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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 ‘비창’    
글쓴이 : 조선근    14-04-22 17:33    조회 : 5,083

 

Tchaikovsky, Symphony No.6 ‘Path?tique'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B단조 Op.74 ‘비창’

초연 직후 차이콥스키의 동생 모데스트가‘파테티체스키’, 러시아어로 ‘비창’이 어떠냐고 해 표제로 붙였답니다. 차이콥스키의 비관적 인생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교향곡 6번 ‘비창’은 차이콥스키가 지상에서 보낸 마지막 해에 작곡됐습니다. 절망의 심연을 더듬는 듯, 절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곡입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레퀴엠’을 인용하고 있는 1악장은 물론이거니와, 느리고 우울하게 소멸하는 4악장도 절망의 극치를 보여주는 피날레입니다. 한 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삶과 죽음, 그것이야말로 ‘비창’이 묘사하고 있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말하자면 차이콥스키의 비관적 인생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교향곡입니다.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을 사랑하는 조카 다비도프에게 헌정하지요. 이 조카도 삼촌이 세상을 떠나고 13년 뒤에 자살로 생을 마칩니다. 초연은 같은 해 10월 28일,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음악협회 연주회에서 직접 지휘해 이뤄집니다. 그리고 9일 뒤에 차이콥스키는 의문의 죽음을 맞지요. 애초에 발표된 사인은 콜레라였습니다.

하지만 1978년 클린 시의 차이콥스키 박물관에서 일하던 소련 음악학자 오를로바가 차이콥스키의 죽음은 비소 중독에 따른 자살이라고 발표합니다.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가 한 귀족의 손자와 연인 관계로 지냈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귀족이 차이콥스키의 ‘죄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투서를 썼다는 것이지요. 그 투서를 전달받은 사람이 다름 아닌 차이콥스키의 법률학교 동창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법률학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동창들을 소집해 비밀법정을 열었고, 그 결정에 따라 차이콥스키가 자살하도록 압박했다는 것입니다.

교향곡 6번 ‘비창’은 그 자체의 비극성뿐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실제 죽음과 결부되면서 ‘마지막 비극’이라는 신화성을 한층 키운 것이 사실입니다. 차이콥스키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이 곡을 작곡하지는 않았겠지만 차이콥스키가 느꼈을 절망이 짙게 드리워져 이곡을 듣는 모든 사람이 비감함을 느끼게 됩니다.

Evgeny Mravinsky/Leningrad PO - Tchaikovsky, Symphony No.6 Op.74 ‘Path?tique'

Evgeny Mravinsky, conductor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추천음반>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60, DG. 50년이 넘은 녹음이지만 언제 들어도 좋다. 호쾌하고 섬세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악단의 호응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는 명연이다. 구소련이라는 정치ㆍ사회적 배경 속에서나 가능했던 연주이니, 이제는 ‘역사적 녹음’이라고 규정해도 될 성싶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연주한 음반들은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이 한 장의 음반’을 꼽는다면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의 이 연주야말로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윤효진   14-04-22 18:43
    
선생님  ^^;;
잘 감상했습니다. 저는 왠지 이런 색갈의 음악을 좋아해요. 오늘은 더욱 마음속에 다가 오는 군요.
부활절기념 계란은 두개나 가져와서 막내와 나누어 먹었어요.  ..^^
선생님의 세심하고 넉넉하신 마음까지 먹었더니 금새 훈훈하고 따듯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봄날 같으시길요~~~
조선근   14-04-23 15:57
    
온 국민이 무력감을 느끼는 요즘 서로에게 힘이 될 한 마디는 "사랑한다"는 말일겁니다. 한 번 만난 적 없는 누군가를 향해서도 읊조립니다. "아직 만난 적 없지만 당신을 사랑해요,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요. 아무쪼록 당신이 살아있기를 바래요."
임정희   14-04-23 20:02
    
조선근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전 슬플 땐 슬픈 음악을 듣는데요, 오늘은 힘드네요.

구조 대신 수색이란 단어가 더 많이 보여요.
더 많은 소중한 생명을 구조할 수 있었는데... .
김형자   14-04-24 12:05
    
차이콥스키의 어두웠던 당시의 상황이 느껴질만큼 비장감이 짙은 곡이지만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슬픔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지기도하구요..
오늘의 우리들의  이 아픔들도
부디, 오래도록 잊지 말고 극복할 수 있기를 ..
선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