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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적 표현! 영원한 화두입니다.    
글쓴이 : 한지황    14-06-30 20:58    조회 : 5,449
박용래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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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 홀린 듯 사람들은
산으로 물구경 가고.
 
다리 밑은 지금 위험수위
탁류에 휘말려 뿌리 뽑힐라
교각(橋脚)의 풀꽃은 이제 필사적이다
사면(四面)에 물보라 치는 아우성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물구경 가고
 
세찬 강물에 휩쓸리고 있는 한 개의 들꽃을 전경화했기에 좋은 시가 되었습니다.
시인이 관심을 가진 들꽃 외에는 버리거나 배면 처리한 것이지요.
이렇듯 전경화란 강조하고 싶은 국면만을 강조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입니다.
수필에서도 전경화를 하면 멋진 글이 됩니다.
 
폐선들 /이재무
 
신발장 속 다 해진 신발들 나란히 누워 있다
여름날 아침 제비가 처마 떠나 들판 쏘다니며
 
벌레 물어다 새끼들 주린 입에 물려주듯이
 
저 신발들 번갈아, 누추한 가장 신고
 
세상 바다에 나가
 
위태롭게 출렁, 출렁대면서
 
비린 양식 싣고 와 어린 자식들 허기진 배 채워 주었다
 
밑창 닳고 축 나간,
 
옆구리 움푹 파인 줄 선명한,
 
두 귀 닫고 깜깜 적막에 든,
 
들여다볼 적마다 뭉클해지는 저것들
 
언어의 기능을 여섯 가지로 구분한 야콥슨은
일상 언어에 조직적 폭력을 가해 일탈시키라고 했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표현법이 나오니까요.
이것이 시적 표현이 됩니다.
신발을 신는다고 하면 일상적 표현이지만
신발이 중년을 신는다고 하면 신발이 주어가 되어 시적 표현이 됩니다.
일반적 언어습관을 버리고 창조적 표현을 써야 합니다.
 
 
청둥오리가 갈대숲에서 날아올라갔다가 아닌
갈대숲이 청둥오리를 한 마리 두 마리 토해내고 있다라고 쓰세요.
사물이 주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육교 아래서 살찐 비둘기가 뒤뚱 뒤뚱 걷고 있다
직립을 꿈꾸는 게으르고 살찐 평화가 뒤뚱거리며 걷고 있다라고 써보세요.
 
어떻게 이런 발상을 얻을 수 있을까요?
 
 
십오촉/ 최종천
 
오촉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
내 담장을 넘어와 바라 볼 때마다
침을 삼키게 하는, 그러나 남의 것이어서
따먹지 못하는 홍시는
십오촉은 될 것이다
따 먹고 싶은 유혹과
따 먹어서는 안된다는 금기가
마찰하고 있는 발열상태의 필라멘트
이백이십짜리 전구를 백십에 꽂아 놓은 듯
이 겨울이 다 가도록 떨어지지 않는
십오촉의 긴장이 홍시를 켜 놓았다
그걸 따 먹고 싶은
홍시 같은 꼬마들의 얼굴도 켜져 있다
 
똑같은 홍시이지만 남의 것은 금기의 대상이므로
십오촉이라고 한 발상이 재미있습니다.
홍시를 등불로 본 것 차체가 비논리적이고 주관적입니다.
시적 표현은 사실적 표현이 아닙니다.
사실과 논리를 벗어나야 시가 됩니다.
 
사유 대상은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그리움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쓴다면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리움/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이란 추상적 대상이지만
파도와 뭍이란 구체적 사물의 작용을 그렸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정지용의 <향수>도 구체적 이야기를 영상기법으로
세세하게 묘사했기에 성공하였습니다.
 
 
, 보리, 콩이 특수어라면
곡식은 일반어입니다.
김춘수의 <>은 일반어를 대상으로 했지만
인식론적 세계를 다룬 철학적 내용으로 성공했습니다.
여기서 꽃은 flower가 아닙니다.
인식의 주체인 내가 인식의 대상인 너를 인식해야만
네가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내용의 시입니다.
여기서 꽃은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을 나타내지요.
가급적이면 일반적, 보편적인 대상을 피하세요.
 
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그립다는 것은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래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 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 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그리움의 실체가 뻘을 통해 보입니다.
밀가루 반죽과도 같은 물렁물렁한 뻘의 느낌 때문에
제목이 그리움과 잘 맞아 떨어지지요.
조개가 함지박에 뻘흙을 토해내는 속도는 한없이 느리고
이 느려터진 속도가 그리움입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그리움을 보이게끔 만들었습니다.
추상적인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시입니다.
 
냄비우동/ 이세룡
 
신사들은 잘 먹지 않습니다.
 
일찌기 풍년제과의
 
과자가 되고 싶었던 밀가루와
 
스코틀랜드의 위스키가 될 뻔했던 물이
 
<불우한 환경탓이겠지만>
 
냄비 속에서 만나
 
뜨거운 사이가 되었을 때
 
냄비우동이라는 싸구려 이름은
 
밀가루 쪽에서나 물의 입장에서는
 
커다란 망신입니다.
 
쩔쩔매며 끓는 모양이
 
情事 장면을 들킨 유부녀 꼴입니다.
 
 
만찬에 초대받지 못 합니다.
 
냄비우동 밖에 안 된 자신을 말하는 자조적 시입니다.
청년 시절의 탈선이 부른 불운한 삶이 이 시의 발상이자 시적 진실입니다.
이 시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냄비우동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실패한 삶이기에 싸구려 음식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쓰고자 하는 내용은 추상적 진실입니다.
이미지나 비유, 상징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게 시입니다.
수필의 주제도 이미지나 비유를 통해 암시해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써서 행간만을 바꾸고는 시라고 우기는 짓은
제발 그만 하라는 스승님의 신신당부에 모두들 까르르 웃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지만 글쎄요!
오랜만에 시론 공부를 하며 시적 표현이 수필을 멋지게 만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그러기 위해서 시 공부는 필수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시적 표현! 영원한 화두입니다.

최영자   14-06-30 22:00
    
반장님,  후기로 시론공부 한번 더 훑어보고 지나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독서토론  공간이 모처럼 꽉 채워진 시간이였죠?  하고 싶은 얘기가 다들 많았지만  진도(?)를  나가야 되서    얘기를  도중에  칼로 무자르듯이 잘라내어  많이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듣고 싶은 얘기도 많고  하고싶은 얘기도 많은  독서모임 이지요?
공인영 샘이 준비한 상큼한 음료수와 총무님이 준비한 오미자 감식초로  목을 시원하게 축여가면서 열변을 토한 한시간 반이였던 것 같네요. 

오랫만에 듣는 시론수업이었습니다.
발상을 뒤엎는 시적 언어를 찾아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박영숙샘이 결석은 하셨지만 강의실 또한 꽉 찬 분위기라 보기 좋았습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세요.
     
한지황   14-07-01 22:36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 아니랄까봐...
한시간 반은 정말 턱없이 부족하지요.
이번 작가들은 우리 또래에다가 다 여류작가들이라
더 할 얘기가 많았는지도 모르곘어요. 
각 작가마다 개성이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여성에 촛점을 맞춘 글들이라 공감도 많이 되었고요.
전경린작가의  문장들이 폐부를 파고드는 듯해 마음이 찡했습니다.
소설의 묘미를 듬뿍 맛몰 수 있었던  기회였지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더 기뻤습니다.
진미경   14-06-30 23:38
    
최영자샘 공감해요. 한시간 반의 독서토론은 짧아요. 아쉬움이 남지요.
시적표현,전경화,영상기법,객관적상관물,패러디...시론시간은 한달에
한번이지만 이재무교수님의 열띤 강의에 흐뭇한 시간이었어요.
반장님의 후기로 재복습하고 갑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진미경   14-07-01 11:56
    
문태준시인의 뻘같은 그리움은 이재무교수님의 해설로 온전히 이해가 되었어요.
보이지않는 그리움을 보이게 만드는 힘! 놀라워요.
한없이 느려터진 속도가 그리움이라니 ...문학을 향한 우리의 그리움도 생명다하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 같아요. 풀들이 슬쩍슬쩍 들어올리고 물컹물컹 자라고....확실히
고정관념을 벗어난 시어의 개발만이 우리의 임무!!
     
한지황   14-07-01 22:40
    
문학을 향한 그리움이라...
와! 멋져요. 생명 다하는 순간까지라니 그 열망이 대단하군요.ㅎ
그 그리움이 있기에 우린 희망을 잃지 않고 문학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겠지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그리움을  안고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기발하고 엉뚱한 발상을 향하여 전진!
공인영   14-07-01 13:39
    
그저 좋다는 말밖엔.....^_^
최근 자주 빠진 걸 생각하면 덧글 쓸 자격도 엄따요;; 마는,
그래도 허락하신다면 시론에 코를 밖아 잠기고 싶어요.
 어찌  세상엔 배울 게 이리도 끝이 없는지.... 달기도 이루 말할 수 없구요.

모처럼 유쾌하고 즐거운 수업이었어요. 한분 한 분의 어여쁜 표정과 웃음이
곧 우리끼리 아주 살림 차릴 것 같다니깐요. 킥킥
정정미 총무님의 긴장된 첫 작품<--- 기대하며 잘 읽어보겠슴다.

어느새 알뜰한 정으로 꼭꼭 얽혀있는 일산반입니다.
박인화 선생님, 잠시 개인사정으로 쉬시지마는
몇 달 뒤 더 뜨거운 복귀를 약속하셨으니 늘 건강하시고 좋은 결실 맺고 오시길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들 더위에 한심한 저처럼 콧물 재채기로 늘어지지 마시고 활기차게 지내세요.
어디 문태준 시인만 그리움이 있답니까.
우리 안에도 물컹물컹, 말랑말랑 부풀고 발효되는 그리움들, 우정과 애정들,
한 주 동안 무게를 늘려 만나기로 해요.
어느 새 6월은 갔나니, 7월의 안부를 놓으며 이만 총총...... 굿럭!^__^
한지황   14-07-01 22:51
    
7월의 첫날이 끝을 향하여 발걸음 빠르게 가고 있네요.
올 해의 반이 다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렇게 서운할 수가 없는데....
이육사의 청포도 익는 7월도 정신없이 가버리겠지요.
그래도 지나간 세월만큼 우리에겐 같이 공부한 추억과
함께 읽은 책들이 남아 있으니  위로가 됩니다.
같이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정미   14-07-03 00:01
    
반장님, 하나도 빼놓지 않고 수업내용을 알차게 올려주셔셔
다시 시론공부에 빠져봅니다. 지금쯤 독도에서 첫밤을 보내고 있겠군요.
문정혜샘과 같이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랄께요.

 자! 진도나갑시다.....라는 최영자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ㅎㅎ
독서모임 시간이 너무 짧지요...그만큼 우리 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너무들 열심히 서로의 느낌을 전하고 받아서 나누는 행복을 맛보았어요.
우리들 곁에서 세심하게 도움 주는 샘 감사해요^^
문학을 향한 우리들의 그리움!  미경샘 정말 공감한답니다.
같은 맘으로  같은 교실에서 배우는 우리들 인연이 또 소중하게 와 닿네요.
우리들 안에서 부풀고 발효되는 그리움, 우정, 애정들...
인영샘 바램처럼 한 주 동안 팍팍 늘려서 갈께요. 이제 7월에 만나네요
그동안 울반 샘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화이팅해요!
진미경   14-07-03 11:02
    
총무님~~~맛있는  커피와 함께 내놓는 센스돋는 과자... 수고하심에 감사드려요.
며칠 덥더니 어제 밤부터 많은 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가뭄때문에
시름일 농가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반가운 비님입니다. 일산반 고운 벗님들
건강하시고 담주 월요일 20세기 한국소설 50권으로 만날뵐게요. 부지런히
읽어야겠네요. 콧등에 송송 맺힌 땀방울 닦아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