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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보시입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주는 것    
글쓴이 : 한지황    15-01-05 19:22    조회 : 3,811

 

 

떠나서야 들리는 말 /공광규

 

가문 봄 개심사 연못 바닥이

갑골문으로 쩍쩍 갈라지고 있었지

 

더듬더듬 문장을 읽어가다가 수련 잎 그늘 아래

올챙이들이 주둥이를 처박고 발버둥치고 있었지

 

흙탕물에 대가리를 처박고 사생결단으로

도시 노동자처럼 옆에 있는 동료들을 밀어내고 있었지

 

나는 연못 위에 걸친 외나무다리를 건너 법당 쪽으로 가다가

생수병에 남은 물을 부어주었는데

 

지쳤던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입을 뻐끔대며

뭐라고 뭐라고 말을 걸어오는 올챙이들

 

연못을 떠나와서야 나는 그 말을 알아들었지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나의 갈수기에 생수를 부어준 당신도

나를 떠나서야 내 말을 알아듣겠지, 고마워!

 

올챙이에게도 생의 처절한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개심사 연못에 봄이 가문 한 때,

몇 줌 흙탕물에 모여 서로를 밀어내며 몸부림치는 올챙이들.

시인은 법당 쪽으로 가다가 마시다 남은 생수를 부어주었습니다.

이 작은 보시에도 올챙이들은 꼬리를 흔들면서 파닥거렸을 것입니다.

시인에게 뭐라고뭐라고 말을 걸어왔을 것입니다.

제 갈 길이 바빴던 시인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요.

깨달음은 세월이 지나서야 그렇게 늦게 찾아옵니다.

그리고 시인은 이어 또 한 순간을 새깁니다.

누군가도 나 때문에 고마워했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너무 힘이 들 때 아주 작은 도움이 큰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죽어가던 삶이 소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시입니다. 조금만 더 신경 써주는 것.

 

 

기쁨 /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허공에도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난초가 허휘어지자 허공도 따라서 휘어집니다.

세상 사물의 배경이 되어줌으로써 그 존재가 빛나는 허공에

등을 기대는 난의 여유로운 조화...

빈 허공에 서로 등 기대고 섰지만 질서의 아름다운 조화가 있습니다.

심미적이고 형이상학적 접근입니다.

시인은 난을 진정한 인간미가 철철 넘쳐흐르는

지사적인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기쁨과 슬픔을 안으로 채우면서 무심히 살아가는 삶입니다.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고 천천히 기다릴 줄 아는 삶입니다.

 

문법에는 어긋나지만 문장 맥락상 효과를 주기 위해 용인되는 <시적 허용>이 있습니다.

산을 내려왔다는 원래 산에서 내려왔다라고 써야 하지만 시적 허용에 해당됩니다.

 

문장을 스타카토처럼 짧게 써야 문법에 틀리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게 합니다.

만연체는 이문열 작가나 쓸 수 있습니다.

 

수필은 논리학이 아니지만 <논점이탈의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오류를 수없이 합니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계산하고 써야 합니다.

일관성 즉 통일성 있게 써야 합니다.

퇴고할 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논점이탈의 문장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대부분 애써서 쓴 문장이 너무 아까워 붙잡으려고 하지요.

시저의 글이 명문장인 까닭은 군더더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간결함, 명석함, 세련된 우아함이 시저의 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이것을 화두로 삼아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싹싹 버려야겠습니다.

 

강화에서 오시는 한명숙샘이 따끈한 보리찐빵을 사오셨어요.

매번 사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는데 마침 막 찐 찐빵을 만날 수 있었다네요.

덕분에 맛있게 먹고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최영자샘은 달콤한 도넛을 간식으로 준비해 주셔서 빵데이가 되었지요.

새해 첫 수업은 지난해와 다름없이 재미있게 지나갔습니다.

삼 주 만에 독서모임을 하니 얼마나 오랜만에 하는 것 같던지요.

이제 다시 열심히 바퀴를 굴려야지요.

토지 12권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네요.

 


진미경   15-01-05 23:26
    
2015년 첫 수업이었습니다.
멋진 시 2편으로 깨달음을 , 외롭지않음을 배웠습니다.
매주 시를 읽으니 기쁨이 배가됩니다. 일급시인들은  산문에 능하다고...그 이유는
스포츠의 달리기처럼 글쓰기의 기본이 다름아닌 시라는 사실 !
2015년에도 시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고 싶어요.
상어는 죽는 순간까지 헤엄을 멈추지않아요. 멈추는 순간 호흡이 끊긴다고합니다.
바다속을 유영하는 상어의 숙명이 내심 부럽기만 합니다.
반장님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지황   15-01-06 10:39
    
청양해  을미년도 시작하자마자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네요.
죽는 순간까지  헤엄을 멈추지 않는다는 상어는 현대인의  모습이기도 한 것 같아요.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향하여 어떻게 달려가는지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우리가 함께 가는 이 길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길이라는 믿음만은 확실합니다.
날이 또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미경샘!
박래순   15-01-06 21:02
    
시는 모든 문학의 기본이라 하셨지요. 스포츠로 말하자면 달리기라 말할 수 있고요.
매 주, 시와 곁들여 먹는 수필 요리시간에 푹 빠져가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시의 씨앗을 얻는 것과 그 씨앗이 좋은 시어를 만나 연과 행을 만들어 낼 때
내 상상력은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키는 것 아닌가 해요.
여태 옳은 시 한 편 써보지 못하면서 마음만 그럴 듯하네요.
요즘 수업 중간마다 좋은 시를 읽으며 비유를 들어주시고
수필에 잘 적용해 보라는 교수님 강의에 감동을 하곤 하거든요.
독토 모임도 활기차게 무르익어가고 수업진행도 숨돌릴 여가 없이
후끈 달아오른 교실 분위기를 보면 흐뭇하기 그지없어요.
이 모두가 반을 이끌어가는 지황 반장님의 리더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릅니다.
 뒤에서 이탈없이 따르는 우리 님들 중용의 태도도 존경스럽고요.
새해에도 부디 건강하시고 이 속도로 계속 달려가기요. 수고하셨습니다.
     
한지황   15-01-06 23:44
    
시를 통해 배우는 것이 참 많지요.
어느새 시를 읽는 것이 전보다 수월해졌음을 느낍니다.
서서히 시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나봐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맛본 시들이 우리의 마음  속에 스며들어 단단했던 정서를 말랑말랑하게 해준듯 해요.
시와 다를 게 없는 수필공부도 덕분에 많이 하고 있고요.
새해에도  씨앗들로 멋진 글 많이 쓰세요. 래순샘!
최영자   15-01-06 21:34
    
새해 첫 수업 출발이 아주 좋았습니다.
 스승님의 열광 팬이 잠시 수업에 참여도 하고,  먹거리도  풍성하고 ,  목에 두른 연보라 머풀러가  스승님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휘어진 이파리가 허공에 몸을 기대 듯 ,
 우리일산반도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 보듬어주며
 우리 사이에도  다른 반이 모르는 기쁨의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ㅎㅎ
     
한지황   15-01-07 07:52
    
영자샘의 우리 사이에 흐르는 기쁨의 강이라는표현이 기가 막히는군요.
그 강 덕분에 우리는 매주 월요일이 기다려지나 봐요.
앞으로도 강은 유유자적 흐르겠지요.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강!
우리들이 가꾸어 가야 할 강입니다.
오늘 아침도  추위가 대단해요. 새해 첫달이 동장군과 함께 가고 있네요.
공인영   15-01-06 22:04
    
전 스승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배움의 열정으로 뜨거운
벗들에게 오히려 더 자주 감동합니다.
새해 첫수업이 알차고 배불러 앞자리마다 가득 놓아주신 간식은
채 먹지도 못하고 싸갈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그리고 칭찬들이 맞물리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폭발적으로 내는 듯합니다.^__^
살짝 겁이 납니다.
이 사랑과 우정의 규모가 커져 우주로 확대될까봐 말이지요...
일산반은 이제 기름칠 잘 된 수레가 굴러가듯 거침없이 달리고 있으니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즐기는 시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동안 반장님과 총무님이 열심히 이끌어주시고
벗들이 기꺼이 동참해주시니... 마땅한 결과임에 새삼 감사합니다.
새해가 밝았으니 조금 더 높고 큰 이상과 지향도 담아가며
문학의 힘이 나와 우리뿐아니라 이웃과 주변에도 행복한 무엇으로 전염되도록
멀티우먼들로서의 역할도 다해보자구요~~~~~~  다들, 되시잖아요 그쯤은!!
파이팅!
     
한지황   15-01-07 08:00
    
스승님의 소탈하고 솔직한 성품
덕분에 우리는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영샘 말씀대로 우리만의 행복을 넘어서 주변에도 관심과 사랑의 눈길을돌릴  여유를 가져야겠어요.
언제나  따스함을 잃지않는 인영샘은역시 누구를 보듬을 준비가 되어있나봐요. 같이 궁리해 보기로 해요!
공인영   15-01-06 22:16
    
...............
    당신, 힘들면 기대세요. 제가 받쳐드릴께요
    단, 허리살은 살짝 빼고 기대시는 걸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