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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의 가치관과 심리 (소설반 22.11.15)    
글쓴이 : 김성은    22-11-20 10:00    조회 : 4,279

날이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어느덧 가을학기 마지막 날을 맞이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신 김**, 박** 선생님을 제외하고 열여덟 분이 강의실을 채웠습니다. 수업 후에는 종강모임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때와 달리 흥겨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10주차 강의는 지난 수업에서 다뤘던 인물의 특성을 복습하며 시작했습니다.

인물의 특성으로 ‘가치관과 심리’ 두 가지 예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소설이 언제 쓰였느냐에 따라 그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한 캐릭터들이 나오면서 인물들도 성격들이 많이 변하게 됐다. 두번째로 어떤 캐릭터든지 간에 자기의 어떤 세계관 가치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반응이라는 것도 그런 가치관과 무관할 수는 없다. 

여러분들이 소설들을 읽으실 때 그냥 단순하게 ‘재밌었어. 좋았어.’ 이렇게 느끼지 말고 그 소설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심리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주의를 기울이면서 읽어야 한다. 그 캐릭터들이 이전에 다른 소설의 캐릭터나 혹은 이전 소설의 캐릭터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런 것들도 한 번씩 고려하면서 보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쓸 때에 내 소설의 캐릭터가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동시대에 이 사람들을 묘파하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좋아했던 혹은 나한테 익숙했던 어떤 캐릭터를 내가 모방하려고 하는 데 그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가 되어 가는 길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기 동시대 사람들을 포착해내는 게 아닐까 한다. 

※ 시대별 아버지 상(캐릭터)의 변화

1. 일제 강점기 시대 : 서정주의 시 『자화상』 에서 ‘애비는 종이었다’

근대 문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 상은 부정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애비는 종이었다’라고 할 때에는 그것을 긍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부정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근대적인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 부모에 의해서 결정되거나 부모에 의해서 규정되는 게 아니라 나는 나로서만 증명될 수 있고 나는 나만의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아버지를 부정함으로써 근대적 자아, 근대적 개인 이제 이런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거라고 할 수 있다.

2. 전후시대 : 최인훈 ‘아비는 남로당원이었다.’

이 캐릭터는 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것 같다. 예전 소설들 보면 아버지들이 대체로 키는 크고 차분하고 실력도 있다. 그런데 집안, 아내나 자식들한테는 좀 무심하고 사회적으로는 무능한 캐릭터들이 엄청나게 등장을 한다. 그런 캐릭터들의 이면에는 되게 아름다운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상황 특히 이제 분단이라는 상황에서 자신의 개성이라든지 자신의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발휘할 수 없었던 그런 시대의 보편적인 모습이 전제되어 있다.

3. 1990년대 : 김소진 ‘아버지란 존재는 이도 저도 아닌 개흘레꾼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자식 등록금으로 쓸 돈이나 아내의 반지 뭐 이런 거를 술집 여자 갖다줘버리자 엄마가 그걸 찾아내라고 한다. 자식은 술집 여자한테 가서 무릎 꿇고 돌려달라고 비는 아버지를 목격한다. 생존 경쟁 같은 것들이 치열해지고 산업화 과정에서 성공하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가부장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또 거기에서 밀려난 아버지 상들이 문화계에서 대표적으로 다루어진다.

4. 2000년대 : 김애란 「달려라 애비」, 황정은 「모자」

더 이상 이제 가부장적인 권위 같은 것들을 부여받지 못하고 상실한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유한 어떤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아버지 상들이 등장을 한다.

4-1. 2000년대 : 자기 자식을 부인하는 아버지

처음에 우리 문학이 아버지 상을 다룰 때에 자식이 아버지를 부정하는 걸로 시작을 했다. 나중에 도달하게 된 지점은 그 아비가 내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너는 내 아들이 아니라고 부정하게 된다. 아비가 자식을 부정, 부인한다는 것은 무슨 철학적인 선언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거고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졌다면, 이제 더 이상 부모라고 해도 전처럼 예전의 관념과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따르지 않고 이전에 자기 삶을 살려고 하고 자기 삶을 누리려고 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결국 우리가 사는 시대에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사람들이 무엇이 옳고 그름을 판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무얼 느끼고 있고 뭘 중요시하게 여기는지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감지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얼마나 도덕적으로 올바른 얘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변모했고 어떻게 다른 양상 어떤 다른 상황을 견디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을 하고 그것들을 감지해서 자신의 소설에서 그것들을 캐릭터를 형상화해내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일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