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학기 종강은 시론 강의로
대상과 시 의 일곱 가지 유형 중 시와 대상, 비대상에 대해 공부하였지요.
대상은 소재에 해당되는 것으로 사물은 객관적 대상인 반면
관념이나 감정은 주관적 대상에 해당됩니다.
대상은 분명해야 합니다.
가령 의자라는 대상을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아들은 아버지에게 의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편하기 때문이지요.
한강에게 의자는 밤섬 또는 선유도입니다.
한강은 그 섬들에서 잠시 쉬었다 가니까요.
보라매 공원 벤치에는 쉬는 사람이 많지요.
벤치야말로 두꺼운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푸념과 속삭임을 들은 벤치들이
그들의 사연을 듣고 간직하고 있는 두꺼운 책이라는 발상이 재미있지요?
엄마가 저만치서 걸어옵니다.
마치 장편소설이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전 인생은 소설 같으니까요.
누구나 살아온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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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차이가 납니다.
사람마다 세계관, 역사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들을 결정짓는 요인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 중 중요한 것을 뽑는다면
첫째, 유전적 인자입니다.
출생 즉 어떤 가문인가와 유전자 등이지요.
둘째, 성장 배경입니다. 계급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셋째, 지역입니다.
남북 또는 도시이냐 시골이냐 등등입니다.
넷째,남녀의 차이입니다.
다섯째, 세대의 간극입니다.
그 외에도 대학 전공, 교우 관계 등등 여러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결합으로 각자의 인식을 결정하지요.
이것이 문체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문체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가 있지요.
전화 목소리를 듣고 구별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체만 보고도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지요.
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만난 것들로
의식적, 무의식적 모든 것들이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좋은 인연, 좋은 만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매주 인문학 강의에 버금가는 멋진 강의에
세계 명작으로 토론을 하는 우리는 좋은 인연과 만남을 잘 영위하고 있으니
미래가 환하게 밝아오는 것만 같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어떤 대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종의 정신 현상입니다.
정신 현상은 사유이며 대상에 대한 인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아방가르드나 쉬르레알리즘 계열의 시인들은 무의식의 시쓰기를 주장합니다.
꿈을 꾸면서 적는다거나 꿈꾸며 외쳐대는 것을 누군가가 녹음하지 않는 이상
무의식 상태에서 글쓰기는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꿈에서 깨어난 후 기억하는 것은 굴절될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이미 의식의 세계이기 때문이지요.
아방가르드는 전위적 실험 양식이며
쉬르레알리즘은 초현실주의를 말하며 포스트 모더니즘과 다 일맥상통합니다.
대상과 시 쓰기의 일곱 가지 유형 중
공적인 대상과 사적인 대상에 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추천사/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 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더미들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 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시에서 공적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춘향전을 소재로 썼다고 하면
사랑의 완성이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적 대상으로 해석한다면 이상 세계를 추구하지만
현실에 좌절하는 인간이 됩니다.
2연에서는 이상세계로 가려면 지상의 아름다움들을 버려야 함을 말합니다.
3연에서의 산호는 장애물이며 바다는 이상세계를 의미합니다.
채색한 구름은 아름다움으로 설레임을 암시합니다.
울렁이는 가슴 또한 이상 세계에 대한 설레임을 나타냅니다.
4연의 西는 죽음 즉 극락을 말하며 그네에 묶여있는 인간의 한계를 말합니다.
그네는 유치환의 깃발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네/임영조
어디서 명퇴한 중년일까
아파트단지 어린이 놀이터에서
반백의 사내가 아침을 민다
서너 살 손주 놈을 그네 위에 앉히고
줄을 꼭 잡아라! 놓치지 마라!
거듭 당부하면서 힘껏 밀어올린다
와와, 둥근 해가 솟는다 아이가 뜬다
허공 가득 퍼지는 해맑은 웃음소리
나뭇잎들 팔랑팔랑 손뼉을 친다
땅을 박차고 하늘 높이 올라라
올라가서 세상을 내려다보라
검버섯 핀 손등으로 그네를 미는
저 반백의 사내는 지금, 놓쳐버린 꿈
흘리고 온 세월을 미는 것일까
남은 생을 밀어내는 것일까
생이란 무릇 그네 타기 같은 것
아무리 밀어도 밀어 올려도 그네는
다시 제자리로 내려올 것이다
정상으로 밀어올린 욕망은 곧
땅으로 굴러 내릴 바윗돌인데
계속 잔머리를 굴리는 시쉬포스들
날마다 제 한 몸 밀어올리려
아찔한 그넷줄 잡고 용쓰던 퇴역
오늘은 등뼈가 흰 반백으로 돌아와
어린이 놀이터 그네를 민다
밀 때마다 손주는 멀리 떠나고
허허로운 배경으로 홀로 남는다.
명퇴당한 사나이가 그네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낸 시입니다.
줄은 인맥을 뜻하고 발견이 있기에 좋은 시가 되었습니다.
시를 많이 읽다보면 수필의 글감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소의 관계/이재무
놀이터 시소 놀이하는
아이들 구김살 없이 환한
얼굴 넋 놓고 바라다 본다
저 단순한 동어반복 속에
황금 비율이 들어 있구나
사랑이란 비율이 만드는 놀이
상대의 무게에 내 무게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
엇나가기 시작한 관계들이여,
놀이터에 가서 어린아이로
시소에 앉아보라
놀이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그러자는 약속, 다짐도 없이
서로의 무게를 받들 줄 안다
내 삶의 무게를 고집하는 것이 부부싸움입니다.
상대방 무게에 대한 배려가 사랑입니다.
물론 여기서 무게란 영혼, 정신의 무게를 말하지요.
우리는 사랑의 비율을 잘 조절하고 살고 있나요?
종강은 멋진 시들로 가슴을 흠뻑 적신 채 끝을 맺었습니다.
며칠간 과음을 하신 스승님의 건강상 문제로 소주 대신
얼큰한 샤브샤브 집으로 향했지요.
해장이 잘 되었다고 맛있게 드시는 스승님의 모습에 우리 모두 흐뭇했습니다.
살림살이의 달인이신 스승님의 깔끔하고 부지런한 살림솜씨 이야기에
모두들혀를 내둘렀지요.
식사 후 뒷풀이로 찾아간 찻집에서 오순도순 예기는 그칠 줄을 몰랐고요.
오늘 함께 못하신 박인숙샘과 김성희샘 아쉬웠습니다.
겨울 학기는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고
꽃피는 춘삼월엔 더욱 환한 모습으로 만나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