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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의 전환과 시점의 전환    
글쓴이 : 한지황    14-07-28 22:15    조회 : 4,587

문학예술에서 고정관념은 치명적입니다.

고정관념은 통념, 기계적 인식, 관습적 인식, 자동화된 의식이라고도 합니다.

경계 대상이지요.

익숙한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낯설게 하기를 해야 합니다.

의외의 소재를 가지고 의표를 찍어야 합니다.

이럴 때 감동이 옵니다.

나만의 고유한 경험이 필요한데

이런 경험이 쉽게 오는 것이 아니므로 머리를 써야 합니다.

 

낯설게 하기의 대표적인 시는 1953년에 서정주가 쓴 국화 옆에서입니다.

그 전까지 사군자인 매란국죽은 절조의 상징이었고

모든 시인들은 그 이미지만 가지고 쓰면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서정주는 10대를 소쩍새에

30대를 천둥, 먹구름에

40대를 가을 무서리에 비유해서

시련과 고통이 지불된 후 국화꽃이 피었음을

곧 원숙한 생명이자 성숙한 여성의 미가 탄생되었음을 노래했습니다.

뻔했던 국화의 상징을 다르게 바꾼 것이지요.

진달래 산천/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우리는 진달래에 관한 시 하면 김소월의 <진달래 꽃>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신동엽 시인은 4.19 혁명을 진달래로 노래했습니다.

진달래는 4월에 피며 붉은 색깔 또한 혁명을 상징합니다.

학생과 지식인이 많이 사망한 달도 역시 4월입니다.

묘지 주변에 잔뜩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며

시인은 진달래에게 새 이미지를 부여했습니다.

김소월이 슬프지만 슬퍼하지 않겠다는 여인의 반어적 감정을 얘기 했다면

신동엽은 내 나름대로 4.19 혁명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낯설게 보기에 성공한 것입니다.

 

내 의미를 부여하세요.

그래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사고의 변화가 바로 창조이며 이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일반 독자는 새로운 것에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됩니다.

그러나 문학예술에서 익숙함은 적입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습니다.

수산시장에 가져가는 물고기들에겐 천적 하나를 꼭 넣습니다.

그 천적 덕분에 물고기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으니까요.

미술가 뒤쌍이 변기를 전시하고 샘물이라고 이름 지었을 때

그는 낯설게 보기에 성공한 셈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면 인생살이가 훨씬 편해집니다.

 

 

사유주체와 사유대상이 서로 바꾸어 보는 행위가 시점의 전환입니다.

인간이 오만하여 늘 주체가 되어 함부로 의미 규정을 했을 뿐이지요.

꽃이 웃는다고요?

그건 보는 이의 생각일 뿐입니다.

내가 기쁘면 웃는다고 슬프면 운다고 하지요.

새가 지저귄다고요?

새가 나보고 오지 말라고 짖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무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피톤치트를 내뿜는데

우리를 반겨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를 주체로 착각하기 때문이지요.

노자는 호수에 사는 잉어는 미인이 두려울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눈에나 미인이지 잉어 눈에는 괴물에 불과합니다.

사물의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풍장 5/황동규

 

까마귀들 날고 떠들며

머리맡에서 서성댈 때

한 눈 팔다가 한 눈 파먹히고

팔 휘둘러 쫓으며 비스듬히 누워

한 눈으로 보는 세상.

 

고개 숙이고 나무들이 나직이

주고받는 말 들린다.

저녁 바람이 차다고

가을의 한가운데가 방금 지나가고 있다고

가을의 한가운데, 저 외마디 구름장을 뱉어내는

더 작은 구름장,

자지러지며 다시 내 눈을 뱉어낸다

뛰고 날고 참 잘들 논다!

 

 

아직도 흥이 남아 있다니!

슬며시 돌아누워 날개 달린 자들에게

나머지 한 눈까지 내어맡길까.

아니면 헌 신발을 머리에 얹고

덩실덩실 춤추며 내려가볼까.

저녁 이슬에 아랫도리 적시고

한쪽 눈으론 웃고 다른 한쪽은 캄캄히 타오르며

맨발로 덩실덩실 내려가볼까

 

시신이 주체가 되어 말하는 시입니다.

시신의 입장에서 산 자의 세계와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죽음도 삶의 연장, 연속선상에 있다고

삶과 죽음이 동시 진행된다는 동양적 사유가 돋보입니다.

 

처음부터 시 한 편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시인이 얻은 발상은 시가 전개되어 나갈 하나의 씨앗 즉

중심 이미지 혹은 중심 은유로 형상화됩니다.

모티브가 시작되면 하나씩 불려 들여 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유리창/정 지 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한지황   14-07-28 22:16
    
차고 슬픈 것은 감정 대위법으로 음악에서 서로 이질적인 음을 충돌시켜
소리 균형을 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죽은 아들을 잊고 싶은 마음은 차다고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마음은 슬프다고 표현했습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역설법이기도 합니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는 잊어버리고 싶은 심정을 나타냅니다.
보석은 별이자 아들을 뜻합니다.
별을 바라보며 죽은 아들이 살아왔으면 하는 욕망도 나타나 있습니다.
마지막 두 줄은 그동안 절제했던 감정이 탄식으로 변하며
상실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재 창가에서 성에 낀 유리창을 바라보다 아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모티브를 떠올리고
시를 쓰기 시작한 시인은 날개, 보석, 산새 등을 끌어들여와 한 편의 시를 완성했습니다.


 은수저/김광균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 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 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역시 사랑하는 자식을 떠나보낸 슬픈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입니다.
이 시인 역시 은수저를 보는 순간 죽은 자식을 떠올리며 시를 완성했겠지요.


사고의 전환은 낯설게 하기,
시점 전환은 주체와 대상 바꾸기입니다.
그리고 모티브가 발동하면 영상을 떠올리며 묘사를 하세요.
시, 수필 마찬가지입니다.

7월의 마지막 주, 시론 수업으로 알차게 보냈습니다.
늘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지겹기는커녕 들어도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시와 수필의 뿌리는 같은 문학이니 만큼 나만의 기발한 사고와 경험이 귀하기만 합니다.
내가 아닌 사물을 주체로 바라보는 훈련도 필수임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시 한 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수필은 더더욱 갈고 닦아야함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여행을 다녀오신 정미총무님은 커다란 찹쌀떡을 래순샘은 도너츠를
한나샘은 복날이라고 수박을 가져오셨으니
이보다 푸짐한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모두들 맛있게 먹었어요. 고맙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8월에 만나요!
한지황   14-07-28 22:20
    
제가 후기를 너무 길게 썼나 봅니다.
배운 내용이 좋다 보니까 무식하게 많이 적었나 봐요.
그런 줄도 모르고 후기가 갑자기 끊겨서 이미 댓글을 다신
래순샘과 영자샘께 지워달라고 부탁드리는 쇼를 연출했네요.
이 야밤에.....
아! 부끄럽고 송구스러워라. 
정말 죄송하고
담부터는 한도초과 절대 안할께요!
한도초과는 신용카드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박래순   14-07-28 22:28
    
ㅎㅎㅎ 글자 수가 초과 될 정도로 후기를 쓸 수 있다니 
우리 지황 반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끝자리가 그리 머~언 자리도 아니건만 내 귀에 들릴 듯, 말 듯하여
접수 못 해 아쉬웠던 강의를
속 시원히 해결해 주셨군요.
일사천리식 후기에 다시 한 번 복습 잘하고 갑니다.
     
한지황   14-07-28 22:37
    
달밤의 체조도 아니고...ㅎㅎ
신동엽의 진달래 산천을 빼면 될것을...
아까는 당황해서 그 생각을 못했네요.
그래도 시는 직접 읽어봐야 내용 전달도 잘 될 것 같아 
싣는 것이 좋긴 하지요.
자꾸 반복해서 공부하다보니 반복학습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머리속에 각인하면 글쓰기가 좀 나이질 것도 같고...
이제부터는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해야겠어요.
사물이 나를 보고 무어라고 하는지 귀기울이면서요.
최영자   14-07-28 22:39
    
반장님, 긴 후기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중요한 시론을 오늘 두번 공부하고 지나갑니다.
때론 실수 할 수도 있지요. 뭘~~

오늘  푸짐하게 간식 준비해 주신 총무님, 래순 샘, 한나 샘께 저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중복날  잘 먹고 지나갑니다.

오늘 독서 모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다가  쫒겨나다시피 강의실을 나와 2차 자리로 옮겼지만  그곳  또한    시간이 다 돼 일어나야 해서 아쉬움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뭔가 얘기 하다가 잘린 느낌~
<천번의 굿나잇> 도  서두만 꺼내다가  말고~
 비 온 뒤 계곡에 물 쓸려 가듯  쏴악 내 뱉었으면 ~ ㅎ ㅎ 

그래도  이 삼복 더위에  1주일에 책 한권씩  읽고 지나가니  시간이 아쉽지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지냅시다.
     
한지황   14-07-28 22:49
    
우리가  창비단편선들을 벌써 4권이나 읽었나요? 
특히 이번 책이 재미있었어요.
성석제,채영주, 함정임, 한강, 고종석, 김영하.
다들 재능이 뛰어나더군요.
인간 군상들의 쓸쓸하고 슬픈 삶이 잘 그려져서 마음도 뭉클했고요.
그레서 하고 싶은 말도 많았어요.
천번의 굿나잇은 담주에 더 나누기로 해요.
우리 서로 뿌듯해하며 바라본지 일년이 넘었네요.
독서 모임으로 인해 얻은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올라요.
진미경   14-07-29 09:05
    
와우~ 한도 초과된 후기에 놀랐습니다. 빡빡한 살림살이에 한번도 신용카드한도를 초과한 적이
없었던 아줌마도 반장님의 리얼 긴 후기에...... 그러나 바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려 세시간의 수업시간동안 배운 시만 하더라도 은수저,유리창,풍장5 ,국화옆에서,
진달래산천,이재무시인의 해산 등등 기억하기에도 벅찹니다.
하나하나 엮어서 소개하려는 그 열정이 느껴지니까요.
진미경   14-07-29 09:16
    
저는 시점의 전환이 재미있었습니다. 사유주체와 사유대상을 서로 바꾸는 행위인데요.
꽃,나무,새들의 입장에서 인간을 보면 엉뚱할까요?
사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잉어의 미인론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잉어에게 미인이란 자기를 바라보는 괴물이다!  너 누구냐?
오늘부터 겸손해야겠습니다.
리쌍과 조영남이 불렸습니다. 겸손은 힘든다고!
하지만 잉어의 미인론을 듣고보니  별로 힘들 것 같지 않아요. ㅎㅎㅎ
     
한지황   14-07-29 10:47
    
역시 미경샘은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잉어로 부터 겸손을 배우다니..
우리 주변엔 스승들로 넘쳐난다는 말이 딱 맞네요.
자칭  안드로메다 여행을 즐긴다는 엉뚱녀  미경샘은 시점의 전환이 남보다 쉬울듯 한데 내 추측이 맞지않나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다!ㅎㅎ
정정미   14-07-30 12:20
    
이렇게 긍정적인 한도 초과도 있군요 이제껏 한도초과라면 부정적인 의미로만
여겼는데  이제 한도초과의 고정관념을 버려야겠어요. 반장님 덕분에 득템!
삶이 나간자리에 죽음이 채워지고,  삶이 끝나야 비로소 죽음의 문으로 들어선다고 보통 생각들 하지요.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 되어져, 삶이 끝나면 죽음도 다 빠져 버리고 없다는 사고의 전환이
저에게는 오늘의 특급 공부였던 것 같아요.
사고의 전환과 시점의 전환,  하루에 한 번씩 생각 하고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낯선 자유를 찾아야겠어요.ㅎㅎ
     
한지황   14-07-30 21:29
    
마른 장마가 땅을 목마르게 하더니 결국 사라져버리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네요.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깨달음이 우리로 하여금 더 진실되고 열심히 살아가게 해줄까요?
오늘 하루만큼 어제보다 더 짧아진 나의 생!
손톱만큼도  허투로 보낼 수 없겠지요.우리는 문학공부만 하는 게 아니지요. 철학을 가미한 인생공부에 다음 주 수업이 벌써 기다려져요.
또 무슨 깨달음이 나를 두들길지 궁금하기만 해요.
정미샘이 나눠주신 대형 찹쌀떡은 적당히 달콤한게 참 맛있더군요.
알뜰살뜰 살림꾼 총무님, 땡큐!
진미경   14-07-31 05:48
    
저는 총무님이 주신 찹쌀떡은 나중에 먹을려고 냉동보관중이에요. 래순샘이 주신 도너츠는 수업시간중에
폭풍흡입했구요. 윤정미샘의 수박은 달고도 맛났어요. 매번 일용할 양식을 챙겨주시는 일산반 문우님들 ,
고맙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