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독자한테 들어가지 말고 독자에게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글쓴이 : 박유향    14-12-22 21:05    조회 : 3,932

눈이 폴폴 내리는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빈자리가 유난히 많았지만 그래도 눈을 헤치고 빙판길을 달려 나오신 회원님들과 모시떡 나누어 먹으며 오손도손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합평글은 두편이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정리해봅니다.

<탱자나무가 있는 집> - 문경자

글감도 좋고 서정성도 있고 꼭 쓰고 싶었던 글이었을 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마치 꽃을 따서 채반에 뿌려놓은 듯합니다. 글이 되려면 꽃들을 엮어야 합니다. 전체가 하나의 장면을 형성하기 위해 엮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작가의 말로만 형성되어 전체가 형성이 덜된 것같습니다. 글을 자주 써서 해결해야 할 문제 입니다. 생각이 좋고 아름답기 때문에 이 글 속의 생각들을 버리지 말고 좀더 시간을 들여 정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에 사세요?> - 백춘기

좀 평범한 글입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수업시간의 글을 평가할 때 대체로 글이 어긋나지 않게 완성되었으면 "됐다"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이 한국산문에 실려도 되겠는가'? 라는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면 이 글의 경우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흔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하게 됩니다.

글은 대체로 흔한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면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흔한 이야기 안에도 작가의 독특한 생각이 들어 있으여 합니다. 글감 대상과 작가가 만나 그림자가 생기면 그것을 작가가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글이 독자에게 가서 닿으려면 나의 체험을 가지고 남의 체험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방식으로 빠져 나와야 합니다. 공감을 하게 하려면 작가가 독자한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경우 아파트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아파트를 멀리 두고 착상을 해보세요. 그래야 아파트에 대해서 쓸 때 나만 느끼는 것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는 사람이 아파트에 사는데 아랫층에서 이 집 아이들 발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불평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다음부터는 일층에서 살아야겠다고 했답니다. 일층의 여러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층에서 살겠다고 말한 것은 그 사람만의 말이 됩니다. 누구나 갖는 공동체험을 작가의 생각과 체험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작가의 말로 만들기 위해서는 '깨달음' '발견'이 있어야 합니다.

문장은 강한 표현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화를 내도 우아하게 냅시다(웃음).

(회원들 모두) 앞으로는 글을 어긋나지만 않게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도 좀더 비범하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쓰도록 노력합시다. 그래서 내년은 글의 수준을 한차원 높이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토마스 만의 <옷장>

짧은 글 속에 엄청난 이야기가 있는 글입니다. 옷에는 옷을 입은 사람의 영혼이 묻어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영혼을 처리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슬프게 썼습니다. 감정이 묻어있는 문장들입니다. 산문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오늘처럼 눈오는 날 창가에서 읽으면 집안에 못앉아 있고 나가게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테오도르 슈토롬의 <장미정원과 힌첼마이어>를 읽습니다.

**

수업후 식사는 모밀국수집에서 하였습니다. 제가 식사시간에 참석하지 못해 풍경을 전해드리지 못합니다. 참석하신분들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주에는 한국산문 12월호 수업합니다.

수업후에는 송년회를 할 예정입니다.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순례   14-12-22 23:16
    
동지여서 부처님전에 다녀오느라 정성스런 신자인척 ㅋㅋ 본의 아니게 소문을 내었습니다.
제 몫까지 애쓰신 울 박유향 총무님! 목동반의 폴폴 눈내리는 풍경화를 예쁘게 그리셨네요^^~
후기글 명품입니다! 앞으로 종종 쓰셔야겠어요 ㅎㅎ

성민선 교수님께서 2014년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자랑스런 동문으로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선정되신 턱으로 송년회 점심을 사신다고 합니다:)  혹시 수업에는  못나오셔도 식사자리엔 꼭 출석하시어 축하와 기쁨을 함께 나누시기 바랍니다^^
송년회 장소는 추후 공동 카 방 에 공지하겠습니다.

송하춘 교수님! 목동님들 한주 못뵈어 서운했습니다만
강추위에 건강하게 지내시구요 담주에 뵈어요^^
안정랑   14-12-23 06:28
    
유향총무님, 명품후기 쓰신 것 맞습니다.
후기를 읽으며 글을 많이 써야겠단 다짐을 했습니다만, 공수표가 되지 말아야할텐데...
반장님 부처님 전에 우리 월반 복 많이 빌고 오셨겠지요.^^
성민선교수님 자랑스런 동문으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기쁜 소식들 많이 들려와서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해피해피 뉴 이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춘기   14-12-23 10:58
    
교수님 말씀을 다시 정확하게 정리하여주신 총무님의 후기로
다시 공부하게 되네요. 모처럼 낸 글이 수필을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본보기 교재가 된 것 맞지요? ㅎㅎ
성민선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하늘에는 영광 , 땅에서는 평화.
목동님들께서도 평화가 가득하시길 빕니다
손동숙   14-12-23 11:43
    
유향총무님, 수고하셨어요
역시 울반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후기를 쓴 총무님까지 ^^

반장님 안계신 자리 허전했습니다.
저쪽 끝자리의 은희샘 빈자리도..
연말이라 너도나도 바쁜시간이지요.
저도 남은 한해 마무리 잘 해야겠어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감기조심, 미끄러운 길 조심하시고
월님들 건강하세요. ^^
김혜정   14-12-23 12:05
    
반장님도 은희쌤도 결석을 하셨군요.
아침내 낮게 내려앉은 하늘의 무게때문인지
침대위의 X-ray에서 쉽게 탈출을 못했답니다.

문경자쌤이 뿌려놓으신 꽃들은 어떤 꽃들이었나
토마스만의 옷장은 또 어떤 엄청난 매력을 가졌나
총무님의 수업후기를 읽으며 백춘기쌤의 평범한 일상까지 많이 궁굼합니다.

성민선선생님
년말에 큰 선물을 받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월반에서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음이 우리의 자랑입니다.
정말정말 축하드립니다.

울 월님들 즐거운 성탄 보내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 뵈어요.
김아라   14-12-23 13:11
    
회원님들의 글을 읽고 토마스만의 옷장도 들여다보며
강의실까지 가는 전철 안에서의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식당과 찻집에서 회원 십수 명이 모여 앉지만
결국 옆과 앞의 두세 사람들과 이야기할 뿐이란 사실에 줄기차게 둔감한,
테이블과 의자를 끌어당기는 무례하거나 의기로운 습관들도 나름 유쾌합니다.

이런 식으로 느낌이 좋은 목록을 만들어 보며 연말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아, 인터넷에서의 잊힐 권리를 잠시 접어두고
댓글창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재미도 첨부해야겠군요.
물론 강의 후기를 올려주는 정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요.
그래서 유향님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김영   14-12-23 22:40
    
유향총무님
이름만으로도 향기가 솔솔나는데 후기에서도 향기가 나풀거립니다.
한국산문에 총무콘테스트는 없나요~ 울 유향님 나가면 한국산문 진일 텐데요~^^

월요일 날씨까지 솔솔 겨울향기를 피우며 눈이 내렸지요.
송이송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글을 또독또독 칠까
아니면 미끄러운 눈길을 밟으며 교실로 갈까 생각했지만
몸은 10년 넘은 관성의 법칙으로 교실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이제는 수준 있는 향기 나는 글을 쓰라고 하셨지요.
그런 글을 쓰려면 고민도 우아하게 하고, 날씨도 따라주어야겠지요.
월요일 날씨는 겨울향기 가득하게 흰 눈이 나렸는데,
고민이 덜 익고, 조신하게 글 쓸 분위기를 잡지 못해 참으로 고민임다~^^

반장님, 총무님~ 다음 월요일 또 송년회를 한다고 하니 기대 만땅이어요.
벗님들~ 월요일만은 기쁘고 향기롭도록 애써다보면 나머지 날들도 그리 물들어
언젠가 불후의 명작이 손에 잡히겠지요~^0^
문경자   14-12-25 22:08
    
박유향총무님
잘 정리된 후기 알찬 내용 머리에 쏘~옥 들어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많은 자리가 비어있긴 했지만 강의실은 열강에 빠진 날이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에 동지까지 겹쳐서 그랬나 봅니다.
담주에 뵈요.
박유향   14-12-26 09:44
    
부족한 후기에 좋은 말씀 남겨주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니 이제 월반 송년회가 다가오네요
여러모로 포근하고 즐거운 계절입니다
회원님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욜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