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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늑대를 찾아서    
글쓴이 : 한지황    14-06-03 00:33    조회 : 4,962
울음이 없는 개/ 이재무
 
몸속에 꿈틀대던 늑대의 유전인자
세상과 불화하며 광목 찢듯 부우욱 하늘 찢으며
서슬 푸른 울음 울고 싶었다
곧게 꼬리 세우고 송곳니 번득이며
울타리 침범하는 무리 기함하게 하고 싶었다
하늘이 내린 본성대로 통 크게 울며
생의 벌판 거침없이 내달리고 싶었다
배고파 달이나 뜯는 밤이 울지라도
출처 불분명한 밥은 먹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불온하고 궁핍한 시간을 나는 끝내 이기지 못하였다
목에는 제도의 줄이 채워져 있었고
줄이 허락하는 생활의 마당 안에서
정해진 일과의 트랙 돌고 있었다
체제의 수술대에 눕혀져 수술당한 성대로
저 홀로 고아를 살며 자주 꼬리 흔들고 있었다
머리 조아리는 날 늘어갈수록
,,컥 나오지 않는 억지울음 스스로 향해 짖고 있었다.
 
개를 통하여 나를 얘기한 자화상의 시입니다.
개의 자유는 목에 매달린 개줄의 길이에 달려 있지요.
목줄을 맨 개와 우리는 동일합니다.
체제와 제도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나 역시 체제 안에서 사는 존재임을 말합니다
 
무인도에 염소 열 마리를 방복한 후 한 달 후 가보았습니다.
다섯 마리만 살고 다서 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염소는 야생성을 회복했기에 살았지만
이것이 쉽지 않기에 반이나 죽은 것이지요.
집에서 키우는 염소는 편합니다.
잠자리와 먹을 것이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다만 자유의 존재가 아니지요.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고통을 지불해야 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현대인은 자유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또한
도피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유는 십계명 지키디보다도 어렵습니다.
자유는 두려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나 결혼, 직장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갑니다.
인간은 자유를 원하는 동시에 속박을 원하는
이중성 추구와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 자유롭게 사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자유롭지 않습니다.
유럽인들은 한국 대학생 배낭족들을 한눈에 알아봅니다.
한국 대학생들 모두 유행을 따른 옷차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유행 속에 매몰된 것도 모른 채 유행을 따르는 것 자체가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푸른 늑대를 찾아서/이 재 무
 
내 생전 언젠가는 찾아갈 거야, 푸른 고독
광도 높은 별들 따로 떨어져 으스스 춥고
쩡쩡 우는 한겨울 백지의 광야
방랑과 유목의 부족 찾아갈 거야
처음 그들은 낯선 이방인 적의로 맞겠지만
청동빛 근육에서 동족의 피냄새를 맡고는
마음의 시장기 무청처럼 퍼런 얼굴 앞에
네발 달린 짐승 하나 불쑥 적선하겠지
난 날짐승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들의 배려
예 갖추어 달게 삼키고 언 강 깨서 입 축이고
그새 허물없어진 그들과 나란히 식구로 서서
, , 컹 산과 하늘 크게 들었다 놓고
깊고도 서늘한 눈빛, 길게 세워 다투듯
무인지경 내달릴 거야 가도 가도 끝없는 광대무변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초원에서는 더러 행위와 동기가 한몸이라서
더운 피가 시키는 대로 달리는 것뿐
딴뜻 있어 달리는 것은 아니지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맨발에 달라붙는 진흙 같은
잡념 따위 바람 앞에 검불로 흩어지고
걸핏하면 찾아와 몸과 마음 물어뜯던
까닭 없고 대상 없던 우울과 초조,
울분이며 분노 따위 햇살 만난 눈처럼 사라지겠지
초원의 파수꾼, 떠돌이 협객, 외로운 사냥꾼
내 생전 언젠가는 찾아갈 거야
한 마리 변방의 야생을 살며 폭설 내린 어느날
비축해둔 식량마저 떨어지면 파오 우리 덮치다가
불 뿜는 총구 앞에서
한점 비명, 회한도 없이 장렬하게 전사할 거야
 
어느 날 시인은 몽골 초원 다큐를 보았습니다.
현존하는 늑대들이 가축을 잡아먹다가
몽골인들이 쏘는 총에 맞아 죽거나 도망가는 장면을 보며
늑대의 야성에 대해 시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몽골 초원에 가서 늑대를 만나 그 무리들에 끼어 그들처럼 살고 싶다.
광대무변의 초원을 달리고 싶다.
그러다가 몽골인들의 총구 앞에서 장렬히 죽고 싶다.
이런 공상의 날개를 펼쳐 봅니다.
자본주의 즉 제도와 체제의 일상이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늑대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늪에서 수면을 뚫고 올라왔다가 결국은 다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붕어를 보며
직장을 때려치고 안나푸르나로 떠나버린 친구를 떠올립니다.
그도 언젠가는 돌아오겠지요.
결국 다시 회귀해야하는 우리의 모습은 늪 속의 붕어랑 다를 바 없습니다.
 
 
 
무등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아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아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는 가시덤풀 쑥굴헝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무쳤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무등은 등급이 없다는 것입니다.
남루는 넝마이며 갈매빛은 푸른 빛입니다.
지란은 난초이고 농울쳐는 물결치는 것입니다.
오후는 인생의 나이가 들 때를 말합니다.
지어미 지아비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쓸쓸하고 외로운 것임을 암시하는 시입니다.
 
오래된 것에 청태란 이끼가 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낙관적으로 살라는 교훈과 함께
부부애를 과시하는 대표적 시이기도 합니다.
 
, 늑대, 붕어, 무등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남과는 다른 발견을 했기에 좋은 시가 탄생할 수 있었듯이
우리도 나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우리 주위의 사물들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비가 촉촉이 내린 여름 학기 첫날이었습니다.
김화순샘이 제주도에서 직접 배달해 오신
오메기 떡으로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습니다.
박래순샘이 가져오신 방울 토마토도 맛있었고요.
박영숙샘, 공인영샘, 김성희샘, 진미경샘의 빈자리가 쓸쓸했지만
다음 시간에는 꼭 채워지리라 기대합니다.
다음 주는 한중 문학세미나에 참석하시는 교수님의 사정으로 휴강입니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에 다들 건강하세요.

최영자   14-06-03 23:12
    
반장님 . 올려준  시와 함께  후기 로 복습 잘  했습니다.
촉촉히 내리는 비 덕분에 무더위는 피해 간 여름 첫 수업이었죠?
새로운 얼굴은 없었어도 멀리서 오신 김화순 샘  많이 반가왔습니다.
날씨는 더워도 시원한 소재들 모아서 글로 표현 해보는 재미있는 여름학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지황   14-06-05 08:46
    
아파트 담장에는  활짝 웃고있는 장미들이 마음을 환하게 해줍니다.
빨강과 분홍이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요.
비록 짧게 살다가 가는 그들이지만
매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주는 장미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나도 인연지은 모든 이들에게
너는 외롭지 않다고  너를 잊지 않고 있다고
장미처럼 속삭여 주고 싶어요.
영자샘처럼요....
최영자   14-06-05 10:50
    
가위를 열심히 찾다가 내가 무엇에 쓰려고 그걸 그렇게 찾았는지 까맣게 생각이 안나면 그렇게 닝패스러룰 수가  없었다.
        - 박완서  <거저나 마찬가지 > 중에서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7권 읽던 중 위 문장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내가 겪을 때는 심란하고 한숨이 나던데 ...
표현을 잘 하는 그녀가  멋있습니다.

'너는 외롭지 않다고 너를 잊지 않고  있다고 '
미풍이 스쳐가듯 마음을 살짝 울려줍니다.
정정미   14-06-05 12:36
    
담장의 빨간 장미들을 보면 낭만적인 막연한 그리움에 젖곤 하지요
현실이 아닌 동화 속 한 페이지로 잠시나마 나를 데리고 가서 친절하게 웃어주고
따뜻하게 위로도 해줘요. 반장님도 우리도 모두 다 같은 선물을 받았군요.
늘 맞이하는 계절은 같고도 다르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반장님과 영자샘이 들려주는 사랑의 목소리 감사합니다
저도 ' 너는 외롭지 않다고 너를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반 사랑스런 샘들에게  장미 한아름과 함께요....
     
한지황   14-06-08 22:25
    
장미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꽃이 또 있지요. 능소화... 
도로 주변에 주홍색으로 선명하게 피어있는 꽃!
화가들이 즐겨 소재로 삼는 꽃이기도 하지요.
정말 깔끔하고 예뻐요.
근데 독이 있어 능소화를 만지고 눈을 만지면 큰일난다고 하지요.
눈으로만 봐야지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꽃!
도도하게 살다가 가고 싶은 걸까요?
독이 없어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장미를 한번이라도 더 봐야겠어요.
6월이 다 가기전에...
진미경   14-06-06 17:49
    
6월이 되자마자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듯 합니다.
6,6일 현충일에 동작동 국립묘지에 다녀왔어요. 지하철안에서 반장님이
올려주신 후기로 수업을 대신했고 스맛폰으로 댓글을 달고 있고요.
참 편리한 세상이죠. 손안에 작은 컴퓨터가 있다니.... 편리한만큼
눈이 혹사당하고 그 댓가로 시력약화를 얻겠지요.
등가교환입니다
진미경   14-06-06 21:50
    
인생이  외롭고 쓸쓸한 것임에도 외롭지않다고 너를 잊지않는다고 말해주는
샘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따뜻합니다.
늑대를 통하여,개를 빗대어 ,청태를 보면서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시의 퍼레이드.....
넉넉한 6월이기도 하구요.
자유를 원하면서도 정작 자유가 주어지면 불안해하는 이중성....인간은 이리도 흔들리는
존재입니다. 유행를 쫒다가 개성을 잃어버리는 모순을 떠올립니다.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삶의 힘줄이 아닌가 ? 자유를 찾아 잠시 방황하더라도 불안해하지않고
회귀할때도 일상의 답답함,체제의 구속에도 유연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진미경   14-06-06 22:21
    
갑자기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한중문학세미나에 교수님께서 참석하시면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어떨까하는....  설마 영어로 하는 건 아니겠지요.
공인영   14-06-08 14:37
    
바디랭귀지...^__^;  다 통하지 않을까요?@@
진미경   14-06-08 20:17
    
공인영샘  우문에 현답이십니다. 그런데 상상하려니 웃음이 터지네요.
지난 수업엔 결석했는데 휴강이라니 다다음주가 엄청 기다려집니다.
몇년을 망설이다가 제습기를 샀는데  사용해보고싶어 비님이 기다려집니다.
저 사실 비를 싫어하거든요. 비오면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지는데....
     
한지황   14-06-08 22:37
    
영어나 중국어나 우리 선생님께는 쉽지 않으실텐데...
동시통역이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요?
이젠 중국어가 영어만큼이나 중요해졌다니
영어에 중국어에 점점 알아야할 게 많은 세상이지요.
아이들은 그래서 더욱 힘들고요.
쏟아지는 정보를 습득하느라 숨이 차긴 어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신조어도 나날이 늘어나고...
부지런히 좇아가려니 여유있는 삶은 그림의 떡!
그러나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곘지요.
제습기를 써보면 어디서 그 많은 물이 생기는지 신기하다고 하던데...
올 장마철, 듬뿍 생긴 물을 보고  깜짝 놀랄 미경샘의 얼굴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