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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장가도 아니면서....    
글쓴이 : 한지황    14-05-12 22:38    조회 : 4,703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요?
독자로 하여금 슬퍼지게 때로는 울게 하는 글이 그 중 하나이지요.
그 유명한 일본 소설 <우동 한 그릇>이 이에 해당됩니다.
절제하면서 구구절절 아픔과 고통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도록 구체적으로 써야 합니다.
하나의 소재를 집중적으로 써야만 슬픔이 전달되지요.
 
회상을 할 때는 매개체 또는 기폭제가 꼭 있어야 합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드레느 과자를 먹다가
그 냄새로 인해 과거의 회상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것이 일련의 연상 작용을 시작한 것이지요.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이렇듯 시인은 눈을 매개체로 하여 과거 아버지가 아픈 자신을 위해
눈 속을 헤치고 따오신 산수유에 얽힌 회상으로 들어갔습니다.
 
 
 
 
깊은 가을밤 교교한 달빛 아래
 
마당에 들어서기 전부터
 
청아하게 반기는 다듬이소리
 
말발굽 소리로 긴장을 더하고
 
젓가락 장단으로 리듬을 타는
 
마주 앉은 고부간의 합주
 
또닥또닥, 따그닥따그닥
 
 
밝은 날엔 빨래터에서
 
밤엔 대청마루 다듬잇돌에
 
닮아가는 동병상련으로
 
말없이 두들기는 난타
 
여인의 한 서린 세월을 다져
 
시간의 주름이 펴지는 정겨운 소리
 
또닥또닥, 따그닥따그닥
 
아랫마을에서 다듬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윗마을에서도 그 소리가 시작됩니다.
서로 연대를 이룬 다듬이 소리는 마치 합주를 하듯
또는 강강술래를 하듯 이어집니다.
엄마의 다듬이질 소리를 듣다보면 리듬에 따라
엄마의 심정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술집에서 안 오시면 소리는 술집으로 달려갑니다.
다듬이 소리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여 시를 지었듯이
사소한 사물에도 나만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으면 글이 됩니다.
 
간장에 삭힌 고추를 먹다가 발견을 했습니다.
서로 생태가 다른 고추와 간장.
간장은 콩과 소금으로 만들어졌지요.
시어머니는 메주, 며느리는 소금.
생면부지의 너와 내가 만나 가족이 되었습니다.
우려져서 맛있는 간장으로 거듭나듯이
가족 또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푸르게 몸을 세워 살아온 고추만이 붉게 익습니다.
독하고 매운 맛을 품기 위해 여름 내내
땡볕과 비바람을 이겨내야 했습니다.
결실이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고추를 통해 얻습니다.
할머니가 고추를 땁니다.
한 가지에서 자란 고추들이지만 어떤 것은 실하고 어떤 것은 부실합니다.
한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제각기 다른 내 새끼들과 어쩜 그리 똑같은지.
고추를 손에 쥔 할머니의 볼이 발그레 해집니다.
밥을 먹다가도 발견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위대한 작가를 구분하는 방법 중 가장 으뜸은 퇴고를 얼마나 하느냐입니다.
명문장가도 아니면서 우리는 과연 몇 번의 퇴고를 하는지요?
퇴고를 하면 할수록 문장은 아름다워집니다.
 
오늘 독서모임은 제일 많은 인원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박완서 단편집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할 이야기가 많지요.
노인 문제를 비롯하여 고부간 갈등, 중동으로 떠난 남편 이야기,
전쟁 후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작가는 얼마나 구수한 입담으로 끌어나가는지
다들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반전의 묘미도 많이 있고요.
<쥬디 할머니>에서 보여준 반전은 슬픔 그 자체였습니다.
다음 주는 제 4권을 합니다.
손수 만드신 시원한 호박식혜를 맛보게 해주신 박래순 선생님 다시 감사드립니다.
 

 

박래순   14-05-13 21:49
    
집수리 때문에 조퇴하고 일찍 돌아 왔으나 마음은 교실에 남아 있었지요.
아쉬워 교수님 말씀에 열중하는 문우들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 오르더군요.
월요일만 기다려지고 교실에선 집에 가기 싫어지는 건 왜일까요?
공부는 못하면서 학교 가는 일만 좋아하는 바람난 학생의 마음을 알고 있는 분~
     
한지황   14-05-14 08:56
    
래순샘!
집수리는 잘되고 있겠지요?
많이 심란하실텐데 어서 끝났음 좋겠네요.
수업을 다 끝내지 못하고 가시는 뒷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다음 주에는 산뜻해진 목욕탕에서 예쁘게 세수하시고 환한 얼굴로 뵈어요.
최영자   14-05-13 23:18
    
반장님  감사합니다. 꼼꼼한 후기 덕분에 늘 복습을 한번 더 하고 지나갑니다.  저도 수업 중 교수님 말씀  노트에 메모 해 봤지요. 하지만  나중에 들여다보면  앞 뒤 연결이 잘 안되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데  어쩜 저리 세세하게 잘 쓰는지 저도 혀가 내둘러 집니다. 

오늘 날씨 더웠죠?
자외선도 강하다고 했는데  자전거타고 일산 시장,  세무서(종합소득세신고) ,풍동에 로컬푸드 생겼다고 해서 풍동으로 돌아다녔더니  얼굴이 까칠해진 느낌이네요. 나른한 맘으로 여기 들어왔는데
박샘의 댓글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종종 저를 웃게 만들어 주시는 재주가 있어요 )
공부도 못하면서는 샘과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 이후  저런 단어는 공릉천에나 갖다 버리시지요.
수업 중에 제가 습작한 글을 슬쩍 박샘께 내밀어 봤어요.  잠깐 훑어 보시더니  주어와 서술어 바뀐부분,  시제통일,  문단 붙일것등등을  체크해 주셔서 속으로 깜짝 놀랬어요.  등단한 사람의 눈은 보통이 넘는구나 ! 아무나 등단하는게 아니구나 라고~
집수리 잘 마무리 되셨나요? 
아~  호박식혜 또 먹고 싶어요~~~
늘 얻어만 먹어서 저도  호박식혜 만들어 봐야겠어요.  참. 맛이 없으면 혼자서 다 먹고 맛이 있으면 가져갈까 합니다.
한지황   14-05-14 09:13
    
영자샘 드디어 첫발자욱을 떼셨군요.
빨리 읽어 보고 싶어요.
다음 주에는 꼭 내시기에요.
어제는 여름 날씨라는 말을 듣고 원피스 하나만 입고 나갔는데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불던지 마밀린 몬로의 스커트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던 영상이 떠오르더군요.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에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라는 다큐 영화를 봤어요.
미국 작가 조합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각본상을 받은 이 영화는
몇 달 째 꾸준히 상영되고 있어요.
연극 배우였던 엄마를 회상하는 영화인데
자유분방했던 엄마였지만 아빠가 다른 자녀들과 남편들에게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와 많이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종로 3가 한국산문 사무실로  가는데
날도 좋겠다 갑자기 걷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이십분 넘게 걷다보니 날은 너무 뜨겁고 얼굴은 뻘개지고 ...
후회막급이었어요.
자외선이 강한 날이었다는데...
이제 모자가 필수인 계절이 왔네요.
제발 영자샘의 호박식혜가 맛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ㅎ
     
최영자   14-05-14 22:43
    
광화문 나가서 영화도 보고 종로에 있는 한국산문도 들르느라 하루가 짧았겠어요.
 영화를 자주 보는 반장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지난 3월엔가 아들이 영화 관람권 준게 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도 못보고 있어요. 아직 유효기간이 끝나진 않았지만 이러다가  지날 것 같네요. 가끔 그러거든요.  공짜 티켓있다고 지인이랑 불러내서 극장에 갔다가  티켓 내밀면 유효기간 지나서 못쓰고  생돈 내고 보고 오거든요. ㅋㅋ

반장님이 추천해 준 영화 < war  horse > 정말 감동있고 재밌게 잘 봤어요.
조이가 방앗간에(?) 있을 때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조이의 눈에 커다랗게 맺힌 소녀의 영상이 지금도 가슴설레이고  잊혀지지 않아요.
그런 괜찮은 영화 또 보고 싶네요.
          
한지황   14-05-15 09:47
    
어제는 초연, 무관심이란 뜻의 <디태치먼트>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바닥 친 교권만큼 자존감을 잃은 선생, 방황하는 아이들,
자식을 책임지지 못하는 부모들의 고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우우함을 떨쳐낼 수 없었지요.
거리에서 떠돌던  한 소녀는 주인공  선생님 집에 머물며
가족의 따스한 정을 느끼며 행복했지요.
그러나 다시 시설로 돌아갈 때 소녀의 울부짖는 소리는 지금도 선명히 들려옵니다.
우리 주변에 수두룩히 존재하고 있을 그 소녀와 같은 청소년들과
소외되고 상처받은 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피아노>에서 열연했던 애드리언 브로디의 우울한 눈빛 연기는 또 하나의 선물이지요.
이런 훌륭한 영화가 롯데 시네마 주엽에서 한다는 사실에 감사하지만
하루 중 단 한 번 상영한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합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미국학교의 모습이
곧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떨칠 수 없었어요.
이미 유사한 문제가 종종 발생되고 있지만...
영자샘의 영화 이야기에 덩달아 적어 보았습니다.
우울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현실, <디태치먼트>란 제목은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된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정정미   14-05-15 13:03
    
박래순샘!  저요!  손들었어요.
근데 바람난 마음은 저가 알고 있는데 샘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할까요..
전 완전 농뗑이과이지만  샘은 모범생에다가 우등생이지요.
공사는 잘 끝내셨죠 전에 것보다 더 튼튼하고 멋지게 업그레이드 하셨으니
앞으로는 걱정 안하셔도 될 것같아요.
우리들 곁에는  위험이 늘 지나간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답니다.
영자샘! 바쁘셨군요. 박래순샘의 공부.......는 맞아요.
공릉천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갖다 버려야 할 말씀은 맞는 것 같아요.ㅎ
영자샘 어쩜 그렇게 재밌는 표현을! 
최영자샘 말씀에도 한표! 저도 손들었어요.  누가 봐도 순이샘은 모우생입니다(모범생+우등생)
샘의 글을 반장님만큼 저도 기둘리고 있답니다 빨리 보고 싶어요.
반장님! 영화 많이 보셨군요. 난 어제 트랜센던스 딸하고 봤어요.
광화문 길에서 치맛자락이 확 올라가는 샘 모습 상상하니 마릴린몬로 저리가라 아니예요
엄청 섹시 했을 것 같은 데 지나가는 남자들 횡재 한 거 알려나?
반장님 글 솜씨 시간활용 두배로 하는 능력 언제나 활기차게 앞서가는 모습
패션감,  자신감 ... 여러 모습을 보며 그와 닮고 싶은 것 많답니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 거리의 그남자들만 횡재 한 것 아니네요.
     
한지황   14-05-16 00:19
    
딸이랑 신나게  문화생활을 하고 계시는군요. 정미샘! 
엄마와 딸만큼 가까운 사이도 드문 것 같아요.
옆에 있을 때 실컷 구경다니고 즐거운 시간 함께 하세요.
언제나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시니 행복 바이러스가 마구 솟아요.
긍정적인 마인드와 말만큼 좋은 보시는 없을거에요.
일산반의 벗님들은 모두 행복 전도사...
오가는 덕담 속에 움트는 사랑과 정!
공인된 수다장까지 매주 펼쳐지니 지나온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단단한 우정이 형성되었네요.
앞으로도 끈끈한 사랑과 관심 부탁해요~~
진미경   14-05-15 20:25
    
여기 들어오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집니다. 샘들의 구수한 입담과 재치에 묻어갈 수 있으니
신나는 온라인여행이 따로 없네요.
수업중에 나가시는 래순샘을 보면서 공사가 잘 끝나기를 빌었습니다.
욕실 공사 이야기도 새로운 수필로 탄생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구요.
저도 최영자샘의 글이 기다려집니다. 지혜로운 영자샘이기에 더욱....
반장님과 영자샘,정정미샘의 영화릴레이가 보기 좋습니다.
오래전에 본 영화~생활의 발견이라고 남자연극배우가 춘천과 경주를 오가며
연애의 이면에 감추어진 여러 감정을 겪는 무비가 생각납니다.
진미경   14-05-15 20:33
    
반장님  후기 제목이  좋습니다.
내용도 알차고요. 복습을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봄인데 낮에는 이른 여름이라 반팔 옷으로 거리를 활보하다보니 썬글라스와 모자가
필수가 되어버리네요. 원피스를 입고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셨다니....
현실이 영화인지, 영화가 현실이 되어버린건지 몰라도
순간순간  영화처럼 즐기며 사는것도 멋진 발견입니다.
생활의 발견 ...ㅎㅎㅎㅎ
     
한지황   14-05-16 00:28
    
수업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씀을 제목으로 정하게 되지요.
주제파악이 안되었다고나 할까요?
교수님의 눈엔 한없이 부족한 아마추어들이  퇴고도 제대로 안하고
겁도 없이 덥석덥석  글을 내니 참 답답하실거에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퇴고를 하고 또 하고 해야겠어요.
인생이란 태어나서 영화를 찍다가 가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이왕이면 내가 감독이 되어 멋진 영화를 찍어보는 게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