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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는 어느 순간 다가올지도 모르니까요    
글쓴이 : 한지황    14-03-31 23:49    조회 : 4,620

 

시는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항상 주관적으로 수용하고자 합니다.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시의 대상 인식은 주관적이지요.

그러나 그 인식의 대상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꽃, 나무 등 객관적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관념, 감정 등 주관적 대상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묘사시는 감각적으로 묘사해야 하며, 완결된 대상이어야 합니다.

또한 대상의 어떤 극적 포인트를 이끌어내 전경화돼야 합니다.

전경화란 하나의 액자엔 하나의 소재만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나의 소재만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시간이 정지된 상태의 대상이 지닌 순간적이고 인상적인 모습을 그립니다.

특수한 것을 통해서 보편적인 것을 노래해야 합니다.

 

거문도에, 봄이 오다 / 이시영

 

올해 구순에 접어드신 한창훈씨 할머니가 거문도 밭두

덕에 앉아 햇쑥을 손질하고 있는데, 겨우내 매서운 해풍

맞고 자란 쑥이 사방에 짙은 초록빛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게 수십억 년 묵은 바다 내음보다도 더 강렬하다. 그 옆에

선 새끼 둘을 거느리고 나온 까만 염소 일가가 봄 햇살에

자울자울 졸다가 이따금 목방울을 흔들어 제가 염소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민속적인 것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산문시입니다.

삶의 깨달음이나 진리는 없지만 언어를 통해 봄의 특수한 풍경을 잘 그렸습니다.

수식어가 많지 않아도 묘사가 적절히 되었습니다.

초록빛 향기는 공감각으로서 뛰어난 표현입니다.

바다 내음개새보다도 더 강렬하다 또한 예사롭지 않은 표현입니다.

염소 일가라는 의인법과 자울자울 존다는 주관적 표현도 재밌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시 문명을 묘사한 대표적인 시에는 김광균의 <추일서정> 이 있지요.

누구나 잘 아는 시이고 여러 번 공부한 바 있기에 오늘은 생략합니다.

이 시에서 사용한 황량, 생각, 고독이란 세 관념적인 단어마저도 없었더라면

더욱 훌륭한 시가 되었을 겁니다. 옥의 티인 셈입니다.

도시 문명에서 느끼는 쓸쓸함을 감정적으로 묘사하였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뻘같은 그리움/ 문태준

 

그립다는 것은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 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 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거창한 주제 의식은 없지만 감각적 묘사를 통해

그리움의 실체를 눈에 보이게 그린 시입니다.

이처럼 감각을 통해서 묘사해야 다채롭고 맛있는 문장이 나옵니다.

여기에 상상력과 진리 발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이지요.

묘사는 이비지에 비유를 더한 것으로 독서를 통해서 습득됩니다.

쉬운 시를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영덕 복사꽃 / 손진은

해마다 불끈한 몸으로 찾아와

제 흥에 절어 몇 날 밤을 으스러질 듯 덮치고는

날이 새면 나, 가네

한 마디 속절없이 던지고 나가고선

소식도 주지 않는

희끗한 머리칼의 사내도 사내려니와

그 사내 보내고서야 후끈 달아올라

팔과 다리, 심지어 허리통까지

가녀린 몸 찢어 낳은 연분홍 어린 것들

햇살에 만지작이다 만지작이다

때가 되면 소리 없는 글썽임으로

번진 분자국으로

보내고 돌아앉는 나지막한 어깨의 치마폭도

이 언덕엔 있거니

이 언덕엔 있거니

 

창수령 더디 넘는 뻐꾸기 소리

속절없이 산귀 적시는 봄날

 

자연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한 시입니다.

전통적으로 서정시라 불리는 시도 이 부류에 속하지요.

 

해체시는 주체의 개입에 의해서 객관적 대상을 주관적, 직관적으로 해체하여

그 파편적 인상들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유형입니다.

 

존재론적 시는 대상이 지닌 보다 궁극적인 진실 즉,

내적 존재론적 의미를 참구하여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킨 시의 유형입니다.

이념시는 정치, 종교, 도덕을 막론하고 그 이념의 전달도구로 사용되는 시입니다.

 

감정시는 내면의 감정을 토로한 시입니다. 그러나 감정을 토로한다고

 모두 시가 되는 것은 아니며 감정을 감각적으로 형상화시킨다거나

역설적으로 대조시킨다든가 해야 합니다.

사랑은 재앙, 찬란한 슬픔, 소리없는 아우성 등이 그 예입니다.

 

이 밖에도 사건의 연속에 의해 쓴 이야기체 시와

시간, 공간 이동 없이 연극 무대와도 같은 상황의 시.

무의식을 다룬 비대상의 시가 있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시의 유형에 대해 배웠습니다.

시의 유형을 가장 잘 기억하려면 이론 보다는

그 시 자체를 외우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합니다.

묘사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되었지만 우리의 취약점이기도 하지요.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독서입니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히지만

한 두 권 정도는 머리맡에 두고 최소한 15번 정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소리 내어 읽고 또 읽고 하던 공부 방법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귀로도 듣다보면 그리고 반복하여 공부하다보면

진리는 어느 순간 다가올지도 모르니까요.

 

두 분의 결석자가 있었음에도 교실은 꽉 찼습니다.

오랜만에 스페인 여행을 끝내고 오신 이정선 총무님 반가웠어요.

사 오신 초콜렛도 아주 달콤했고요.

봄이 너무 무르익어 여름 날씨 만큼 더우니 가뜩이나 짧은 봄날이  더 빨리 도망갈까 겁이 납니다.

그래서 이 봄이 가 버리기 전에 야외 수업을 가려고요.

이상 기온에 벌써 핀 꽃들이 다 사리지기 전에....

이미 우리의 마음은 들썩들썩합니다.

다음 주는 수업 없이 총회에서 만납니다.

그 전에 독서모임은 변함없이 진행되고요.

어찌 한 주인들 빠질 수 있나요?

다들 오매불망 기다리는 시간인걸요.

박완서님의 구수한 재담에 우리들의 이야기도 무궁무진 신나기만 합니다.

 

 


진미경   14-04-01 09:18
    
반장님  바쁘신 하루였을텐데 밤늦게 잊지않고 올리셨네요.
제목이 멋집니다. 박완서의 재담에 동참할 기횐 놓쳤지만
가까스로 수업엔 도착했어요. 한달에 한번 있는 시론 수업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다양한 시의 유형을 배웠는데 이론이 어려우면
차라리 시를 통해 공부하는 편이 이해를 빠르게 돕는 거라는 것도
오늘 배운 비법입니다.
감각적묘사의 어려움은 독서를 통해 극복하되 한권의 시집을 마르고 닳도록
읽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익한 강의를 해주신 이재무교수님,후기를 통해 재복습을 시켜주시는
반장님께 무한감사드려요.^^
     
한지황   14-04-01 22:20
    
오늘 <<벨과 세바스찬>>이란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어요.
미경샘도 포스터를 보고 꼭 보고싶다 했지요.
오늘 끝난다 해서 부리나케 보러 갔어요.
영상이 뛰어나다는 찬사에 걸맞게 아름다운 산 마을 풍경들에
세바스찬이라는 귀여운 꼬마와 백곰같은 흰털이 멋진 개 벨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재미있었답니다.
학교에 안다니는 세바스찬이 떠돌이 개 벨과 나누는 교감에 가슴뭉클 했어요.
평소에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더 행복할 이 영화가 당분간은 내 맘에서 맴돌 것 같아요.
박래순   14-04-01 10:04
    
까만 염소 일가가 봄 햇살에 자울자울 졸다가
이따금 목방울을 흔들어 제가 염소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시도 좋지만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열다 섯번을 읽어야 한다는 말씀에~~
잘 정돈 시켜놓은 후기에 두 시간 수업을 다시 복습했습니다.
반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한지황   14-04-01 22:26
    
누구보다도 감성이 풍부한 래순샘에게 시론 시간은 더 신날 것 같아요.
이번 시간도 정말 유익한 강의였지요?
스승님의 원색적안 표현에 웃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어디서 이런 진솔한 강의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요.
스승님이 소개해 주신 그 많은 시들을 설명과 함게 읽어버니
왜 시가 위대한 장르인지 알 것 같이요.
간접적으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잇다는 것이 시의 매력이지요.
연애시 한 편 잘 써서 남편 호주머니에 넣어 보라는 말씀에
그런 시를 쓸 수만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재주만 있다면요.
문영일   14-04-01 10:31
    
이런 광고가 있었지요?
'남자에게 좋은 데 표현 할 방법이 없네'

'이 재무 선생님 강의를 듣고 싶은데
할 방법이 없네'
일산반, 목요반, 모두 다른 일정이 있어요.
이 샘이 어디에 또 강의를 나가시는 지 한 반장님께서
여쭈어 알려 주셨으면.....
     
박래순   14-04-01 21:28
    
문영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무리 바쁘셔도 매 월 마지막 주 '시론' 시간에 딱, 한 번만 참석해 보신다면 다~ 아십니다. ㅎㅎ
꼭 오십시요.
          
한지황   14-04-01 22:30
    
화요일 미아반도 나가시는데....
이재무샘의 열렬한 팬이신 문영일선생님도 꼭 강의를 들어보실 날이 오겠지요.
박래순님 말씀처럼 시론만 들으셔도 좋고요.
욕심이 많으셔서 어느 것 하나라도 포기하지 못하시나 봐요.
열심히 하신 결실이 곧 맺어지리라 기대합니다.
          
문영일   14-04-02 10:55
    
월요일이 않되서 그럽니다.
저는 월요 첫째시간은 목동 송하춘 교수님 수강하고 오후는 용산으로 날라가
임헌영 교수님 강의 수강 하고 옵니다.
 
목요일 천호반에 나가려 하는데 그 목요일은 오금동 성악교실에 나가고
에고 . 이리저리 띠다 보니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어
금면 하반기 부터는 선택과 집중하려고요
고맙습니다.
공인영   14-04-01 14:19
    
볼이 발갛도록, 직구와 다혈로 열정적인 시론을 전수하시는
이재무 선생님은 지금 마, 봄의 절정에 와계신 듯 함다. ^___^
뱉어내느니 다 시여 시!!
넋 빼고 듣다 보면 
그 양과 질이 너무나 깊고 풍성해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해 흑; 
고맙고 황송하고,  글고 다 주워먹지 못해 죄송도 하고요...
그 불안을 그저 단합된 일산반의 에너지로 채우며
그녀들 덕분에 묻어가도 잘 되겠지... 요러고 있답니다.^_^

오늘도 좋은 날들이시죠?
아직도 충만함으로 가슴께가 뻐근하시죠?
내처 뛰쳐나가 봄 향연에 취하시고 돌아와 이 자리에서
또 티 타임하자구요. 모두 모두 해피 데이!!!

이제 말문 틔웠으니 인사 안 할 수도 엄꼬;; (하고잡고^^)
문영일 선생님도  행복하십시오 !!^____^
     
박래순   14-04-01 21:22
    
ㅎㅎ 우리 이재무 교수님 혈압 좀 재봐야 할 것 같은 디 ~

울 공샘, 글투가 와 이리도 잼 있노!
매번 읽으면서 느끼는 마음은, 나도 유머투성이인 공샘의 글투를 배우고 싶다는 것.
그래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 뛰게 해주고 싶다는 것.
보기엔 세상에 얌전하고 순한 사슴 같건만, 글만 써놓으면 웃겨주네요.
          
한지황   14-04-01 22:38
    
그래요. 인영샘의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댓글은 전혀 딴판이죠.
반전은  정신을 퍼뜩 나게 하고
인영샘의 글을 읽으면 뜻하지 않던 말투들에서 재미를 느끼지요.
생각보다 많이 걸죽하십니다.ㅎㅎ
그래서 일산반은 조용한 듯 하면서도 몇몇분의 재치어린 말들 덕분에 활기가 있어요.
독서모임이 꾸준히 진행되어가는 것도 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진심으로 재미를 느끼고 참여하시는 회원들의 얼굴에서 확신이 생깁니다.
절대 멈출 수 없는 모임이지요.
.
     
문영일   14-04-02 10:56
    
공선생님
 독자입니다.
 어찌나 좋은 글을 올리시는 지 꼼꼼이 읽으며(밑줄 좍-) 공부합니다.
최영자   14-04-01 21:44
    
일산은 온통 꽃 잔치 입니다. 개나리,진달래,목련,벚꽃이 뜨거운 햇살에 화들짝 놀라 아우성 입니다.
예전엔 순차적으로 피었을 꽃들이 뜨거운 기운에 너도 나도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시인 스승님의 표현을 빌려서
목련꽃과 진달래꽃 향기의 실가락을 엮어서 주름치마 만들고, 개나리 꽃과 벚꽃 향기의 실가락을 엮어서 저고리 만들어 날렵하게 걸치고  호수공원으로 나들이 가고 싶은 봄날입니다.

이번 시론 수업은 갑자기 만개한 꽃들 만큼이나 다양하고 좋은 시를 스승님과 함께 공부해서 내 영혼도 화들짝 놀라 만개한  꽃이 되었습니다. 비록 향기는 없지만 ...
     
한지황   14-04-01 22:43
    
와우! 시 한편 탄생이오!
목련, 진달래로 만든 주름치마와 개나리, 벚꽃으로 만든 저고리라...
상상만 해도 눈이 즐겁네요.
그렇게 성장을 하면 몸이 날아갈 듯... 온몸에서는 꽃내음이  진동하고...
정말 입어보고 싶은 옷입니다.
영자샘의 영혼도 화들짝 놀라서 만개한 꽃이 되었다...
그 향기에 취해서 정신줄을 놓습니다.
     
박래순   14-04-02 19:16
    
영자샘의 시력에 놀랬어요. 할 말을 잃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