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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와 모테트 음악에 대하여    
글쓴이 : 손동숙    14-03-25 09:46    조회 : 6,502

                                             

 음악적 취미가 유별났던 어린 소년 니체는

게르마니아라 이름지어진 모임에서 주머니돈을 털어 모아 음악잡지를 정기구독했고

모임이 해체될 즈음에는 바그너의 예술에 눈을 뜨고 있었다.

그는 모임의 마지막 회비마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피아노 발췌본을 사는 데 사용.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바그너와의 우정과 반목으로 음악사에서도 친숙한 이름이 된다.

피아노 연주를 즐겼던 아버지 덕분에 음악을 자유롭게 들었다. 

열 살 때 모테트를 작곡했고 시인을 꿈꾸었던 니체는 

후에 바젤 대학 교수 시절 바그너를 만났을 때 그에게서 그리스 정신의 구현을 직감.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이 지어진 후 바그너의 음악적·사상적 방향이 독단에 가까워지자

3년 후 니체는 그와 마음속으로 ‘결별’을 선언한다.

유일무이하게 독특한 자서전으로 기억될 <이 사람을 보라>를 보면,

바그너 증오 이후 니체의 음악 취향이 달라졌다.

 “나의 진정한 독자들에게 내가 음악에 관해 요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 이야기하고자 한다.

음악은 10월의 오후처럼 쾌청하고 심오해야만 한다.

그것은 독창적이고 분방하고 부드러워야만 한다.

또한 사랑스럽고 우아하여 마치 온유한 부인 같아야 한다.”

니체에게 음악은 모든 예술의 원동력이자 구원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니체가 광기에 사로 잡혀 있던 11년간의 가상 일기를 토대로 꾸민 이자벨 프레트르의 <소설 니체>에는 평생 음악에 대한 집념과 사랑이 절절히 묘사되어 있다.

“1890년 6월 1일  하이든의 ‘피아노를 위한 신포니아’ 12개를 지금 막 연주했다. 혼자서 두 연주자의 몫을 다했다. 꼬박 다섯 시간 동안 피아노 앞을 떠나지 않았지. 나는 항상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었지.  왜 리하르트(바그너)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질투심을 느껴서? 언젠가 브람스를 연주했더니 나를 마구 몰아세운 적도 있다. 음악이 없는 인생은 잘못된 인생이라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음악은 내 천직임이 틀림없는데, 왜 나는 그것을 포기했을까... 작곡가, 피아니스트, 평론가... 그래, 몇 년 동안이나 음악평론가가 되고 싶어했지... 그런데 왜 그걸 포기했을까.”

모테트는

* 각 파트가 독립적인 가사진행으로 수평화음을 이루면서 선법화성적으로  진행.

고전시대를 거쳐 낭만시대에 꽃을 피운 조성음악(Homophony), 즉 수직화성과 다른 점이다.

 

* 모테트라는 용어는 말을 뜻하는데 단순한 말이 아니라  교회의 말씀,

성경(또는 미사전례문)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있다.

* 모테트는 라틴어의 종교적 가사가 붙은 여러 개의 독립된 성부들이 조화를 이루는 다성 합창곡.

* 소프라노 가수가 청아한 음색으로 부르는‘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Nulla in mundo pax sincera’라는 노래는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삶을 다룬 영화 [샤인Shine]으로

유명해진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의 모테트. 

* 모테트는 미사(missa)곡들과 함께 가톨릭 교회음악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가사가 대부분 라틴어로 쓰였고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점은 미사와 모테트의 공통점이지만,

일반적인 미사곡이나 레퀴엠이 미사통상문이라는 형식에 매여 있으나

모테트는 교회전례와 연관성은 있어도 전례음악의 핵심은 아니다

* 중세에 비교적 엄격한 형식의 모테트는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결정적인 전환을 이루게 된다.

선율은 훨씬 자유로워졌고 개념의 폭도 넓어져,

결국 ‘모테트’라는 말은 미사 전례문을 제외한 교회음악의 총칭으로 쓰이기까지 했다.

                      3곡;  Rosa quae moritur  

                          

            Antonio Lucio VIVALDI 
            RV 631 ? O qui coeli terraeque serenitas ? (M. 3 extrait).

           (하늘과 땅의 평화이신 주님)중에서

 

     3곡 ‘시들어가는 장미 Rosa que moritur’는 서글프고 애잔한 선율에 담은 가사 

Rosa quae moritur,
unda quae labitur,
mundi delicias
docent fugaces.
Vix fronte amabili
mulcent cum labilit
pede praetervolant
larvae fallaces.

장미가 죽고,
파도가 멈추고,
이 세상의 즐거움이
애교 있게 우리를 유혹하고
그러고는 재빠르게 멀리 빠져나가는
대부분이 우리를 속이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헛된지 우리에게 보여주십시오


르네상스 중기에는 모테트도 플랑드르 악파의 양식에 의해

정선율 주제를 각 성부가 따라 연주하는 모방기법을 사용했고,

대표적 모테트 작곡가로는 오케겜, 조스캥 데프레, 오를란도 디 라소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라소는 감성이 충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곡 스타일로

플랑드르 모테트를 발전의 정점에 올려놓았다.

 

‘우리는 바빌론 강변에 앉아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다’는 내용의

구약성서 시편 136장 1-2절을 토대로 한 그의 [바빌론 강변 Super flumina Babylonis]은

16세기 최고의 걸작 모테트로 꼽힌다.

바로크 시대에 모테트는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

성악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이 아니라 기악 반주를 수반하는 것이 일반화,

합창 뿐만 아니라 독창으로 불리기도 했다.

몬테베르디는 협주양식과 모노디를 적용해 모테트를 작곡,

독일에서는 하인리히 쉬츠와 바흐가 모테트의 새 시대를 열었다.

바흐 시대에 모테트는 ‘폴리포니로 작곡된 종교적 합창곡’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J. S. Bach - Motet "Komm, Jesu, komm" BWV 229 (1/4)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독일어 모테트를 작곡

장 잘 알려진 작품은 ‘예수, 내 기쁨 Jesus, meine Freude’(BWV 227)과

‘오소서, 예수여, 오소서 Komm, Jesus, komm’(BWV 229).

앞 곡은 요한 프랑크의 코랄과 신약성서 로마서를 토대로 한 총 11곡의 대작.

 바흐의 모테트는 굳건한 믿음을 고백하고 신앙에서 영혼의 위안을 구하는 구절들로 가득.

영국에서는 종교개혁과 더불어 가톨릭 교회음악인 모테트가 사라지면서

영어 가사를 지닌 앤섬(Anthem)이 그 자리를 대신.

독창자 없이 합창만으로 이루어진 악곡은 풀 앤섬(full anthem),

기악반주가 수반된 독창과 무반주 합창이 교대로 나오는 악곡은 버스 앤섬(verse anthem)으로 불림.

17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헨리 퍼셀에 이르러 결실을 맺는다.

퍼셀의 대표적 앤섬으로는 두 파트의 4성부로 이루어진 8성부 합창

‘내 마음이 말하고 있네 My heart is inditing’가 있고

이 곡은 1685년 영국 왕 제임스 2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  독창과 합창,

호모포니와 폴리포니, 콘티누오와 현악합주가 번갈아 나타나며 화려한 대비효과를 만들어낸 걸작.

Purcell - My Heart is Inditing  

 Singers from the Westminster Liturgical Music Course 2010 perform a section from

Henry Purcell's Coronation Anthem "My Heart is Inditing". www.liturgicalmusic.co.uk

18세기부터 모테트 형식에는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1773년에 이탈리아에 간 모차르트는 이탈리아 교회음악이

오페라의 영향을 받아 기교적으로 훨씬 세련되어 있음을 보고,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를 돋보이게 하는 모테트를 작곡.

이 작품이 바로 ‘기뻐하라, 환호하라Exultate, jubilate!’,

3악장 형식으로 작곡한 이 곡의 마지막 알레그로가 유명한 ‘알렐루야’

 

19세기 모테트 작곡가들은 의도적으로 내용상 빛과 어둠,

평온과 격정 등의 대비가 뚜렷한 텍스트들을 선택해 음악적 대비효과를 창조.

모테트의 전성기였던 후기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대위법을 사용,

기악 반주가 없는 무반주 합창곡 형식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

브람스 역시 모테트 일곱 곡을 모두 대위법을 사용한 아카펠라로 작곡.

슈만이 세상을 떠난 뒤 브람스가 작곡한 모테트 곡들은 신앙에서 위안을 구하는 내용을 담았고,

이 작품은 브람스 [독일 레퀴엠]의 초석이 되었다.

 



문영일   14-03-25 09:58
    
참 보배같은 분이시네요.
문학반에 음악을 전공하신 님이 없었더라면
이런 자료들을 어떻게 접근이 할 수 있겠습니까?
참 고맙습니다.
전, 니체하면 골치아픈 글밖에 떠 오르는 게 없었는데
아니 그가 음악을 했다니....  그것도 바그너와 .
그리고 바그너를 팽 칠 정도(물론 생각이 달라서 였겠지만)였다니
새로운 지식을 하나 접했습니다.
손동숙 선생님 고마워유.
     
손동숙   14-03-25 10:14
    
와, 문선생님께서
제가 공들여 꾸민 이 공간에 첫손님이시네요.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즐겁습니다.
손동숙   14-03-25 10:09
    
강의를 들으며
니체가 10세때 모테트를 작곡하고 50편의 시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음악에 굉장한 취미가 있었음을 알고
좀더 가깝게 생각되기도 했구요.
'음악은 시월의 오후처럼 쾌청하고
심오해야만 한다'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예요.
니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김진   14-03-25 11:28
    
니체에 대해 좀 더 새로운 정보를 얻었읍니다.
    아름다운 음율을 들으며 화요일 아침을 시작 합니다.
  손동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남의 반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죄송.

    금요반  김진
임정희   14-03-25 11:34
    
손동숙 선생님 덕분에 모테트가 미사곡과는 다른 성악곡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음악을 사랑한 천재 니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손동숙쌤 짱!!
복잡한 니체의 뇌 세포들은 시월의 쾌청한 바람을 쐬고 싶었겠지요.
오곡을 무르익게 하는 가을 햇살 같은 따스함도 꼭 필요했을 것 같아요.
정신이상으로 시달렸던 말년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천재는 외로와요~
김은희   14-03-25 16:53
    
와우! 손동숙샘... 니체의 초상에 음악까지... 너무 감사해요. 음악은 문학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홀랑 빼앗아갑니다. 너무 아름다운 곡 감사해요^^. 좋은 오후 되세요~.
김형자   14-03-25 21:33
    
역쉬!! 손동숙샘, 최~~고~~^^
니체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도 달라졌을텐데요.
엉킨 영혼을 올올이 풀어놓는 음악의 마력 속으로 빠져드는
평화롭고 황홀하고 아름다운 밤이에요...
김정완   14-03-26 05:15
    
손샘 새벽에 마음을 맑게해 주는 음악 잘 들었어요
 니체의 다양했던 지식 많이 배우거갑니다.  고맙습니다.
조병옥   14-03-26 20:12
    
동숙씨... 너무도 놀랍습니다.
    이런 음악을 접할 수 있다니... 듣다가 저는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그냥 이대로 하늘로 날아가 그들, 폴리포니 음악을 만들어 낸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싶습니다. 파도처럼요...
    저를 오늘 더없이 행복하게 해주신 님을 안아드립니다.
정혜선   14-03-27 09:11
    
안녕하세요 선생님!
니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음악은 10월의 오후처럼 쾌청하고 심오해야만 한다.
그것은 독창적이고 분방하고 부드러워야만 한다.
또한 사랑스럽고 우아하여 마치 온유한 부인 같아야 한다.”

10월의 오후가 쾌청하고 심오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동영상 뜨면 에러가 나서 듣지는 못하고...
약올라 죽겠습니다.ㅠㅠ
손동숙   14-03-28 19:19
    
김진선생님, 얼굴뵌 적은 없으나 금요반에 자주 들어가
금반댓글보며 즐기던 한사람입니다. 아는 분이 아주 많거든요.
전 허락없이 아주 편하게 들어갔답니다. ^^

임정희반장님
요즘 많이 피곤하신가봐요. 음악많이 듣고 푹 쉬시라는 말밖에요.
저도 그나이엔 많이 힘들었어요. ^^

김은희님이야 항상 감사하는 분이죠.
똑소리나는 월반의 자랑 ^^

김형자님
항상 온화한 표정이 넘 맘에 드는 님이세요. 감사 ^^

김정완선생님
새벽에 들으셨다니 일찍 일어나시네요.
저도 선생님의 여러면을 닮고 싶답니다. ^^

일초선생님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감사합니다. ^^

와, 정혜선님
정말 반갑네요.
예쁜 그대, 갑자기 보고싶어..
근데 음악을 못들으니 어쩐다? 정말 아름다운 곡인데..안타까워요.
담엔 꼭 들을 수 있게 얼른 고치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