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의미와 숨기기의 발결    
글쓴이 : 구금아    14-07-09 08:32    조회 : 4,053
이번주는 둘째주, 시쓰기의 발견 시간이었습니다.

시는 암시적, 함축적인 진술로 되어 있는 까닭에 
그 내적 의미는 대체로 은폐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훌륭한 시는 그 은폐된 의미를 적절한 수준에서 암시적으로
밝혀주는 어떤의미론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그 여러가지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1)제목을 이용하는 경우
     여름 한낮을 
     소리 없이 찢는 절규

     '아무도 나를 못 막는다'

     욕망의 늪을 향하여
     쉬지 않고 뻗쳐가는
     시퍼런 손바닥
                                   허영자 <호박잎>

만일 제목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시를 읽는 독자라면 그 누구도
무엇에 대해 쓴 시인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시의 제목이 '호박잎'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때만 그 내용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부제를 이용하는 경우
     말문 막혀서 소스라쳐서
     딱딱 입 벌린
     것들.

     누구는 눈물과 눈물이 몸 껴안고 어울려 탄 모양이라고
     누구는 살 깊이 불을 놓고 저 혼자 꺼진 어둠이라고
     탄 공기들이 흐릿하게 흘리는  누린내라고
     누구는 부끄럽다고
     어디라고
                                   홍신선 <어딘가에 무엇이> ㅡ5.18 광주를 보며

위의 시 역시 부제라는 단서가 없을 경우 무엇에 대해 쓴것이지 알수 없죠.
부제가 시의 숨은 의미를 발켠케 해주는 실마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3)공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경우
     사나이 죽음이란 때로
     이렇게 눈부시기도 하는 건가
     
     하늘을 날다가 그대로
     별이 되었다가 새가 되었거나
     혹은 오리무중으로
     그대는 영원히 살아 있는 죽음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흙으로 돌아갈 때
     남은 자의 눈물을 위로 받거나
     돌 하나를 곁에다 세우기도 하지만

     ...........................
     가등을 켜듯이
     아름다운 소문만 켜 놓고 사라진
     한 사나이를 나는 안다. 
                                            문정희<사나이의 죽음> ㅡ생텍쥐페리를 위하여

이시는 생택쥐페리가 비행중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에 토대하여 쓰여졌습니다.
생택쥐페리처럼 공적인 시적 대상은 기본적으로 독자들과 그 체험이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4)명시적인 키 워드를 이용하는 경우
     성채를 흔들며 신부가 가고
     그 뒤에 칼은 든 군인이 따라가면서
     제국주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부케를 흔들며 신부가 가고
     그 뒤에 흰 장갑을 낀 신랑이 따라가면서
     결혼 예식은 끝난다고 한다.

     모든 결혼에는 흰 장갑을 낀 제국주의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김승희 <사랑5>

결혼이란 남성제국주의의 여성수탈로 규정짓고 있는데
이를 간단히 함축한 말이 '제국주의'입니다.
이렇듯 시 해석의 실마리는 본문의 한 특정한 진술이나
키 워드를 통해서도 제공될 수 있습니다.

그밖에
5)암시적인 키 워드를 이용하는 경우
6)부자연스러운 표현을 이용하는 경우
7)병렬을 통해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수필을 쓸때도 이렇듯,
마무리에서 자신의 주제의식을 직접 말하지 않고 비유를 통해 표현해주라는
교수님의 조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번주 금요일(7월4일)에 수필의 날 행사가 수원에서 있습니다.
오후엔 임헌영교수님 강의도 있다고 합니다.
반장님과 김현자님, 김요영님과 제가 참석합니다.
1박2일 하지 않고 당일에 갔다 올터이니 다른 화요님들도 많이 참여해서 
뜻깊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더위와 장마 조심하시고 담주에 뵙겠습니다.~~~^^

이상무   14-07-12 10:19
    
아니 이럴수가. 님들 아무도 안 오셨네요.
밴드는 북적 거리는데 산문 마당은 적막합니다.
하긴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웠죠?
습도까지 높아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쉽지않아 저도 이제 들어와 봅니다.
지난 화요일 결석했는데 시 공부 많이들 하셨나요.
시는 알듯 모를듯 남의  속태우는 아가씨 마음 같아요.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가까이 가면  알 수 없는....
그래도 좋은 시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수확입니다.
이상무   14-07-12 10:28
    
시 하나 올립니다.

      저기, 상봉서동

                      정일근

상봉서동 가는 길이 어디인지 묻자
숨이 살아 있는 생김치 구석구석
양념 버무리는 일에열중인 백반집 주인은
저기 라고 무심히 말하네
백반집 주인이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저기가
나에게는 머네 아득히 머네
저기, 내 서른의 세월이 모두 눈감은 채 웅크리고 있는
저기, 그 시간이 다시 감겨야 가 닿을 수 있는
상봉서동 있으니
저기, 눈감지 않고서는 떠올릴 수 없는
저기,꿈길이 아니고는 닿을 수 없는
사랑의 이름 있으니
붉은 고추가루 매운 마늘 짠 멸치젓 버무린
생김치 양념 같은 세월에
그리운 혀를 묻고 저기, 상봉서동 아프게 중얼거려보면
김이 나는 더운밥도 서늘해지는 입 안.
김난정   14-07-17 19:38
    
늘 수고 많으신 울 총무님,
후기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