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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단추 채우기    
글쓴이 : 한지황    14-06-16 19:49    조회 : 3,832

재식이 /이재무

아비의 평생과 죽은 엄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거름으로 뿌려져 있는

다섯 마지기 가쟁이 논이 팔린 지

닷새째 되는 날

품앗이에서 돌아온 둘째동생 재식이는

한동안 잊었던 울음 쏟고 말았다

맷돌 같은 손으로 흘러넘치는 눈물 찍으며

대대손손 가난뿐인 빛 좋은 개살구의

가문의 기둥 찍고 있었다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자"

가훈이 덜컹 마루 끝으로 떨어지고

동네 허리 감싸안은 야산도

함께 울었다 여간한 슬픔

끝모를 절망의 늪에

온몸 빠졌을 때도, 눈물에 인색하면서

선웃음 잃지 않던 뚝심의 동생이

썩은새로 무너지며 터뜨린 눈물로

텃밭 푸성귀들을 자지러지게 흔들던 날

 예순의 머슴 아비도

죽은 엄니 초상화 꺼내들고

아끼던 눈물 한 방울

방바닥으로 굴리셨다

팔려버려 지금은 남의 논이 된

그 논에 모를 꽂고 온 동생의 하루가

내 살아온 부끄러운 나날에

비수되어 꽂히던 달도 없던 그날 밤

건넛집 흑백 TV 브라운관을 뛰쳐나온

프로야구의 들끓는 함성

허름한 담벼락

마구 흔들어대고 있었다

 

시인에겐 이십여 년 짧은 생애를 살다간 연년생 동생이 있었습니다.

무지하게 가난했던 시절, 그 상황 설정을 위해 시인은 경험을 굴절시켜 이 시를 썼습니다.

20대 시절, 예순 정도면 많다고 여겼던 나이가 그렇게 젊게 느껴질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를 쓴다면 아버지의 나이를 칠순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동생 재식이는 품앗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가훈 또한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이지요.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가 어머니의 초상화를 꺼내 울다니요?

다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어떤 독자도 의심하거나

거짓말이라고 이의를 걸지 않습니다.

그 시를 쓸 당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엄청 가난했던 시인의 느낌은 진실이니까요.

여기에 시적 진실이 있습니다.

경험을 과장해야 시가 됩니다. 내면 세계를 풍경을 통해서 표현하거나

바깥의 언어로 표현해야 합니다.

바람이 꽃의 살을 문질렀다

그러니까 향기가 공중의 공기를 덥히면서 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갔다.‘

이렇게 직설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

절반 정도는 감추어 반투명하게 드러내야 하는 것이지요.

형태나 모양에 사실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햐 합니다.



벌초 /이재무

무딘 조선 낫 들고 엄니 누워 계신

종산에 간다  

웃자란 머리

손톱 발톱 깍아드리니

엄니, 그놈 참

서러운 서른 넘어서야

철 제법 들었노라고

무덤 옆

갈참나무 시켜

웃음 서너 장

발등에 떨구신다

서산 노을도

비탈의 황토

더욱 붉게 물들이며

오냐 그렇다고

고개 끄덕이시고....

 

무덤 위의 잔디를 머리에 비유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둥그런 무덤은 고봉밥을 닮았습니다.

죽어서도 밥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듯 하지요.

사람들의 주거지에 가까이 있는 서양 묘지와 달리

대부분 산에 위치한 우리 묘지는 마치

형제들끼리 우애있게 찾아오라는 암시처럼 느껴집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세 사람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는 딸을 완벽한 연기자로 만들려는 엄마가 있었고

그로 인해 그녀는 노이로제에 걸리고 강박관념에 시달렸습니다.

엄마의 억압이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주었고 그로 인해 여덟 번이나 결혼했지만

그녀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배우로 남아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이혼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엄마는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그는 고아원에서 폭행에 시달렸지요.

내면의 공포감을 연기하고자 했던 그는 스크린에 자신이 나오면

그리운 엄마가 자기를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히치콕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 전에 그날 겪었던 모든 일을

엄마에게 보고하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숟가락을 떨어뜨렸던 얘기에도 잘못이라는 지적을 받은 그는

치욕과 굴욕을 느끼며 성장했지요.

자신의 마조키즘적 심리를 영화를 통해 나타낸 그는

심리 스릴러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 되었습니다.



정신병을 앓았던 뭉크는  내면의 공포증을 절규라는 그림을 통해 나타내었습니다.

신체적 장애나 트라우마가 예술로 승화된 경우는 이밖에도 많습니다.

결핍이 있어야 무언가를 채우려는 욕망이 생기고 그것이 나를 발전시키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완전할 수 없습니다.

내안의 나는 무엇을 채우려고 또는 치유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지

가만히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어쩌면 글쓰기의 첫 단추를 채우는 일과도 같지 않을까요?

 

한 주를 쉬는 것이 어찌 그리도 길었을까요?

모두들 너무 오랜만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박완서 소설 전집은 드디어 막을 내렸고 다음부터는 창비 중단편선을 합니다.

2013년부터 역순으로 1970년 까지 거슬러 올라갈 계획이니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그러나 열여덟 권을 읽어온 우리들이니만큼 걱정은 안 합니다.

맛있는 고구마말랭이를 간식으로 가져오신 새 총무님 정미샘 덕분에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도나도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합평을 다 할 수 없었지만 타오른 면학 분위기에 신이 절로 나는 여름학기입니다.


진미경   14-06-16 23:52
    
결석을 하는 바람에 저에겐 3주만의 수업이었습니다.
그간 공사다망하여 책읽기와 글쓰기가 관심밖에 있었음을 반성합니다.
그러나 교실에서 다정한 샘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내내
엔돌핀이 마구마구 생겨남을 느꼈습니다.
이것을 일컬어 혹자는 일산반 중독증세라고 부릅니다.
이번 학기는 차분하게  수업에 임하겠습니다.
후기 제목이  세련되어보입니다. 기본부터 잘 배울랍니다.
새 총무님의 맛난 고구마간식 ! 고맙고 자알 먹었습니다.
지가 한 먹방하거든요.^^
     
한지황   14-06-18 09:41
    
미경샘이 사라진 강의실은 얼마나 조용하고 심심하던지요?
이제 미경샘의 몸은 미경샘 혼지만의 것이 아님을 잊으시면 안됩니다.
그러니 아프지 않도록 건강 유념하시고
약속일랑 월욜은 피하시고
그저 자리를 보전하시어야 합니다.ㅎㅎ
그러나 일산반 중독증세가 심하시다니 괜한 걱정일랑은 접어도 될 듯 합니다.
중독도 좋은 중독은 바람직하네요.
정정미   14-06-17 14:30
    
한 주 쉬고 열린 수업이라 더 반갑고 애틋했어요.
우리는 숨을 쉬고 밥을 먹어야 살수 있듯이 수업을 듣고 샘들 얼굴을 봐야
일 주일 살수있는 사람들이 된 것 같아요.
미경샘의 수업 중 추임새는 역시 최고였어요 수업 분위기 왠지 생기가 넘쳤거든요^^
성실하면 또 미경샘 아니겠어요.ㅎㅎ
반장님! 서울미술대상전에서 특선을 받으신 거  진심 축하드립니다
정말이지 대단하신 분 같아요 글쓰기 그림 피아노 실력까지.....항상 열정적인 모습, 닮고 싶어요
타고난 재능이야 못 따라가겠지만요 그냥  좋아요
떡까지 푸짐하게 준비해오셔셔  행복하고 달콤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만나서 독서모임하고 수업 듣고 마냥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우리샘들 즐거운 일과 함께 행복한 시간 되세요. 화이팅!
     
한지황   14-06-18 09:46
    
잠깐의 이별은 그동안 잊었던 우리들 사이의 끈끈한 정을 일께워 주었지요.
숨을 쉬고 밥먹는 만큼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매주 볼 수 있다니
정말 정미샘의 말처럼 행복하네요. 
웃음이 끊이지 않던 지난 수업시간이 벌써 그리워져요.
서로 서로 의견을 내놓으며 더 다듬어진 문장을 공부해가다보니
우리 님들 글솜씨는 일취월장되고 있지요.
다들 공신이십니다.
최영자   14-06-17 15:04
    
모두들 반갑고 즐거운 수업이었죠?
반장님의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역시나~  최고 !!!

정미샘이 언급한 것 처럼 미경샘의 추임새 정말 재미있었어요.
미경샘이 수업에  빠진 날은 재미가 별로 없어서 허전하거든요. 늘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합니다요 ~

아~ '창작과 비평' 책 주문하고 취소 하느라 정신 없다가 이제야 마무리 되었습니다.
대~충 들은 걸로 대~충 주문 했더니  뒷 수습하느라 머리에 죄 날뻔 했습니다. ㅎㅎ~
역시 익숙치 않는 것은 시간이 걸립니다. 담주에 뵈요.
     
한지황   14-06-18 09:52
    
영자샘의 <일탈>의 합평통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지난 일년간 잠잠히 수업만 들으시다가
'이제는 때다." 하고 홈런을 날리시더니 봇물 터지 듯 글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뛰어난 시적 표현들이 글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시인이신 스승님도 감탄하게 만들었지요.
역시 자연 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분만이 지닐 수 있는 감성인가봐요.
삭막한 도시에서만 자란 제가 꿈도 못꾸는 영역이지요.부러워요.
앞으로도 감성이 뚝뚝 넘치는 글 많이 읽게 해주세요.
          
최영자   14-06-18 14:12
    
반장님의 축하말씀 감사합니다.

 스승님의 잘 했다는 표현은 첫 글이라  격려의 뜻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말씀하셨잖아요?  일기를 써가지고 수필이라고  내민다고~

 스승님과 벗님들의 격려에  기죽지 않고 좀 더 쓸 용기를 갖게 되어 저도 감사드립니다.
박래순   14-06-17 21:16
    
지황 반장님!
서울미술 대상전에서 받으신 상 축하합니다.
음악, 미술, 수필, 인터뷰 다재다능 하십니다.
간식으로 쏘신 찰떡, 대상 턱으로 기분 좋게 먹었지요. 고맙습니다.

영자샘, 반원들을 위해 요모조모 배려해 주시는 마음 정말 고맙습니다.
머리에 쥐나면 글 못써요. ㅋㅋ

총무 되신 정미샘! 고구마 꿀말랭이 지금도 있거든요. 잘 먹을께요.
     
한지황   14-06-18 10:01
    
별 것도 아닌데 쑥쓰럽기만 합니다.
워낙 그림 그리는 사람도 많고 좋은 그림도 많은 세상인데...
잘 그린 그림보다 좋은 그림이 더 가치있다고들 하지요.
저도 나만의 색갈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해요.
아직은 초보이지만 내 맘을 나타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며
그 과정을 즐기고 있지요.
대단한 작품을 그리고자 하는 욕심은 없어요.
그러나 글을 쓰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듯이
그림을 그리면서 잡념도 사라지고 몰두할 수 있는 것에 희열을 느껴요.
유화물감이 잔뜩 묻은 붓을 칠할 때 그 손맛도 좋고요.
다양한 색깔들을 이용해 내 멋대로 항상 새롭게 꾸며내는 과정을 즐기지요.
패션에 관심 많은 내가 그림으로 대리만족하는 일면도 있고요.
래순샘의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박서영   14-06-18 22:08
    
한반장님 축하 축하드립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제일 부러워요. 부모님 반대로 미대를 못가고 그런거와는 전혀  상관없는데 ...참 부럽. 컬러플한 옷에 엑세서리  매치한 편집회의 때의 패션을 보고  알아봤다닌까요.
제가  다  카타르시스 되던걸요. 진짜 만능이시군요.
               
한지황   14-06-19 09:16
    
박서영샘!고맙습니다.
늘 웃는 밝은 모습의 서영샘도 화려한 스타일이 범상치 않으신걸요.
우리 서로에게 시각에 대한 보시를 한 셈이네요.ㅎㅎ
나이가 들수록 밝은 게 좋아요.
표정도 말투도 웃음도 옷차림도....
그래서라도 세상이 온통 밝아질 수 만 있다면요....
정정미   14-06-18 21:12
    
자고났더니 우리반 총무가 되었네요.
몇분이 총무라 불러주니 꽃이 되었어요ㅎㅎ
제대로 반에서 인사도 못드리고 지났는데.... 예쁘게 봐주세요.
반장님 도와서 알뜰살뜰 살아볼께요
꾸벅^^사랑합니다!
     
최영자   14-06-19 09:17
    
정미샘.

반원들을 위해 총무  맡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반의  패션스타  반장님과 총무님.  두분은  일산의 꽃이십니다.
두분을 바라보면  멋진 패션에  흐릿하던 동공이  번쩍 뜨여지고  은은한 향기에 코가 벌렁입니다. ㅎㅎ~
 
저도  멋쟁이  총무님을  사랑합니다.
          
한지황   14-06-19 09:27
    
이런! 저랑 동시에 컴 자판을 두들기셨네요.
반갑습니다. 영자샘!
얌전하신 외모이지만 구수하고 재미나는 입담은 영자샘의 매력이어요.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는 영자샘의 이야기는 늘 귀를 쫑긋 세우게 하지요.
 매사 적극적이며 행동파이신 영자샘 또한 숭은 일꾼입니다.
     
한지황   14-06-19 09:22
    
빼고 빼고 또 빼고....
그래서 어렵사리 수락하신 총무님!
늦은 감이 적잖이 있지만 저와 함께 한 팀이 되어주신 정미 총무님,반갑고 고맙슴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소소한 일들이 많은 자리가 총무자리이지요.
그러면서도 아주 소중한 자리이고요.
꼼꼼한 정미샘인지라 잘 해내시리라 믿어요.
누규보다도 일산반을 사랑하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이기에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