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기 원리는 곧 수필 쓰기의 원리가 됩니다.
첫 번째는 선경후정의 원리입니다.
중국에서 한시를 쓸 때 적용했던 구성법이지요.
기행문에서만 이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수필에도 이 원리를 적용하면 좋습니다.
선경은 사물 상태나 현상을 쓰는 것입니다.
후정은 사물에서 느끼고 배우고 교훈적인 것을 쓰는 것이고요.
오랜만에 시골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감자꽃을 따고 있습니다.
엄마는 그 예쁜 꽃을 왜 따는 걸까요?
감자꽃을 따야지만 땅 속의 알맹이가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엄마는 감자입니다.
본인도 예쁘게 꾸미고 싶지만 자식들 입히느라 늘 검소하게 사셨습니다.
은행열매는 고소하지만 그 껍질은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알맹이를 지키기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껍질은 바로 우리 어머니들입니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야생 열매가 점점 단단해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알맹이라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껍질인 엄마가 단단해지는 것이지요.
타자를 위한 삶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대나무는 바구니나 소쿠리의 재료가 되는 등 다용도로 쓰입니다.
집단서식을 하는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으며 평생 한 번만 꽃을 피우지요.
기장 이타적인 나무입니다.
퓨즈는 전기가 과부하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퓨즈가 죽지 않는다면 화재가 나지요.
집을 민족에 비유하면 민족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을 바쳐서 민족을 구하는 존재가 바로 퓨즈입니다.
민족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퓨즈나 대나무, 껍질과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플러그 -알2 / 정진규
이번 여름 전주 덕진공원 연못 가서 햇살들이 해의 살들이 이른 아침, 꼭 다문 연꽃 봉오리들마다에 플러그를 꽂고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이내 어둠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좀 지나 연못 하나 가득 등불들 흔들리고 끄집어낸 어둠의 감탕들을 실은 청소차들이 어디론가 바삐 달려갔다 뒷자리가 깨끗했다
나도 플러그 공장 하나 차리리라 마음먹었다 그대들의 몸에 그걸 꽂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좌르르르 빛의, 욕망의 코인들이 쏟아져나오는 슬롯머신! 햇빛기계! 플러그 공장을 독과점하리라 마음먹었다 플러그를 빼앗기고 모두 정전상태가 되어 있는 어둠들에게 나는 은빛 절정이 되리라 폭력을 쏘는 폭력! 폭력의 대부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뒷자리가 깨끗한!
아주 뚜렷하지는 않지만 1연은 선경, 2연은 후정에 해당됩니다.
햇살을 풀어서 해의 살이라고 표현한 언어유희(pun)가 재미있습니다.
해의 살들이 플러그를 꽂으면 연꽃이 피듯이
사랑을 만드는 플러그 공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폭력을 쏘는 폭력’에서 앞의 폭력은 나쁜 폭력이지만
뒤의 폭력은 어둠을 몰아내는 좋은 폭력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희망이나 소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의 원리 중 선경 후정의 원리 하면
여러 번 배웠던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과 <플러그>를 꼭 떠올리세요.
이 두 편의 시를 풀어서 쓰면 수필이 되듯이
우리도 이런 형식을 염두에 두고 쓰면 멋진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모형 열쇠의 문장입니다.
시를 쓸 때 중심 은유나 중심 이미지가 먼저 찾아옵니다.
바로 시의 씨앗인 이 주제 문장을 잘 가꾸어야 시가 됩니다.
모형열쇠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을
시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이미지나 비유를 통해서 표현을 하는 것이지요.
시적 진실 또는 주제인 모형열쇠문장은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은 달라야 합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시적 진실이 같습니다.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힘이 들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매 연마다 표현은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경화입니다.
풀꽃 / 박 용 래
홀린 듯 홀린 듯 사람들은
산으로 물구경 가고.
다리 밑은 지금 위험수위
탁류에 휘말려 뿌리 뽑힐라
교각(橋脚)의 풀꽃은 이제 필사적이다
사면(四面)에 물보라 치는 아우성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물구경 가고.
물난리가 나서 사람들은 물구경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사람들과 대조되는 것은
교각에 붙어서 사투를 하고 있는 풀꽃입니다.
풀꽃을 사람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시는 풀꽃에만 집중하여 전경화 법칙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경에서 출발하여 중심부를 집중적으로 비추는 영화의 클로즈업 같은 것이
글의 전경화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집중적으로 다룰 것을 키포인트로 살려서
그것만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한가지 소재만을 집중적으로 얘기해야 좋은 시, 수필이 됩니다.
네 번째는 서사적 구성입니다.
이야기시나 수필이지요.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dmfh 사연이 주가 됩니다.
전개적 구성은 순차적으로 쓰는 것으로 재미가 없지요.
전기문이나 평전에 사용되는 구성입니다.
역숭행은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것이고
피드백 구성은 현재에서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빠져 나오는 구성입니다.
백석의 <여승>이 대표적인 역순행 시로
1연은 현재를f 2,3,4 연은 과거를 나타냅니다.
끝으로 서경시는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여름날/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 냄새를 풍기고 있다
자기 감정을 해석하지 않고 봄 풍경을 그대로 그려 놓았습니다.
시골 아낙은 자연이고
버스는 문명입니다.
자연과 문명의 대립에서 자연이 이겼습니다.
시골에 사는 여자는 자연에 가깝기 때문에 건넜지만
도시녀였다면 문명에 물들어서 건너지 못했을 겁니다.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이 종강인줄 알고 있다가
11월 마지막 주가 종강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했고 반가웠습니다.
지난 가을 학기 동안 열강을 해주신 스승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역시 스승님의 수제자들답게 열심히 공부해 온 일산반 문우님들께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