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에는 ‘감정적 진술’과 ‘감정 환기적 진술’이 있습니다.
‘나는 슬프다’는 ‘감정적 진술’이고
‘나는 비바람에 시달리는 장미꽃 신세이다’리고 하면 ‘감정 환기적 진술’이 됩니다.
우리는 ‘감정적 진술’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문학에 필요한 진술은 ‘감정 환기적 진술’입니다.
사물을 통해 암시하는 것이지요.
시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직접적으로 쓰거나 말하지 않고
이미지, 신화, 상징, 비유, 반어, 역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장르입니다.
이것이 시의 구성요소입니다.
갈대들 /이재무
강변에 줄지어 서 있는 갈대들
불어오는 바람
세차게 몸 흔들어대도 갈 데가 없다
갈대라고 해서 왜 가고 싶은 곳이 없겠는가
깊숙이 내린 뿌리 악착같이 움켜쥔
진흙 터전 차마 떠날 수 없어
흐르는 강물에 제 그림자 드리우고
달빛 사무쳐도 별빛 영롱해도
제 몸 안에 고인 갈 빛 울음
밤새 퍼 올려 허공에 뿌리고 있다
갈대는 곧 시인 자신입니다.
이미지, 의인화 비유를 통해 떠나고 싶은 나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지요.
내 심정을 사물이 대신해 주는 것이 객관적 상관물입니다.
수필에서도 대상을 통해 주제를 감추면 문학적인 글이 됩니다.
초상 / 이재무
초저녁 붐비던 소란이 가라앉고, 밤 깊자
마당 한구석 일렁이던 화톳불도 사그라들었다
허물어진 담장 안으로 쏟아지는 달빛 받아
지푸라기에 매달린 살얼음이 반짝거렸다
울다 지친 나이 어린 상주가 깜박 졸고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고인의 영정
누군가 떨어진 술을 사러 논밭 가로질러
마을을 빠져나갔다
향불이 타오르는 탁자 밑
문상객이 놓고 간 지전 봉투가 어지러웠다
살다 보면 죽음이 삶을 위로하는 때도 있다고
부엉이가 상주 대신 밤을 울었다
초저녁 붐비던 소란은 문상객이 많았던 것을 말합니다.
화톳불은 문상객을 위해 피운 불로
지금과 다르게 집에서 장례를 치르던 시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는 겨울, 직접적인 설명 없이 풍경을 통해서
초상집 분위기를 잘 암시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꼭 필요한 소도구가 있듯이
글에서도 배경은 내용과 유관한 것만 써야 합니다.
울다 지친 어린 상주는 슬픔을 유도하기 위해 시인이 과장해서 만든 것입니다.
슬프다고 울부짖지 않아도 부엉이란 사물을 통해 슬픔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시입니다.
직접적으로 가슴이 아프다거나 슬프다는 말을 하지 않고
암시로 그런 감정을 자아내도록 하는 것.
수필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의 사이’
이것은 시 제목이 될 수 없습니다.
풀어썼기 때문이죠. 설명적이면 안됩니다.
문학은 인간의 존재를 밝히는 것으로
과학으로 증명될 수 없는 인간 존재에 관한 질문 즉
삶, 사랑, 이별 등 인간 실존의 조건을
비논리적이고 주관적인 언어로 쓰는 행위입니다.
시의 정의를 불러주시며 따라 적으라고 하신 스승님이
도대체 몇 번을 더 말해줘야 하느냐는 말씀에
까마귀 고기를 먹은 우리들은 웃을 수 밖에 없었지요.
아무리 이론을 공부해도 실제로 쓸 때는 제대로 되지 않으니
스승님께 송구스럽기만 합니다.
독서모임 때부터 간식이 넘쳐나서 수업시간 까지 맛있게 먹었지요.
망고쥬스와 토마토를 가져오신 윤정미샘,
감자를 손수 쪄오신 최영자샘.
과자와 사과쥬스를 챙겨오신 정미 총무님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오늘도 최인호의 <타인의 방>을 비롯해
인간의 고뇌와 죽음 등 어두운 부분에 대한 글을 읽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창비 한국 소설을 한 권씩 읽으며 여러 작가를 다양하게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어느 새 세권.
일 년이 지난 후 우리가 쌓아온 이야기와 추억들을 돌아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