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폴폴 내리는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빈자리가 유난히 많았지만 그래도 눈을 헤치고 빙판길을 달려 나오신 회원님들과 모시떡 나누어 먹으며 오손도손 수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합평글은 두편이었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정리해봅니다.
<탱자나무가 있는 집> - 문경자
글감도 좋고 서정성도 있고 꼭 쓰고 싶었던 글이었을 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정리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마치 꽃을 따서 채반에 뿌려놓은 듯합니다. 글이 되려면 꽃들을 엮어야 합니다. 전체가 하나의 장면을 형성하기 위해 엮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작가의 말로만 형성되어 전체가 형성이 덜된 것같습니다. 글을 자주 써서 해결해야 할 문제 입니다. 생각이 좋고 아름답기 때문에 이 글 속의 생각들을 버리지 말고 좀더 시간을 들여 정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에 사세요?> - 백춘기
좀 평범한 글입니다. 지금까지는 제가 수업시간의 글을 평가할 때 대체로 글이 어긋나지 않게 완성되었으면 "됐다"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이 한국산문에 실려도 되겠는가'? 라는 기준으로 심사를 한다면 이 글의 경우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흔한 이야기'라는 평가를 하게 됩니다.
글은 대체로 흔한 이야기를 쓰게 됩니다.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쓰면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흔한 이야기 안에도 작가의 독특한 생각이 들어 있으여 합니다. 글감 대상과 작가가 만나 그림자가 생기면 그것을 작가가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글이 독자에게 가서 닿으려면 나의 체험을 가지고 남의 체험 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방식으로 빠져 나와야 합니다. 공감을 하게 하려면 작가가 독자한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경우 아파트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아파트를 멀리 두고 착상을 해보세요. 그래야 아파트에 대해서 쓸 때 나만 느끼는 것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는 사람이 아파트에 사는데 아랫층에서 이 집 아이들 발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불평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은 다음부터는 일층에서 살아야겠다고 했답니다. 일층의 여러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층에서 살겠다고 말한 것은 그 사람만의 말이 됩니다. 누구나 갖는 공동체험을 작가의 생각과 체험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작가의 말로 만들기 위해서는 '깨달음' '발견'이 있어야 합니다.
문장은 강한 표현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화를 내도 우아하게 냅시다(웃음).
(회원들 모두) 앞으로는 글을 어긋나지만 않게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도 좀더 비범하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쓰도록 노력합시다. 그래서 내년은 글의 수준을 한차원 높이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토마스 만의 <옷장>
짧은 글 속에 엄청난 이야기가 있는 글입니다. 옷에는 옷을 입은 사람의 영혼이 묻어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영혼을 처리하는데 단순하게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슬프게 썼습니다. 감정이 묻어있는 문장들입니다. 산문으로 읽어도 좋습니다. 오늘처럼 눈오는 날 창가에서 읽으면 집안에 못앉아 있고 나가게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테오도르 슈토롬의 <장미정원과 힌첼마이어>를 읽습니다.
**
수업후 식사는 모밀국수집에서 하였습니다. 제가 식사시간에 참석하지 못해 풍경을 전해드리지 못합니다. 참석하신분들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주에는 한국산문 12월호 수업합니다.
수업후에는 송년회를 할 예정입니다.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