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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지는 누가 읽는가?(종로반)    
글쓴이 : 제기영    16-11-14 18:37    조회 : 22,871

딥러닝실전수필(11. 10, 목)

- 토지는 누가 읽는가?

(한국산문 11월호에 등단한 선소녀님과 함께)


1. 토지의 주제(정현기 <토지의 주제와 인물>에서 발췌)

‘이 작품의 이른바 주제란 무엇인가?이다. 이렇게 긴 작품에도 주제라는 게 있는 것인가? 주제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는 꽤 복잡하게 겹친 뜻을 품고 쓰이는 문학용어이다. 이른바 영어의 서브젝트(subject)와 테마(theme)를 둘 다 주제(主題)라고 옮겨 말하지만 실은 이 둘이 꽤 다른 갈래로 풀이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쓰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작가가 무엇을 가지고 말하는가?(what the writer works with?)와 작가가 그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말하는가?(how the writer works with it?)는 퍽 다른 갈래로 이야기가 되는 물음을 품고 있다.

주제가 뭐냐? 이런 말은 문학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던지곤 한다. ≪토지≫의 주제는 뭐냐? 문학작품들 가운데 시의 경우 서브젝트와 테마는 거의 같은 경우로 보인다. 가령 윤동주의 <서시>의 서브젝트는 뭐냐? 그리고 테마는 뭐냐? 이 두 물음에 합당한 답 찾기는 퍽 어려울 터다.(‘부끄러움’이 서브젝트이고 테마라고 풀면 그것은 같은 내용으로 섞인다.) 그러나 소설인 경 ≪춘향전≫이나 ≪빨강과 꺼멍(赤과 黑=rouse et noir)≫의 서브젝트는 다 같이 ‘서로 다른 계급의 남녀 사랑’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두 작품이 다르다. 서브젝트가 같아도 테마는 다를 수가 있다.

* 보충설명

위 내용 중 ‘무엇을 가지고(what...... with)?’는 ‘주제(主題)’ 가 아니라 소재(素材)’ 또는 ‘제재(題材)’를 말한다. 한편 ‘어떻게(how...... with)?’는 ‘표현방법(表現方法)'을 일컬음이다. 당연히 소재는 같아도 주제는 다를 수 있다. 이를 간추리면,

소재?제재?주제?제목. 표현방법은 소재를 형상화하여 주제를 이끌어내는 기법.

 

ㅡ 소재(素材, material): 글감. 글의 바탕이 되는 재료, 원자재

제재(題材, subject matter): 주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소재

주제(主題, subject, theme): 글의 핵심으로 작가의 의도와 관점

ㅡ 제목(題目, title, topic): 주제의 문패, 주제를 드러내는 창(窓)


2. 토지는 누가 보는가?

<<토지>>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금자탑, 대 민족 서사시이자, 누구나 보았으면 싶은 대하소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양의 방대함(5부, 16권)으로 문화평론가 외 토지를 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드라마라면 또 몰라도. 주인공 서희 역으론 비교적 최근의 ‘김현주’ 버전도 좋았지만 최수지가 서희의 단아하면서도 당찬 이미지에 더 잘 어울렸다.


3. 회원 글 합평

가. 은수저(이덕용)

가부장적 시대의 신산한 삶을 거리를 두고 담담히 묘사했다. ‘웃픈(우습고 슬픈)’ 글. 제목 ‘은수저’는 주제를 함유하는 구체적인 사물이어서 바람직하다. 두 번째 문단의 묘사가 훌륭하다. ‘은수저를 식탁에 대고 눌러서 비빈다. 은수저가 쭈그렁바가지가 되고 국자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 문단에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남편은 은수저를 망가뜨린 후 새로 은수저를 사 준 따뜻한 사람이었다. 수필에서 작위적이거나 과장된 반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인간성을 고양하는 감동은 예외다. 

 

나. 아현 고가도로를 생각한다(이천호)

수필과 칼럼 요소가 섞여있고 시의성도 있어 좋다. 여덟 문단 중 마지막 세 문단에는 아현 고가도로가 실종되었다. 마지막 문단에 아현 고가도로를 재 언급하거나 아예 제목을 ‘사라진 고가도로’로 하면 제목과 내용이 함께 하는 수필이 되겠다. 서술과 설명 위주로 되어있는 글에 묘사를 추가하면 더욱 문학적인 글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위풍당당한 아현 고가도로에 선 느낌을 묘사한다. ‘우주 행성의 도시’ ‘서울의 아우토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등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다.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염성효)

현재 시국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감정을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세 번에 걸친 트라우마의 사례 중 두 번째 트라우마(최씨 일가에 대한 트라우마)는 악연으로, 세 번째 경우(용납 못하는 일종의 트라우마)는 편집증으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농단에 대한 사실 적시나 주의 주장에만 그치지 않고, 비슷한 역사적 사례로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이나 고려 말의 ‘신돈’의 예를 추가하면 더욱 입체적이고 실감 나는 글이 될 법하다. 이름을 쓸 때는 성과 이름을 붙여야 한다.


라. 못다 부른 조홍시가(윤기정)

바람직한 서정 수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일상과 기억이 섞여 있고 깨달음, 사유, 의미, 성찰이 녹아있어 감동을 전해준다. 서정에 더하여 자연스러운 사유를 통해 깊이(의미화)를 확보하였고 현장감 있는 묘사도 돋보인다. 다만 한 문단의 내용이 너무 길어 답답하고 숨이 차다. 문단은 생각의 단위이다. 특히 두 번째와 다섯 번째 문단은 문단 나누기를 하거나 내용을 줄여야 한다. 주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이나 자신에 대한 내용을 간추리면 더욱 주제가 살아나는 글이 될 법하다.


윤기정   16-11-14 19:12
    
수고하셨습니다. 후기도 하나의  직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피드백으로 강의 요점과  중심 합평 내용을 강화할 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제기영   16-11-16 05:31
    
작품까지는 아니지만 만만찮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메모하여 정리하긴 했는데, 과연 교수님의 강의의도에 부합한지는 늘 고민거리죠. 다음에 윤선생님도 경험해 보시지요?
김정옥   16-11-14 19:13
    
결강하는 마음은 궁금이지요.
강의 후기가 있음을 엄청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샘의 세세한 후기에 강의실 분위기가 생생합니다.
제샘 감사합니다.
강의 후기의 특효.
실감합니다.
     
제기영   16-11-16 05:40
    
강의후기가 도움이 된다면 후기정리자로서는 큰 보람이지요. 이번 주  '토지의 주제'에서 나오는 subject와 theme의 개념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려 합니다.  과연 subject와 theme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안해영   16-11-14 19:40
    
강의 시간 조금 지각하여 앞 강의 부분 놓친 것까지 알 수 있어 후기가 좋긴 하네요.
토지 1부부터 2부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3부부터는 책보다는 드라마에 의존했지요.

  11월 첫 주에 선소녀 님이 베풀어 준 등단 잔치가 있은 후 문우들이 함께 축하한 사진을
이제야 제공해 드렸습니다.  우리  11월 내내 축하하는 마음을 가져도 되겠지요?
     
신현순   16-11-15 17:37
    
당근입니다~~안샘
11월은 선소녀 샘이 축하받아야 할 달이지요.^^
     
제기영   16-11-16 05:55
    
저는 '토지 '책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드라마는 최수지 버전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본 기역이 납니다. 최근에는 이런 진지한 대작 드라마가 없어 아쉽지요. 드라마도 포퓰리즘을 따라가나 봅니다. 
미국과 영국 드라마 중에는 영화보다 작품성이 훨씬 뛰어난 작품이 많지요. 예를 들면 <다운튼 에비> <보르지아> <롬> <밴드 오브 브라더즈> <셜록 홈즈> 등 말입니다. 일본도 영국의 영향을 받아 대작 드라마를 많이 내 놨지요: <아쓰히메> <료마전> 등.  우리도 <토지> 같은 대작드라마가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소언   16-11-15 07:47
    
주제, 제재, 소재에 관한 임헌영교수님의 강의가 떠올라  리뷰합니다.
글의 주제를 정하면 주제의 글감이 되는 소재를 찾아 가능한 많이 주워담아라.
소재중 주제와 직갑접으로 관련이 있는 제재를 선택하라.
제재중에서 주제를 살리거나 밀접한 것들을 골라 주제와 연결하라.
고른 후에는 좋은 제재가 많고 쓸모가 있더라도 다 데리고 살지말고 과감하게 버려라.
대충 이러한 내용입니다. 글 쓰시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기영   16-11-16 06:02
    
주제를 먼저 정해야 할지 아니면 소재를 통해 주제를 정해야 할지 혹은 둘다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주제를 먼저 정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겠지요?
신현순   16-11-15 17:07
    
"쓸모가 있더라도  다 데리고 살지 말라!"
버리기 아까워 전전긍긍 하다 보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라는 말이겠군요.
글에서도 맺고 끊는 게 분명해야 겠네요.
박소언 선생님~잘 알았습니다.^^

요즘 종로반에서 왕언니 이덕용 샘을 비롯하여 좋은 글이 마구 쏟아지네요.
덕분에 많은 걸 공감하게 되네요. 열심한 샘들 감사합니다

제샘~ 잠시 떠나간 기억 다시 떠 올립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제기영   16-11-16 06:31
    
맞습니다. 요즘, 종로반에 좋은 글이 매주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종로반의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왜 왜 유럽의 수많은 도시 중에서  하필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되었는가에 대해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1500년 전후에 10~20만 정도의 작은 도시인 피렌체에서 수많은 예술가, 과학자, 사상가들이 탄생할수 있는 토양은 '자유로운 비판' 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예술가들은 거리낌없이 비판을 하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도 서로에 대해 비판을 주고 받았지요.  심지어 두사람은 마키아벨리가 주문한 피렌체정청의 양쪽 벽화작업에서 대결을 벌리기도 했거든요(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고료가 미켈란젤로 보다 2배 높았다고 함). 아마, 우리 종로반의 르네상스도 자유로운 합평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천호   16-11-16 09:57
    
다빈치의 수고료를 능가하는 작품성을 향해서 애 쓰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렵더라구요.
     
제기영   16-11-16 18:09
    
노벨문학상을 꿈꾸시는 이선생님께서는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