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과 커피로 월반 수업은 달콤 쌉싸름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일찍 오셔서 수고해주시는 이순례 반장님, 박유향 총무님, 안옥영샘 감사합니다...
문영일샘이 지난 주에 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송교수님께서 수업을 여셨습니다.
문영일샘께서 다시 질문을 정리해주셨는데, 질문의 내용은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거나 주제가 없어도 수필이 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송교수님의 대답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봅니다.
요즘은 ‘주제’라는 말 자체를 잘 쓰지 않는다. 그 대신 ‘작가의 의도’라는 말을 쓴다. 주제는 고전문학에서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명확했다. 모든 이야기에는 결국 ‘권선’이라는 주제가 있고 아이들도 그 주제를 뻔히 알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를 계속 듣는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재미를 위한 요소들 중 하나는 ‘호기심’이었다. 그런 재미를 넣어서 읽고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것이 문학이다.
당의설(糖衣說) (설탕으로 옷을 입힌다): 교훈이라는 내용에 쾌락이라는 설탕을 입힌다. 주제가 없는 수필은 없고 그것을 어떻게 드러냈는가가 있을 뿐이다.
문학은 유희구조와 의미구조가 있다. 유희는 쾌락, 교훈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문학은 직접적인 교훈이 아닌 온갖 수사법을 구사해서 돌려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문학작품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의미가 다양하게 파악되는 것이 특징이다.
재미(쾌락)가 있으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학은 감흥, 감동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단순한 재미나 쾌락과는 차이가 있다. 보람, 의미, 감흥이 깃든 재미를 노리는 것이 문학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질문을 정리하면, 주제가 없는 글이란 있을 수 없고 주제가 내면화되어 드러나는 것이 좋을 글이다. 주제를 너무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글에 생각이 담겨 있어야하고’, ‘생각이 있는 글’을 써야한다. 즉 가치지향적 글을 써야한다.
그것은 천박성과 반대되는 심오함이나 심각성이 담겨 있는 것을 말한다.
유쾌하더라도 가치지향적 자세가 들어 있어야 한다.
문학의 미학은 골계(滑稽)미(위트, 유머, 풍자, 패러독스 등), 숭고미(崇高美)(비장미, 엄숙미)로 나뉜다. 그런 미를 추구하는 것이 문학이다. 결국 비유를 통해 그런 미가 잘 드러나게 써야 한다.
그리고 송교수님께서는 글에 대한 합평으로 이어갔습니다.
송교수: 합평으로 들어가서 총평을 하자면 글들이 좀 서둔 감이 있었다.
빨리 쓰고 여행 가야 하는 사람들처럼 글을 쓴 느낌이었다.
<성경공부> - 김혜민
작가: 송교수님 말씀대로 글을 빨리 썼고 서둘러 낸 것 같다. 다른 작가들처럼 3인칭으로 쓸 자신이 없어서 1인칭으로만 쓰니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독자: 왜 성당에 대해 냉담자가 되었는지 그런 부분을 좀 자세히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작가: 굳이 냉담자가 된 것이 아니라 결혼을 위해 세례를 받았고 아이를 낳고 바쁘다 보니 성당에 잘 다니지 않게 되었다.
송교수: 이 글 속의 가장 큰 내용은 ‘내 안에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었다’이다. 그런데 그런 글쓰기의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 봄의 변화’를 드러내주는 제목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글감은 되지만 좋은 쪽으로 정리가 잘 안 되었다.
‘~했다고 한다.’, ‘~됐다고 한다.’ 식의 문체는 바꾸는 것이 좋겠다.
불필요한 내용은 줄이는 것이 좋겠다. 세 번째 단락에서는 반복이 잦다.
‘냉담자’라고 본인을 정의 내린 것은 바꾸는 것이 좋겠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글을 쓴 의도와 목표가 잘 드러나지 않기에 좀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나의 설렘 명작 스캔들> - 김명희
독자: 등단 전에 낸 글을 수정한 것인데 좋았다.
송교수: 문장이 좀 껄끄럽고 다듬어야 한다. <명작 스캔들>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고 객관성이 좀 결여되어 있다.
작가: 그 때 그 프로그램에 너무 푹 빠졌었기에 그렇게 쓴 것 같다.
송교수: 그 프로그램에 대한 사적인 느낌과 사적인 아쉬움이 너무 드러나서 좀 아쉬웠다.
독자: 칼럼 같은 성격의 글로 읽었다.
송교수: 칼럼으로 썼다면 객관성이 더 담보되어야 한다.
독자: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 중도하차 되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송교수: 그렇게 쓰려면 더 객관적으로 써야하고, 시청자의 입장이냐, 칼럼니스트냐 하는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 그러면 도입부도 바뀌게 될 것이다. 도입부를 너무 멀리서부터 끌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문장이 좀 껄끄럽다.
<다 괜찮다> - 안정랑
송교수: 이 작품도 좀 서둔 느낌이 있다. 김혜정 선생의 ‘장롱을 버렸다’라는 수필을 읽으면서 떠올린 이모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지막에 결국 ‘장롱을 버리지 못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좋겠다. 안선생의 이야기가 처음에 나오는데 바로 이모 얘기로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자: 글이 찬찬하고 안정랑씨의 스타일이 잘 배어 있어서 좋았다.
송교수: 좋은 문학적 비유가 곳곳에 들어 있다.
<기도 - 메주고리에를 떠나며> - 김혜정
작가: 수필반에 나온 지 3년이 넘었지만 글을 낸 적이 없었는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내게 되었다. 아들이 서류를 찾아달라고 해서 찾다가 전에 썼던 글을 발견해서 내게 되었다. <장롱을 버렸다>가 자기 소개서처럼 되었는데, 이 글이 원래 자기 소개서 형식으로 쓴 글이다.
독자: 너무 잘 쓴 글이다.
송교수: 이 글을 보면서 기도도 ‘기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서 인류로, 엄마가 성모로, 이렇게 좀 확장되면 좋을 것 같다. 너무 개인적 기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독자: 이 글이 더 자기가 드러나기에 좋았다.
<힐링> - 김혜정
송교수: 간추릴 필요가 있는 글이다. 가지를 좀 더 쳐내야 한다.
<불교의 나라, 은둔의 나라 미얀마에 다녀오다> - 성민선
작가: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초고형태의 글이다. 고치는 과정에 있는 글이다. 수필의 길이에 대해 생각하며 써 보았다. 이렇게 길어도 상관없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송교수: 한국산문을 생각하면 긴 글이다. 다른 수필잡지를 생각해도 길이는 좀 긴 편이다. 탑이 많다는 내용을 균등하게 썼기에 분량이 많아졌다. 그 탑들 중에서 하나를 정해서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길이도 줄어들 것이다.
기행문에 대해 다른 반에서는 강의를 했는데, 월반은 글이 많이 나오니 그럴 시간이 없었는데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 월반 동정
점심은 메밀 국수집에서 했습니다.
총회 때문에 점심을 하지 않고 가신 분들이 많았지만, 총회에 많이 오셔서 하루에 두 번 만나니 또한 기뻤답니다^^.
오늘 총회에서 정진희샘이 ‘한국산문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축하 축하드려요^^. 짝짝짝~~.
김문경 전반장님은 총무부장, 임명옥샘은 편집부장, 김선희샘은 기획부장, 장은경 전총무님은 사무국장을 맡아서 한국산문을 위해 봉사해주십니다. 한국산문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대들보가 된 월반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한국산문 신인상’을 세 분이나 타셨습니다.
안옥영샘, 이명희샘, 황다연샘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문운도 활짝 피어나시길 바랍니다.
봄이 흐드러집니다.
오늘 장사익 선생의 노래에 내 눈가도 잠깐 젖었었는데, 이렇게 봄날은 또 가나봅니다.
총회에서 자주 뵙지 못하는 다른 반의 샘들과 반가운 얼굴들 뵈니 너무 기뻤답니다.
총회로 이제야 후기를 올립니다.
좋은 밤 되시고 좋은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