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둥이 이쁜 장반장님 부탁에 우유부단한 저, 고개 우선 끄덕이고 났더니 이제서야 후회막심 ^^
때마침 슬프고 고달픈 세상 이야기로 가슴 시린 터에 산 사람은 그래도 또 지구를 지켜야 하는 사명감 앞에서 묵묵히 또 수필의 길을 가는 걸 운명이라 여겨야겠지요?
오늘 합평은 문학의 언어를 모국어로 쓰자는 말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수필가들이 우리말을 사랑하자는 국문학자다운 박상률교수님의 철학이셨습니다. 더러 근원도 없이 떠도는 유행어가 교수님을 슬프게 했을 것 같아 덩달아 슬퍼졌습니다.^^ 그래서 비문과 악문은 삼가 하자 이 말씀입니다.
그리고 영어식 표현은 가능하면 우리 표현으로 지향하자는 말씀입니다. 수필문학은 국어를 잘 사용해야 그 정서가 제대로 전달 될 것입니다. 베잠뱅이에 서양모자를 쓴 듯 어울리지 않는다면 수필의 문단 균형이 안 맞기도 하겠지요?
또 글의 첫머리와 끝머리 문장을 잘 써야 한답니다. 대회에서 심사위원이 가마솥 국 맛을 다 봐야 아느냐고, 처음 간과 마지막 깊은 맛을 봐도 안다는 말씀, 글의 유기적인 상관관계로 맥락을 제대로 엮어야 독자의 오감이 충족된다는 것이겠지요? (이론은 그러하지만 실제는 쪼께 잘 안돼요~~·)
비교적 작가의 삶은 평탄하지 않은 게 축복이랍니다. 작가의 상처를 먹고 사는 이들이 독자랍니다. 지나친 행복자랑이나 웃음은 오히려 독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도스트엡스키의 작품이 명작인 것은 그의 죽음 직전의 슬픔과 애달픔이 승화되어 독자를 감동시키는 때문이라지요? 죽음의 아픔이 명작의 가장 좋은 소재인가 봐요.
우리의 지향은 행복이지만 그 곳까지 가기 위해 넘어지고 떨어진 상처투성이가 독자의 상처를 위안해주는 동병상련...... 그래도 행복한 삶을 살래? 상처투성이의 위대한 문인이 될래? 묻는다면.......저는 글쎄요, 지난날을 후회하진 않지만 전자를 택하고 싶네요. ^^
임미숙님의 맛있는 견과류 찰떡을 시식으로 시작된 아침, 도원의 큰 방에서 누린 점심 식사, 그리고는 영화관으로 직행! (순간의 선택?에 영화를 보는 행운의 일진이 되었지요.^^)
모나코의 왕비 그레이스케리의 일대기. 제목도 모르고 시작된 영화는 아름다운 왕실 분위기가 참 근사했어요. 한 번 쯤 꿈꿔보는 환상의 세상, 그런데요.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로운 우리가 옹비보다 행복한 사람 같았어요.
배우로 살았더라면.......그녀가 더욱 행복했을 것 같기도 하고.......한 번 쯤 그렇게 살아봤으니 여한이 없겠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다 지 복대로 사는 게 인생인 것을, 어른들은 '살 속에 든 팔자는 뺏지도 주지도 못한다'하시던가요? 안분지족하자고 두 주먹 살며시 쥐었지요.
아무튼 우리의 현재가 최상인 것을.......우리가 선택한 이 순간이 진정한 운명인 것을...! 다시 깨달았답니다. 그레이스의 그 우아한 모습이 아쉬웠지만 리콜키드먼도 참 늘씬한 미녀였습니다.
수필도 운명인 것 같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아니했을까요? 대부분 후회 없으실 걸요. 고통 속에서도 참 인생을 찾은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가장 큰 공부는 고생이라니 우리 수필로 고생 실컷 하다 아름답게 가자고요. 누군가는 고생한 날이 생애 최고의 성공한 날이었다네요.
어떤 시인은 또 자신의 문학 대부분은 운명이고 외로움이라 했습니다. 문학적 천성과 재능을 갖췄다면 슬슬 써도 되련만.......천성이나 재능 한 쪽만 지녔다면 엄청시리 노력해야 하나 봅니다. 그는 외롭지 않았다면 결코 시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랍니다. 고독이 비로소 문학의 빛이 되나 봐요. 왕따가 진정한 문학인이 될 것 같은.......격리가 사유의 세계가 될 것 같은.......역설이지요?
생트뵈브는 종족과 시대와 환경이 문학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답니다. 여기서 종족은 천성이라네요. 민족적 재능이 문학을 결정한다는 것이지요. 타고난 유전적 재능이 성공적인 문학의 힘이랍니다.
또 천성은 성격과 개성이고 재능은 타고난 능력이라고도 한답니다.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문학인으로서 큰 성공은 어렵다는 것이지요. 열정만 있어도 뜬구름이요, 재능만 있어도 헛것이 아닐까 싶네요. 둘 다 갖춘 천재라면 고민 속에 빠질 이유가 없으련만.
암튼 우리의 부족함을 천복이라 여기고 열정으로 써 보자고요. ^^
결석한 님들, 새로 오신 문우님들, 힘 팍팍 내시고 우리 재능을 찾아보십시다. 결코 실망하거나 후회하지 마시고 최선을 다하면 보통은 된다니 자긍심을 지니자고요. 그리고 잘 쓰고 잘 늙고 잘 죽는다면 이 땅에 태어난 작가의 사명을 다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잘 쓰기 위해 잘 살아야겠죠? 그리고 죽음은 아름답게...수필을 운명으로 알면 그렇개 될 것 같지요?^^
이상 중언부언을 마치고요.
오늘의 합평 작품
최화경님의 <다시 리셋 할 수 있다면>
오길순의 <뒷산>
윤애희님의 <추억과 맞바꾼 검색>
설영신님의 <잔인한 5월>
심재분님의 <깔깔깔>
임미숙님의 <가지 않은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