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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의 문학성에 대하여    
글쓴이 : 오길순    14-05-07 18:03    조회 : 5,242
 초파일 연등이 붉고 푸르게 흔들리고 있는 거리를 돌아오노라니
극락왕생이란 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단 1회 주어진 생애가 한 번 더 부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다음 생을 믿는 이는 함부로? 멋지게? 살아낼 것도 같았습니다.
 어쨌든 신이 주신 가장 공평한 것이 죽음이라니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는 숙명 앞에서 마지막 날까지 성장하기로, 오늘 배운 말씀 다짐해 봅니다.
 만산홍엽이 봄꽃보다 어여쁘다는 말씀으로 우리를 위로해 주신 교수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린 건강법 꼭 지키셔야 만산홍엽을 저희와 함께 누리실 것 같습니다.  
 
 문장이든 문단이든 자연스런 연결을 꾀하라는 말씀에 또 한 번 ‘자연’을 외쳐봅니다.
억지로 꿰맞춘 문장이나 문단이 아닌, 물 흐르듯이, 나선형 연결을 하라는 말씀일 터입니다. 그게 어디 쉬울까마는...
그리고 사전을 여기 저기 펼쳐놓아 손을 뻗치면 언제나 낱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오래된 사전 두어 권으로 견디는 저로서는 은행 빚이라도 내서 너 댓권 확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작품 제목은 사람의 이름 같아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주제를 대표해야 한 답니다.
운문적인, 함축과 은유와 직관과 여백으로, 관조하라는 말씀, 오늘의 배움터에서 들고 온 문장입니다. 시가 오므리는 문장이라면 수필은 또한 펼치는 문장으로 설명만을 하면 절대적으루다가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성이 유가이고 이름이 치원이면 유치원이 되듯이 제목과 내용을 잘 어울러야 남의 옷 빌려 입은 듯 어색하지 않은 글이 된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신녀라고 지었더니 성이 임씨였다는 말씀, 제목과 내용을 새겨볼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목의 압축 역시 독자가 상상할 내용을 여백으로 남기는 일일 것입니다.  수필은 그야말로 용두사미가 아닌 용두면 용미, 사두면 사미가 되어야 글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수필은 또 문학성이 있어야 한답니다. 문학성이 무엇이냐, 독자에게 상상력을 줄 수 있는 글, 그 상상력을 극대화 할수록 문학성이 깊은 글이 될 것입니다. 논문이 수필에 들어가나 문학성과는 좀 거리가 있죠. 우리는 매일 문학성에 대한 화두를 수필로 여기면 될 것 같은.......제 딴에는 수필에 작가의 넋이 들어 있어야 문학성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마침 장반장님의 결석으로 우리끼리 살아내야 했습니다. 선장님이 살짝 어디로 떠나셨으니 부선장님은 어찌 해야 이 총체적 난국에서 침몰하지 않고 살아남느냐, 우리의 호프 박총무님은 은근히 걱정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교수님의 고향 진도 이야기는 우리를 늘 침몰에서 구원해 주십니다. 진도 분들이 글, 글씨, 그림, 노래( 詩書畵歌)에 능한 것은 타곳보다 아리고 쓰린 세월을 더 많이 겪어서일까요? 개도 특별한 진도의 씻김굿이나 아리랑을 보면 유명한 화가가 많이 배출된 그 곳은 평소 아프고 고달픈 마음을 정제하는 일이 일상이 아니었을까요? 예술로 승화하지 않으면 바람과 파도에 앗긴 슬픈 마음을 어찌 지켜낼까요? 예술은 시대를 침몰에서 건지는 뜨거운 사명을 지닌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늘 결석하신 분은 엄청 손해 보신 겁니다. 설영신님과 송경미님이 어디 어껴놓은 자갈논 한 자리 파셨는지 코스로 차리신 점심은 난생 처음 먹는 것만 나왔답니다. (차림표는 비밀입니다^^)
이러다가 아무래도 달마다 상을 타는 일이 벌어지거나 절대로 상 탈수 없다고 보이콧 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건 아닐까요? 마지막 비싼 차까지 배달하여 주신 두 분, 또 큰 상 타시는 일이 해마다 생겼으면 하는 맘, 반원들의 진정한 마음이랍니다. 두고두고 역사에 남는 문장가가 되시기를 빌어봅니다.
 
 결석하신 옥화재선생님, 잘 피운 보라색 클레마티스 통째로 배달하시고는 양평에서 봄바람 매실 향기로 취해 계실 것 같습니다. 제가 게시판 메울 걸 알았으면 결석하신 님들 이름 알아오는데 울 어여쁘신 박총무님, 그저 미안해서 겨우 부탁하시는 표정에 천생이 사양 못하는 저는 그저 이 담 수욜에는 꼭 나오십사고 결석생께 부탁드리는 것 밖에.......
 
“늙음을 즐겨라,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오늘 교수님께서 나눠주신 유인물 첫머리 문장으로 사는 날까지 학생으로 남을 것임을 굳게 맹세하며 두서없는 글 놓습니다. 지난주에 내신 여러분의 좋은 글 합평 잘 받았지만 제 기억력의 고갈로 옮기지 못함을 양해해 주소서~~~^^
 
이종열선생님, 이정희선생님, 이옥희선생님, 이신애선생님, 설영신선생님, 이건형선생님, 신화식선생님...
이 번 주에 또 열심히 쓰셔서 수욜에 가지고 오셔요~~~ 
 
우리 모두 문학성과 제목에 대하여, 고민 많이 하시기로.... 
 
***충효의 선구자이신 문영휘선생님의 저서,
 
복을 부르는 사랑의 효
한번씩만 읽어도 복이 주렁주렁 열릴 것 같습니다. 문선생님의 충효전서 , 전국민이 다 읽기를 소망합니다

송경미   14-05-07 22:31
    
오길순선생님,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들으셨군요.
나이가 들어도 배움을 포기하지 말라고 한 셰익스피어의 말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수요반 선배님들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본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김미원전회장님 특별히 점심 시간에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리고
화기애애하게 대화 나누며 식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반장님을 비롯해서 오늘 결석하신 분들 모두 다음 주에는 뵈올 수 있겠지요.
요즘 박상률교수님 얼굴도 화사해지시고 쏟아지는 글들을 보니 한 학기에 100파를 달성하던
수요반의 에너지가 돌아오는 느낌입니다.
매주 글 내시는 에너제틱한 분들, 다음 주에도 화이팅입니다.

요즘처럼 힘들고 글이 안 써져도 그래도 쓰시랍니다.
교수님은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온갖 세상을 활자로 그리고 계시겠지요.
참, 안 써지는 날에도 그래도 써라.
명심하겠습니다!

문영휘선생님 <<복을 부르는 사랑의 효>> 출간 축하드립니다.
내일은 어버이 날, 무심한 사람들도 효를 생각하게 하는 날입니다.
부모님과 주고 받는 따뜻한 눈길과 대화, 포옹, 이 모든 것이 더 의미있는 날입니다.

수요반 님님들, 건강하게 지내시고 다음 주 반갑게 뵈어요.
     
오길순   14-05-08 11:40
    
송경미님,
모처럼 쓴 글 외로울까봐, 1등으로 와 주셨네요~~^^
날마다 어제 같으면 어디선가 쌀 뒤주 바닥나는 소리 들리겠지요?
 
어젠 밥의 포만과 마음의 충족으로 자리를 뜨지들 못하셨어요.
그윽한 분위기 속에서 한 끼 식사를 한다는 것은 위장병도 나을 일 같았어요. ㅎ

운문적 고찰을 하라는 교수님 말씀 따라 산문 시 한 점, 놓습니다. 
오늘 잘 생긴 아드님의 효 많이 받으세요~~~


 종소리 한 잎
 

장상관

 영국사 입구에는 범종이 되어버린 고목이 있다 큰 울음으로 재앙을 알렸다는 전설을 품고 천 년이 넘게 서서 종소리에 골고루 햇살을 찍어 바르는 은행나무가 있다

 나비 날개 같고 황금 부채 같은 소리 살결을 만지면 금빛 바람이 건너와 삭신에 쌓인 먼지 털어내고 잘 마른 볕 한 장 가만가만 핏속으로 날아든다

맥놀이가 뭇 가슴을 열어젖혀 아망스러운 우울을 달래는가 하면 말랑말랑한 소리가 데워놓은 온기가 혓바닥이 덧낸 생채기까지 핥는다

눈부처까지 노랗게 물들여 놓은 종소리에 휩싸여 바람이 머물다 간 소리 한 잎 쥐어보면 은행나무 범종이 밟아온 축축한 뒤안길이 저릿하다

 
출처 : 『내가 뽑은 나의 시』(책만드는집, 2013)
장정옥   14-05-08 05:06
    
오길순 선생님!
고맙습니다.

책임감이란 무슨 색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유채색은 아닐것같고
모든 것을 수용할 수있는 흰색?
저 한테는 속이 시커멓게 타버린 검은색 일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버이 날인데
마침 문영휘 선생님의 "사랑의 효"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아카시아 향이 날리는 이 계절에
수요반의 모든이들에게도 글의 향기가 퍼져나오기를
소망합니다.
     
오길순   14-05-08 11:46
    
장반장님,
놔두고 떠난 교실, 눈에 삼삼 어리셨군요.
그 책임이란 것만 아니면 마음 뿔싸지루고 떠난 날이 며칠이었을까요? ^^
아랫목에 누워 나오지 않는 엄마 젖 기다리는 아가들 놓아 둔 듯 
발길 눈길이 이곳으로 향했을 울 반장니임~~~

그래도 천심같은 님들이 계시오니 아무 꺽정 마시고 신나고 즐거이 그 무거운 검은 색 떤져 버리고
하늘하늘 하얀 날개옷에 싸여 맘껏 행복하십시요. 담 주 수욜에는 오시는 거죠? ^^

 
장터목

이하석

바람이 지우고 지워도
늘 새로 밝혀 서는

먼 데, 높이
나앉은
천심(天心) 나누는 장터

가쁜 숨으로 우련하게 올라서면
낮게 엎드린 채 고개 드는 악착으로

울컥, 원추리 피어 있는
구름 위로 뉘 부르는 한 소절 더 높은

바람목

출처 : 시집『환한 밤』(시와반시, 2012)
설영신   14-05-08 06:25
    
오길순 샘!
이른 아침에 잔잔한 수필 한 편을 읽었군요.
순서없이 쏟아내는 선생님의 강의를 어쩜 이리도 찬찬히 또 빠짐없이 정리해서 작품으로 탄생시키셨나요.
머리 속이 싸악 정리되었어요. 고맙습니다.

문영휘선생님!
<<사랑의 효>> 출간을 축하드려요.
어버이 날에 딱 맞게 탄생했내요. 잘 읽을 께요.

우리가 공부한 방의 뒷처리를 하고 중국집에 제일 늦게 웃는 얼굴로 오는
박윤정님의 얼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고마워요 총무님.

송경미샘과 저의 잔치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미원샘 멀리서도 참석해 주어 우리는 신이 났답니다.
못오신 분들 서운해요.
특히 반장님이 없어 허전했어요. 반장님도 저희와 같은 마음일거라  믿어요.
이정희님의 순녀자랑을 돈 안 받고도 듣고 싶었는데 식사후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더라구요.
요댐 꼭 돈 받고  들을겁니다.
모두 모두 사랑하는 수요반 님님들!
다음 수요일에 뵈요.
     
오길순   14-05-08 11:53
    
늘 환한 마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시려는 맘,
<<박수치는 여자>>입니다.
어제는 정말 과분한 잔치로 감사하고 죄송했어요.
또 좋은 글 쓰셔서 큰 상 많이 받으세요~~~

선생님을 보면 한 시절 제가 무척 좋아한 오동꽃이 떠 올랐는데
오동꽃을 어머니에 비긴 어떤 시가 있어 반가이 놓아 봅니다.
 
선생님은 아름다우신 오동꽃 같사오니 절대루다가 나이 많으신 비유는 아닙니다요.^^



정신이 밝다


박방희


꽃 중에도 오동꽃이 제일이라는 어머니

오늘은

정신이

대낮같이

밝다

따스한 봄날, 이승의 한때


ㅡ출처 : 『내가 뽑은 나의 시』(책만드는집, 2013)
정충영   14-05-08 10:35
    
와우!오길순님 박샘 강의를 다시듣는 착각이들게 정리하셨군요.
  우리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세익스피어 어록을 복사해 나눠주신
  박선생님,  고맙습니다. 전 남편에게 일독을 권했더니 감명받는 표정이드군요.
  복사해서 친구들에게 뿌릴려구요.
  '죽기 전 날까지 성장하고싶다.' 그날은 바쁠테니.... 샘의 어록도 감동입니다.
  다시 영감의 샘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수요님들의 활기가 한시간으론 합평하기
  모자랄 만큼 대단해서 기쁩니다.
  설영신님, 송경미님 요즈음의 기쁜 마음을 우리들에게도 나눠주시려 파티를
  베푸시어 우리는 포식하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어디가서 이렇게 뜻맞는 문우님들과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겠나요.
  문영휘 선생님 , 딱 맞는 시점에 <사랑의 효> 를 출간하시어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점점 희미해지는 '효' 문제를 파헤치시니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 이라는 박샘 말씀처럼, 그렇게 물들어 가기위해
  수요일 마다 모여 공부하는 우리들이 사랑스럽습니다.
  만산홍엽으로  불타오르도록 함께 즐기며 갑시다.
     
오길순   14-05-08 12:04
    
절대 동안 정충영선생님을
'수요반 사랑 베스트'라던 그 옆의 분의 말씀 어찌 이리도 합당한 표현이신가요? ^^
그런데요. 선생님, 남편 두분이세요?
전남편이라 하셔서 깜닥놀랐죠. 잉? 다시 읽어보니
겸손하신 일인칭인 것을...
아니 엊저녁에 가출하셨나, 했어요. ^^

암튼 우리가  사는 거이 때로 눈감고 점자읽기도 같아서
그 점자 더듬거리면서 휘청거리다가 정신 번쩍 드는 거 같아서
바로 이거!
정호승 시인의 시 하나 주워다 놓습니다. 

모두 아픈 봄날이지만 벌덕 일어나셔서 어버이날 효도도 받으시고 맛있는 거 서방님께 떼써서 드시와요.
우리가 돈을 좀 써야 세상이 펄펄 돌아가지요. ~~저요? 저도 어제 백화점에서 싼거리 하나 들고 왔어요.
분홍 셔츠, 전??? 남편이 분홍색이 어울리는 걸 이제사 알았네요. ㅎ 곁다리 따라 갔다가  제 손이 더 무거운...!!!



점자시집을 읽는 밤


정호승


늙은 어머니의 잠든 얼굴 곁에서

더듬더듬 점자시집을 읽는 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분노하기보다는

눈물로 기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점자시집을 읽으며 잠 못 드는 밤

별들이 내려와 환하게 손가락으로 시집을 읽는다

시들이 손가락에 매달려 눈물을 흘린다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시집을 적신다

그래, 그래

나는 이제 희망을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잔인한 희망의 미소도 더 이상 증오하지 않기로 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오직 고통의 방법일지라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말라고

희망에게 쓰는 편지도 이제 그만 쓰기로 한다

사랑은 날마다 나무에 물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젊은 별빛들이 내 손가락 끝에서

환하게 점자시집을 읽는 밤


출처 : 시집 『밥값』(창비, 2010)
정지민   14-05-08 12:56
    
저의 탄성이 들리시나요?  이건 뭐 와아 와아!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강의 후기입니다.
아니, 완벽한 '작품'이네요. 높은 교양을 암시하는 댓글들의 수준도 본문에 걸맞고요.
때론 밤보다 더한 한낮의 적요를 등에 업은 채, 부려놓으신 시 작품들을 음미합니다.
그리고 탄식합니다. 역시 시는 시인만 써야 하는구나, 라고 말입니다. 이쯤에서 얘기를
살짝 돌려봅니다. 진도 씻김굿 대목에서 기능 보유자인 박병천님이 떠오른 것입니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생전의 그 분 공연을 두어 번 봤었고, '구음 다스림'이라는 음악
시디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화지만 예전에 시댁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시어머님이 밉기라도 할라치면 꼭 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곤 했었어요. 왜냐면요,
박병천님의 소리가 하도 구슬프다보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셨거든요.
'시어머님 울리기'의 소도구로 쓰였던 이 낡은 시디를 지금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아무튼 정말 글맛나는 후기, 잘 읽고 갑니다. 가끔 보내주시는 카톡이 감사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언젠가 '불 끄고 보세요'라는 제목의 카톡은 잔뜩
엉큼한 걸 기대하고 열었다가 화려한 불꽃놀이 영상이어서 피식 웃었지만요.
시어머님께도 카톡영상에도 제가, 제가 나빴었지요.
5월. 만 가지 꽃들이 펴버려 숨지도 못한 채 연분홍치마 날리며 오늘도 또
봄날은 가네요.
오길순   14-05-08 15:33
    
아, 뉘신가 했더니...^^그대 지민님 무지 반가워요~~~

운동에 문학에 음악에...그대의 마음 닿지 않는 기슭은 어디인가요?
더러는 봄 밤 이울때 한 그릇 칼 국수에도 젓가락 장단이 나올 수 있는 신명으로
맹물도 부어라 마셔라 할 수 있는 우리들, 수필을 쓰는 사람들 아닐까요? ^^
아니 그대와 나 그리고 누구라고 해야 더 알맞을 것도 같고...^^

무릇 세상길이 순간마다 죽음과 대면하는 것도 같아서 그런 분들 미리 써놓는 글도 유행인 터에
언제 기능보유자 박병천 님의 씻김굿을 들어보면 한 세상 넋을 위안하는 가사마다 선율마다
우리네 마음인 양 공감하지 않을까요?

넋건지는 걸 보면 꼭 머리카락이 들려 나오던데,
이제금 생각하면 물 아래 남은 것은 모두 신체가 빼놓고간 것들,
삭아지는 것들, 다 물이 되고 그 중에 머리카락만 썩지 않고 살아남는 것 아닐까요?   

암튼 그대 오시니 꽃다발 하나 카톡으로 보내고 잪네요. 오늘같은 날은 더욱....
오신 김에 시 한 점 감상하시와요~~~글구 어버이날 효 많이 받으시고....^^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조동례


사랑노래 끝나기도 전에

이별노래 판치는 노래방에서

나는 사랑노래에도 아파서 울고

이별노래에도 아파서 울었다


 
걸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사랑과 이별이 차고 이우느라

상처는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 꽃이다

다가가도 아프고 다가와도 아픈 꽃



가만히 있는 너를 잘못 건드렸다 생아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어둠을 배경으로 별이 뜨고

별을 배경으로 달은 살아 있더라


출처 : 시집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삶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