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항상 주관적으로 수용하고자 합니다.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시의 대상 인식은 주관적이지요.
그러나 그 인식의 대상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꽃, 나무 등 객관적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관념, 감정 등 주관적 대상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묘사시는 감각적으로 묘사해야 하며, 완결된 대상이어야 합니다.
또한 대상의 어떤 극적 포인트를 이끌어내 전경화돼야 합니다.
전경화란 하나의 액자엔 하나의 소재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나의 소재만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시간이 정지된 상태의 대상이 지닌 순간적이고 인상적인 모습을 그립니다.
특수한 것을 통해서 보편적인 것을 노래해야 합니다.
거문도에, 봄이 오다 / 이시영
올해 구순에 접어드신 한창훈씨 할머니가 거문도 밭두
덕에 앉아 햇쑥을 손질하고 있는데, 겨우내 매서운 해풍
맞고 자란 쑥이 사방에 짙은 초록빛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게 수십억 년 묵은 바다 내음보다도 더 강렬하다. 그 옆에
선 새끼 둘을 거느리고 나온 까만 염소 일가가 봄 햇살에
자울자울 졸다가 이따금 목방울을 흔들어 제가 염소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민속적인 것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산문시입니다.
삶의 깨달음이나 진리는 없지만 언어를 통해 봄의 특수한 풍경을 잘 그렸습니다.
수식어가 많지 않아도 묘사가 적절히 되었습니다.
초록빛 향기는 공감각으로서 뛰어난 표현입니다.
바다 내음개새보다도 더 강렬하다 또한 예사롭지 않은 표현입니다.
염소 일가라는 의인법과 자울자울 존다는 주관적 표현도 재밌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시 문명을 묘사한 대표적인 시에는 김광균의 <추일서정> 이 있지요.
누구나 잘 아는 시이고 여러 번 공부한 바 있기에 오늘은 생략합니다.
이 시에서 사용한 황량, 생각, 고독이란 세 관념적인 단어마저도 없었더라면
더욱 훌륭한 시가 되었을 겁니다. 옥의 티인 셈입니다.
도시 문명에서 느끼는 쓸쓸함을 감정적으로 묘사하였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뻘같은 그리움/ 문태준
그립다는 것은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 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 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거창한 주제 의식은 없지만 감각적 묘사를 통해
그리움의 실체를 눈에 보이게 그린 시입니다.
이처럼 감각을 통해서 묘사해야 다채롭고 맛있는 문장이 나옵니다.
여기에 상상력과 진리 발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이지요.
묘사는 이비지에 비유를 더한 것으로 독서를 통해서 습득됩니다.
쉬운 시를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영덕 복사꽃 / 손진은
해마다 불끈한 몸으로 찾아와
제 흥에 절어 몇 날 밤을 으스러질 듯 덮치고는
날이 새면 나, 가네
한 마디 속절없이 던지고 나가고선
소식도 주지 않는
희끗한 머리칼의 사내도 사내려니와
그 사내 보내고서야 후끈 달아올라
팔과 다리, 심지어 허리통까지
가녀린 몸 찢어 낳은 연분홍 어린 것들
햇살에 만지작이다 만지작이다
때가 되면 소리 없는 글썽임으로
번진 분자국으로
보내고 돌아앉는 나지막한 어깨의 치마폭도
이 언덕엔 있거니
이 언덕엔 있거니
창수령 더디 넘는 뻐꾸기 소리
속절없이 산귀 적시는 봄날
자연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시입니다.
전통적으로 서정시라 불리는 시도 이 부류에 속하지요.
해체시는 주체의 개입에 의해서 객관적 대상을 주관적, 직관적으로 해체하여
그 파편적 인상들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유형입니다.
존재론적 시는 대상이 지닌 보다 궁극적인 진실 즉,
내적 존재론적 의미를 참구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킨 시의 유형입니다.
이념시는 정치, 종교, 도덕을 막론하고 그 이념의 전달도구로 사용되는 시입니다.
감정시는 내면의 감정을 토로한 시입니다. 그러나 감정을 토로한다고
모두 시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감정을 감각적으로 형상화시킨다거나
역설적으로 대조시킨다든가 해야 합니다.
사랑은 재앙, 찬란한 슬픔, 소리없는 아우성 등이 그 예입니다.
이 밖에도 사건의 연속에 의해 쓴 이야기체 시와
시간, 공간 이동 없이 연극 무대와도 같은 상황의 시.
무의식을 다룬 비대상의 시가 있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시의 유형에 대해 배웠습니다.
시의 유형을 가장 잘 기억하려면 이론 보다는
그 시 자체를 외우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합니다.
묘사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되었지만 우리의 취약점이기도 하지요.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독서입니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히지만
한 두 권 정도는 머리맡에 두고 최소한 15번 정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소리 내어 읽고 또 읽고 하던 공부 방법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귀로도 듣다보면 그리고 반복하여 공부하다보면
진리는 어느 순간 다가올지도 모르니까요.
두 분의 결석자가 있었음에도 교실은 꽉 찼습니다.
오랜만에 스페인 여행을 끝내고 오신 이정선 총무님 반가웠어요.
사 오신 초콜렛도 아주 달콤했고요.
봄이 너무 무르익어 여름 날씨 만큼 더우니 가뜩이나 짧은 봄날이 더 빨리 도망갈까 겁이 납니다.
그래서 이 봄이 가 버리기 전에 야외 수업을 가려고요.
이상 기온에 벌써 핀 꽃들이 다 사리지기 전에....
이미 우리의 마음은 들썩들썩합니다.
다음 주는 수업 없이 총회에서 만납니다.
그 전에 독서모임은 변함없이 진행되고요.
어찌 한 주인들 빠질 수 있나요?
다들 오매불망 기다리는 시간인걸요.
박완서님의 구수한 재담에 우리들의 이야기도 무궁무진 신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