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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라서 외롭지 않으니까요    
글쓴이 : 한지황    14-03-17 23:25    조회 : 4,678

비문과의 전쟁은 해가 바뀌어도 진행 중입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비문이 많은 글은 신뢰감을 상실합니다.

작가로서 치욕적인 일이지요.

물론 비문이 없는 글은 존재하기 힘들 정도로 비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문장이라도 비문이 줄어들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일단 중학교 일학년 국어 교과서를 구입해서 필사를 하세요.

매일 몇 장씩이라도 꾸준히 옮겨 적다보면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게 됩니다.

주어, 서술어 관계를 꼭 따져보세요. 이것만 잘해도 70~80%의 비문은 줄일 수 있습니다.

될 수 있으면 짧은 문장을 쓰세요.

이런 노력을 통해 비문 줄이기에 힘써야 하지만

하루 이틀에 고쳐지지 않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글쓰기만큼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도 없을 정도로 글쓰기의 길은 험난합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나아지길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단어 구사를 해야 합니다.

평상 시 우리 스스로 정확하지 않은 단어들을 사용하면서도

동남아인들이 우리말을 이상하게 한다고 비웃으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지요.

겨우내 내린 잔설이란 구절에서 잔설은 녹지 않은 눈을 말하는 것으로 틀린 표현입니다.

둔탁한 도심이란 표현도 틀립니다.

둔탁함이란 소리가 맑지 않다는 뜻으로 도심에 적합하지 않지요.

 

치매에 걸리면 명사는 잊어버리지만 감각어는 잊지 않습니다.

명사는 눈을 통해 학습되고 감각어는 귀를 통해 습득됩니다.

문학은 감각의 언어를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닭집 아줌마의 정체성이 궁금하다.”라는 표현은 어색합니다.

닭집 아줌마의 앞치마에서는 피냄새가 난다.

그런 아줌마도 가게를 닫으면 지전 주머니를 풀고 꽃을 사러간다.

남편 생일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쇳소리의 목소리를 가지고 투박해도 내면은 여성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관념어가 아닌 감각적인 표현을 해야 문학이 됩니다.

 

어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드리기로 했다는 잘못된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비유란 이질적인 것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같은 종류는 안 되지요.

목련을 진달래에 비유해서는 안 되듯이

이야기를 동화에 비유해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이야기를 군밤처럼 맛있게 들려드리기로 했다던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들려드리기로 했다고해야 합니다.

 

오늘도 세 시간에 걸친 강의 내내 문법에 틀린 문장들이

스승님의 심기를 많이 불편하게 했습니다.

스승님에 의존해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 비문을 발견할 수 있는 그날이 언제 오려는 지

제자들의 마음도 답답하기만 했지요.

단체로 중학교 국어책을 베끼기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형식이 엉망이라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글이 될 자격이 없으니까요.

배울 때는 열심히 들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니 이것 참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인간 관계에서는 계산을 하는 것이 순수하지 않아서 정이 떨어지지만

글쓰기에 있어서 계산은 철저히 해야 합니다.

계산 없이 끄적거리다간 글은 체계적이지 않고 엉망이 되어버리니까요.

대충 읽었을 땐 몰랐던 오류들이

스승님의 합평과 함께 마구 쏟아져 나오니

민망한 정도가 아니라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오뚜기처럼 일어나야지요.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야지요.

함께 라서 외롭지 않으니까요.


공인영   14-03-18 00:09
    
반장님, 우리 오늘 정말 진국의 수업을 또 들은 거지요?
배움이란 이렇게 끝도 없거니와 또 그것을 향한 욕구가 악마의 유혹 못지 않으니
고단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이 시간들이  바로 행복이지 뭡니까? ^_^;;
그러니 그 만큼
우리 스스로 배움에 깊이를 더해가는 시간을  몇 배 더 채워야 하겠습니다.
적당한 독서, 적당한 글쓰기란 있을 수 없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반장님 말씀처럼
서두르지 말고 기죽지도 말고 또... 자만하지도 말며
한걸음씩 나아가보는 겁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여라. 그것이 곧 아는 것이다' 란 공자의 말씀이
제 조상님이 하신 말씀이라 기억하는 건 아니옵구요? ^^
그걸 인식하고 바닥부터 튼튼히 다져야 사상누각의 글이 되지 않음을
저 또한 진심으로 느꼈기 때문일 거에요.

수업이 있는 날은 반나절 동안이나 머리를 굴리며 따라가느라 살짝 지치면서도
무언가 알찬 것들로  꽉 채워진 듯 가슴이 벅차오르곤 합니다.
이 기세로라면 오늘 밤 만리장성 쌓듯 뭔가 하나 이뤄놓을 것만 같은데,
하룻밤 자고 나면 정신 차리며 중얼거릴 테지요. '아직은............. 멀었다' 고.

후기 잘 읽고 또 복습합니다. 늘 반장님께 고맙고....
내일은 황사가 제법 있겠다네요. 우리 일산반 식구들, 
건강들 잘 챙기시고 좋은 한 주 되세요.
 전.... 잠시 호밀밭에 머물다^^ 자려 합니다.
모두 모두 굿나잇!!
     
한지황   14-03-18 09:03
    
그럼요. 진국의 수업이었지요.
항상 같은 말을 하고 또 하셔야 하는 스승님의 심사는 오죽할까요?
소귀에 경읽기도 이보다 나을까요?ㅎㅎ
그러나 스승님도 아시지요.
말처럼 생각처럼 글쓰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답답한 마음 한켠엔 안타까움이 머물러 있고
한숨을 푹 쉬시더라도 또 지적을 해주시는 것이겠지요.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을 생각합니다.
그의 방황은 현대 우리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지요.
늘 헤메다가 가는 인생, 그래서 글쓰기에서도 이렇게 헤매야 하는 것일까요?
문영일   14-03-18 07:08
    
각 반의 수업후기를 꼭 읽으려고 합니다.
잘 쓴 남의 노트 빌려보는 범생의 마음입니다.
이재무 선생님 수업에 출석하고 싶은데  '요일일정'이 맞지않아
못하고 있어 아쉽기에 더 더욱 그러합니다.
듣기로는, 샘의 가차없은 지적에 거북 해 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저라면 고맙기만 하겠습니다.
저는 반장님이 올려주시는 이 후기만 읽어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한지황   14-03-18 09:11
    
안녕하셨어요? 문영일선생님!
늘 변함없이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이 댓글에서 전해 옵니다.
울 스승님의 지적은 따끔한 만큼 배우는 것도 많지요.
왜 그런 말이 있지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무릇 스스로의 모자람을 인정하면 스승님의 말씀이 거슬리지 않아요.
꿀맛은 아니더라도 감사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요.
지당한 말씀이신데 토를 달 수 없지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걸요.
억울하면 지적안 받도록 잘 쓰면 될 것을 그게 안 되니까
묵묵부답 열심히 듣고 적고 외울 수 밖에요.
답답한 것은 그래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슬픈 현실일 뿐이죠.
그래도 희망만은 잃지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렵니다..
저의 후기가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셨다니 제가 더 고맙습니다.
최영자   14-03-18 18:53
    
산수유가 따스한 햇살에 못 이기듯  노오란 꽃망울을 슬금슬금 터트리고 있네요.
결석이 2명 있었음에도  강의실은 꽉찬 느낌이 들었어요.

호수공원에서 들려오는 꽃망울 터트리는 합창에도 불구하고  합평을 하시는 스승님은  잘못 선택한 단어,
비문을 낱낱이 들추어 내시면서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 고심 하신
듯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참 잘 썼습니다. `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그립습니다.
     
한지황   14-03-18 22:05
    
죄영자샘의  마지막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가슴에 와닿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마음이지요.
그 말엔 안타까움과 답답함과 열망이 담겨 있지요.
스승님인들 왜 칭찬을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창 밖은 봄기운이 완연한데 우리 강의실도 꽃내음이 진동을 하겠지요.
삼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고 봄처녀라도 된 듯 가슴이 두근두근...
봄나들이라도 가고 싶군요.
진미경   14-03-18 19:48
    
결석을 하여도 반장님의 후기가 있어서 좋습니다. 일산반 문우님의 소통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지요.
산책을 나갔는데 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 따뜻함이 좋았습니다.
시골에 산다면 초록빛에 취해서 냉이,달래를 캐러 다닐 것입니다.
애써 청하지 않아도 오는 계절의 이치입니다. 아쉽다면 봄,가을이 예전보다 짧아진 점~~~~이
봄은 해마다 우리를 찾아와 반기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 가면 다시는 오지 않습니다.
그나마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로 해마다 자연의 봄을 맞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지요.
     
박래순   14-03-18 23:03
    
미경샘, 보기보다 연약하십니다.
아프지 마세요. 범생이 안보이니 허전합디다.
빨리 나아서 다음주엔 꼭 나오기요.
진미경   14-03-18 20:02
    
박래순샘이 추천하신 호밀밭의 파수꾼이 참 좋았습니다.
홀든이 비인간적인 학교생활과 어른들의 위선적인 행동에 저항하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려지더군요.
생각해보면 어릴땐 어서 커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었는데....
시간이 더디 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지루하기도 했었지요.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방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믈질만능주의속에서 순수함을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다만 드러내고 숨기고의 차이일 뿐...
홀든의 저항이 실패로 돌아 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추악하다고 무조건 세상을 등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에,홀든이 비판의식과 함께
타인을 이해하려는 성숙한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담주 독서모임이 기다려집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명작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함께 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한지황   14-03-18 22:14
    
인생의 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구절에 가슴이 오무라 듭니다.
우리 인생의 계절은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요?
자연 이치에 따라 생로병사를 거역할 수 없으니 변함없이 찾아오는 봄이라도 즐길 수 밖에요.
미경샘이 빠진 교실은 웃을 일이 적었답니다.
스승님의 말씀에 몇 번 까르르거리긴 했지만 약방의 감초가 없어서 영....
<호밀밭의 파수꾼>을 한 번 더 하니 다음 주에도 열띤 토론 기대해 봅니다.
명작이 왜 명작인지 새삼 느끼는 요즈음이지요.
여행은 누구랑 가느냐가 젤 중요하다는데
저 역시 명작 찾아 떠나는 길동무들이 마음에 듭니다.
          
박래순   14-03-18 23:06
    
반장님, 고생하셨어요. 후기 쓰기 힘드시죠?
그래도 그 후기에 위로 받고 도움 받는 문우들이 있으니 참 좋지요.
영자 샘 말씀처럼 머지않아 "참 잘 썼습니다." 라는 칭찬도 나올거예요.
박래순   14-03-18 22:59
    
우리 반 님들과 함께라서 외롭지 않았어요.
따끔따끔 찔리는 합평 시간에도 속없이 웃음이 자꾸만 나왔어요.
교수님은 공부 못하는 학생들 데리고 속 터져라 하시면서 오늘따라 자주 웃으시더군요.
아이처럼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볼 땐 답답해 죽으려고 하시면서~
왜 아니겠어요. 주어, 서술어도 순서를 모르고 있으니…,
시집간 딸이 김치 만들 땐 '홀든 말투'로 백만 번을 가르쳐 줘도 마늘을 안 넣고 하는 것처럼요.
호밀밭에서 노는 홀든처럼 아직도 뭘~모르고 있잖아요. 우린
한지황   14-03-19 08:43
    
그래서 우리가 호밀밭의 파수군을 재미있게 읽고 있나요?
홀든이 남같지 않고 이해가 되는 것이....
문법 공부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공부라면 웬지 주눅부터 드니....
그래도 이번 기회에 다 함께 필사의 대장정을 걸어보는 게 어떠신지....
박래순샘의 웃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래도 수업 시간이 늘 기다려지는 것은 간간이 쏟아져 나오는 웃음보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