌)
‘이 작품의 이른바 주제란 무엇인가?이다. 이렇게 긴 작품에도 주제라는 게 있는 것인가? 주제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는 꽤 복잡하게 겹친 뜻을 품고 쓰이는 문학용어이다. 이른바 영어의 서브젝트(subject)와 테마(theme)를 둘 다 주제(主題)라고 옮겨 말하지만 실은 이 둘이 꽤 다른 갈래로 풀이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쓰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작가가 무엇을 가지고 말하는가?(what the writer works with?)와 작가가 그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말하는가?(how the writer works with it?)는 퍽 다른 갈래로 이야기가 되는 물음을 품고 있다.
주제가 뭐냐? 이런 말은 문학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던지곤 한다. ≪토지≫의 주제는 뭐냐? 문학작품들 가운데 시의 경우 서브젝트와 테마는 거의 같은 경우로 보인다. 가령 윤동주의 <서시>의 서브젝트는 뭐냐? 그리고 테마는 뭐냐? 이 두 물음에 합당한 답 찾기는 퍽 어려울 터다.(‘부끄러움’이 서브젝트이고 테마라고 풀면 그것은 같은 내용으로 섞인다.) 그러나 소설인 경우 ≪춘향전≫이나 ≪빨강과 꺼멍(赤과 黑=rouse et noir)≫의 서브젝트는 다 같이 ‘서로 다른 계급의 남녀 사랑’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두 작품이 다르다. 서브젝트가 같아도 테마는 다를 수가 있다.
* 보충설명
위 내용 중 ‘무엇을 가지고(what...... with)?’는 ‘주제(主題)’ 가 아니라 소재(素材)’ 또는 ‘제재(題材)’를 말한다. 한편 ‘어떻게(how...... with)?’는 ‘표현방법(表現方法)'을 일컬음이다. 당연히 소재는 같아도 주제는 다를 수 있다. 이를 간추리면,
소재?제재?주제?제목. 표현방법은 소재를 형상화하여 주제를 이끌어내는 기법.
ㅡ 소재(素材, material): 글감. 글의 바탕이 되는 재료, 원자재
ㅡ 제재(題材, subject matter): 주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소재
ㅡ 주제(主題, subject, theme): 글의 핵심으로 작가의 의도와 관점
ㅡ 제목(題目, title, topic): 주제의 문패, 주제를 드러내는 창(窓)
2. 토지는 누가 보는가?
<<토지>>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금자탑, 대 민족 서사시이자, 누구나 보았으면 싶은 대하소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양의 방대함(5부, 16권)으로 문화평론가 외 토지를 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드라마라면 또 몰라도. 주인공 서희 역으론 비교적 최근의 ‘김현주’ 버전도 좋았지만 최수지가 서희의 단아하면서도 당찬 이미지에 더 잘 어울렸다.
3. 회원 글 합평
가. 은수저(이덕용)
가부장적 시대의 신산한 삶을 거리를 두고 담담히 묘사했다. ‘웃픈(우습고 슬픈)’ 글. 제목 ‘은수저’는 주제를 함유하는 구체적인 사물이어서 바람직하다. 두 번째 문단의 묘사가 훌륭하다. ‘은수저를 식탁에 대고 눌러서 비빈다. 은수저가 쭈그렁바가지가 되고 국자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 문단에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남편은 은수저를 망가뜨린 후 새로 은수저를 사 준 따뜻한 사람이었다. 수필에서 작위적이거나 과장된 반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인간성을 고양하는 감동은 예외다.
나. 아현 고가도로를 생각한다(이천호)
수필과 칼럼 요소가 섞여있고 시의성도 있어 좋다. 여덟 문단 중 마지막 세 문단에는 아현 고가도로가 실종되었다. 마지막 문단에 아현 고가도로를 재 언급하거나 아예 제목을 ‘사라진 고가도로’로 하면 제목과 내용이 함께 하는 수필이 되겠다. 서술과 설명 위주로 되어있는 글에 묘사를 추가하면 더욱 문학적인 글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위풍당당한 아현 고가도로에 선 느낌을 묘사한다. ‘우주 행성의 도시’ ‘서울의 아우토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등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다.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염성효)
현재 시국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감정을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세 번에 걸친 트라우마의 사례 중 두 번째 트라우마(최씨 일가에 대한 트라우마)는 악연으로, 세 번째 경우(용납 못하는 일종의 트라우마)는 편집증으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농단에 대한 사실 적시나 주의 주장에만 그치지 않고, 비슷한 역사적 사례로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이나 고려 말의 ‘신돈’의 예를 추가하면 더욱 입체적이고 실감 나는 글이 될 법하다. 이름을 쓸 때는 성과 이름을 붙여야 한다.
라. 못다 부른 조홍시가(윤기정)
바람직한 서정 수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일상과 기억이 섞여 있고 깨달음, 사유, 의미, 성찰이 녹아있어 감동을 전해준다. 서정에 더하여 자연스러운 사유를 통해 깊이(의미화)를 확보하였고 현장감 있는 묘사도 돋보인다. 다만 한 문단의 내용이 너무 길어 답답하고 숨이 차다. 문단은 생각의 단위이다. 특히 두 번째와 다섯 번째 문단은 문단 나누기를 하거나 내용을 줄여야 한다.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이나 자신에 대한 내용을 간추리면 더욱 주제가 살아나는 글이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