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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쓰기 원리    
글쓴이 : 한지황    14-11-24 23:26    조회 : 5,013

시 쓰기 원리는 곧 수필 쓰기의 원리가 됩니다.

 

첫 번째는 선경후정의 원리입니다.

중국에서 한시를 쓸 때 적용했던 구성법이지요.

기행문에서만 이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수필에도 이 원리를 적용하면 좋습니다.

선경은 사물 상태나 현상을 쓰는 것입니다.

후정은 사물에서 느끼고 배우고 교훈적인 것을 쓰는 것이고요.

오랜만에 시골 친정에 갔더니 엄마가 감자꽃을 따고 있습니다.

엄마는 그 예쁜 꽃을 왜 따는 걸까요?

감자꽃을 따야지만 땅 속의 알맹이가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엄마는 감자입니다.

본인도 예쁘게 꾸미고 싶지만 자식들 입히느라 늘 검소하게 사셨습니다.

은행열매는 고소하지만 그 껍질은 지독한 냄새가 납니다.

알맹이를 지키기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껍질은 바로 우리 어머니들입니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기로운 흙가슴만 남고

.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야생 열매가 점점 단단해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알맹이라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껍질인 엄마가 단단해지는 것이지요.

타자를 위한 삶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대나무는 바구니나 소쿠리의 재료가 되는 등 다용도로 쓰입니다.

집단서식을 하는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으며 평생 한 번만 꽃을 피우지요.

기장 이타적인 나무입니다.

퓨즈는 전기가 과부하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퓨즈가 죽지 않는다면 화재가 나지요.

집을 민족에 비유하면 민족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자신을 바쳐서 민족을 구하는 존재가 바로 퓨즈입니다.

민족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퓨즈나 대나무, 껍질과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플러그 -2 / 정진규

이번 여름 전주 덕진공원 연못 가서 햇살들이 해의 살들이 이른 아침, 꼭 다문 연꽃 봉오리들마다에 플러그를 꽂고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이내 어둠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좀 지나 연못 하나 가득 등불들 흔들리고 끄집어낸 어둠의 감탕들을 실은 청소차들이 어디론가 바삐 달려갔다 뒷자리가 깨끗했다

 

나도 플러그 공장 하나 차리리라 마음먹었다 그대들의 몸에 그걸 꽂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좌르르르 빛의, 욕망의 코인들이 쏟아져나오는 슬롯머신! 햇빛기계! 플러그 공장을 독과점하리라 마음먹었다 플러그를 빼앗기고 모두 정전상태가 되어 있는 어둠들에게 나는 은빛 절정이 되리라 폭력을 쏘는 폭력! 폭력의 대부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뒷자리가 깨끗한!

 

아주 뚜렷하지는 않지만 1연은 선경, 2연은 후정에 해당됩니다.

햇살을 풀어서 해의 살이라고 표현한 언어유희(pun)가 재미있습니다.

해의 살들이 플러그를 꽂으면 연꽃이 피듯이

사랑을 만드는 플러그 공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폭력을 쏘는 폭력에서 앞의 폭력은 나쁜 폭력이지만

뒤의 폭력은 어둠을 몰아내는 좋은 폭력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희망이나 소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시의 원리 중 선경 후정의 원리 하면

여러 번 배웠던 <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플러그>를 꼭 떠올리세요.

이 두 편의 시를 풀어서 쓰면 수필이 되듯이

우리도 이런 형식을 염두에 두고 쓰면 멋진 수필을 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모형 열쇠의 문장입니다.

시를 쓸 때 중심 은유나 중심 이미지가 먼저 찾아옵니다.

바로 시의 씨앗인 이 주제 문장을 잘 가꾸어야 시가 됩니다.

모형열쇠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을

시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이미지나 비유를 통해서 표현을 하는 것이지요.

시적 진실 또는 주제인 모형열쇠문장은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은 달라야 합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는 시적 진실이 같습니다.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힘이 들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매 연마다 표현은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전경화입니다.

 

풀꽃 / 박 용 래

 

홀린 듯 홀린 듯 사람들은

산으로 물구경 가고.

다리 밑은 지금 위험수위

탁류에 휘말려 뿌리 뽑힐라

교각(橋脚)의 풀꽃은 이제 필사적이다

사면(四面)에 물보라 치는 아우성

사람들은 어슬렁어슬렁 물구경 가고.

 

물난리가 나서 사람들은 물구경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사람들과 대조되는 것은

교각에 붙어서 사투를 하고 있는 풀꽃입니다.

풀꽃을 사람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 시는 풀꽃에만 집중하여 전경화 법칙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경에서 출발하여 중심부를 집중적으로 비추는 영화의 클로즈업 같은 것이

글의 전경화입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집중적으로 다룰 것을 키포인트로 살려서

그것만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한가지 소재만을 집중적으로 얘기해야 좋은 시, 수필이 됩니다.

 

네 번째는 서사적 구성입니다.

이야기시나 수필이지요.

사람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dmfh 사연이 주가 됩니다.

전개적 구성은 순차적으로 쓰는 것으로 재미가 없지요.

전기문이나 평전에 사용되는 구성입니다.

역숭행은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것이고

피드백 구성은 현재에서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빠져 나오는 구성입니다.

백석의 <여승>이 대표적인 역순행 시로

1연은 현재를f  2,3,4 연은 과거를 나타냅니다.

 

끝으로 서경시는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여름날/신경림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 냄새를 풍기고 있다

 

자기 감정을 해석하지 않고 봄 풍경을 그대로 그려 놓았습니다.

시골 아낙은 자연이고

버스는 문명입니다.

자연과 문명의 대립에서 자연이 이겼습니다.

시골에 사는 여자는 자연에 가깝기 때문에 건넜지만

도시녀였다면 문명에 물들어서 건너지 못했을 겁니다.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이 종강인줄 알고 있다가

11월 마지막 주가 종강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했고 반가웠습니다.

지난 가을 학기 동안 열강을 해주신 스승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역시 스승님의 수제자들답게 열심히 공부해 온 일산반 문우님들께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진미경   14-11-25 18:50
    
강의내용이 고스란히 후기에 담겼습니다. 반장님의 수고로 인해 우리는 알찬 복습을 하니 화요일에 덤으로 선물을
받는 기분입니다. 생활수필을 쓰는 원리는 시쓰기와 다르지 않다. 예전에 배웠는데 왜 새롭게 들리는지? 아마도
시를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나의 주제를 놓고 배운대로 시와 수필을 써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머뭅니다.
대나무가 집단서식을 하며 나이테가 없으며 일생에 한번 꽃을 피운다!
참으로 이타적인 나무라고 가르쳐주는 스승님의 말씀이 신선했구요.
감자꽃이 흰색과 자주색이 있다! 한번도 감자꽃을 보지 못했기에
보게되면 유심히 보겠노라고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납니다.
     
한지황   14-11-25 23:23
    
항상 후기로 복습을 한다고 감사의 말씀을 잊지 않으시는 미경샘의 정성에 힘이 납니다.
저 또한 후기를 쓰면서 정리를 하다보니 많은 공부가 되고 있어요.
저도 도시녀라서 감자꽃을 본 적이  없어요.
관심도 없었지요.
게다가 꽃을 일부러 따야 한다는 사실은 참 신기하더군요.
하늘의 섭리가 저절로 식물이 자라게끔 해주는 줄 알았는데
꽃을 따야만 알맹이가 잘 자란다니...
그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일까요?
수필 공부는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관심을 갖게 해주는 공부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이런 행운을 누리고 사는 우리가 참 복이 많구나 하고 감탄해 봅니다.
최영자   14-11-26 00:03
    
반장님.  후기 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승님이 전경화를 설명하시면서 예를 든 박용래의 <풀꽃> 중
 
  탁류에 휘말려 뿌리 뽑힐라
 교각(橋脚)의 풀꽃은 이제 필사적이다

위 부분을 읽으면서 어렸을적 시골에서의  장마철 물난리에 구경 갔던 일을 떠 올렸습니다.
다리 난간 바로 밑까지 넘실 대며 흘러내리던 흙탕물에  나무가지와  살림도구들이 둥둥 떠내려갔던 일들이.
 
 물난리 속에서도 교각에서 사투를 벌이는 작은 풀뿌리에 애정을 가지고 바라 본 시인의 감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필도 마찬가지겠지만 남과 다른 생각과 시야로 사물을 바라보고  주제를 이끌어내는 에너지가 부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결석한 벗들이 있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젠 김장도 마무리되고 단풍 놀이도 끝나가는 시기인것 같네요.
담 주에는 모두 얼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한지황   14-11-26 06:32
    
그렇죠? 누군가  다른 생각과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틀린게 아닌  다르다는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많은 분열과 갈등이 해결될 수 있겠지요.
문학을 배우고 써보는 우리들이 얻을 수 있는 장점 하나를 깨달은  것 같아 신이 나네요.
11월이 단 오일 남았어요.
아직도 안간힘을 쓰며 나무에 매달려있는 단풍들을 쳐다보며 가을과 서서히 작별을 해야겠어요.
영자샘도 김장 후의 평화를 만끽하세요.
박래순   14-11-26 13:38
    
"남과 달라야 다른 글이 나온다. 추상적 진술을 먼저 작성해 놓고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시나 수필에서 '전경화법칙'으로 한 가지에만 집중해라."
수업 때마다 듣고 또 들어왔던 강의지요.
그러나 또 들어도 다시 새로워지네요.
알고 있는 상식일지라도 또 배우고 가는 학생의 마음은 즐겁기만 합니다.
부지런한 반장님 열심히 후기 써놓고 강릉가시느라 바쁘셨네요.
즐거운 여행 되셔요~~~
     
한지황   14-11-26 22:29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시는 래순새의 모습이 참 행복해보입니다.
배우고 또 배우니 어찌 즐겁지 않겠느냐는 공자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그 배움의 열기를 같이 하는 문우들이 있어 즐거움은 배가되니 두루두루고마울  따름입니다.
공인영   14-11-27 14:07
    
그  '씨앗' 이 가끔씩 불쑥 제 품에 뛰어들어 안기기도 하지만 정작,
그것들을 심고 잘 가꾸는 시간의 부족으로 대개는 떡잎 정도에서 자주
끝나곤 하니, 그 씨앗으로 꽃을 피우고 나무 한그루로 성장시키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지 사무치게^^ 배우고 또 배웁니다.
시론을 배우는 날은 우리들 모두 시심으로 벅차오르고 또 겸손해지지요.
인생의 희로애락을 단 몇 마디 언어를 통해 온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니까요.
기쁨이 아닐 수 없고... 그래서 절실한 시간들이 되지 않을 수 없네요.
반장님 후기는 늘.... 좋아.^___^
지금도 시간을 쪼개 알차게 보내고 계실 반장님, 
마지막 수업을 끝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총무님과 함께 수고 많으셨어요.
새 학기에도 변함없는 그 열정과 도모로
우리 반원들 한 분 한 분의 발전을 물론, 일산반의 화기애애가 더욱 애~애~애 되도록
함께 해보자구요.
남은 며칠 알차게 채워보내시고 모두들 새학기에 더 팽팽해진 얼굴로, 마음으로
뵙기로 해요.  독토도 열심히 가는 겁니다.  굿럭!!
     
한지황   14-11-28 10:12
    
모처럼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네요.
거리는 우산을 쓴 행인들로 가득 찼어요.
이제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은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가버리는 걸까요?
11월이 이틀 밖에 안 남았으니 그럴 때도 되었지만..
인영샘은 밀키와 비 구경을 하고 있나요?
이제 남은 한 달은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를 해야겠어요.
그 소중한 시간  동안 식구 외에 젤 자주 만나고 정을 나누었던 문우님들의비중이 엄청 크다는 것에 감사해요.
조동진의 가을비가 떠오르네요.
슬픈 가락이지만 아름다운 선율이라 여기며 비오는 금요일을 보내렵니다.
정정미   14-11-27 19:23
    
감사합니다. 11월  마지막 주  시론공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났습니다.
이제 시라면 어렴풋이나마  이런 것이구나라고
맛이라도 알수있게 된데는 스승님 강의 플러스
반장님 후기 덕분 아닐까요.
비스켓도 한 박스나 가져 오셔셔 담주 간식까지 충분할 정도였지요.
통크신  반장님 감사!^^
인영샘도 감사^^ 래순샘! 영자샘! 미경샘! 감사합니다^^
제 옆자리 인해영샘! 라인옥샘! 김선희샘! 감사^^
우리반 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11월 마무리 잘하시길요.....
윤한나샘이 등단 하셨는데 제가 소감을?? ㅋㅋ
박인화샘!  빨리 회복 되셔셔 전보다 더 짱짱하게 나으시길  바랍니다.^^
한지황   14-11-28 21:50
    
온종일 내리던 비가 드디어 긴잠을 자러 갔나 봅니다. 
정미샘은 비오는 금요일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밖이 훤히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 참 좋았을 텐데 짜여진 일정때문에 여의치 않았네요.
다음 이렇게 비오는 날엔 번개모임이라도 꼭 해서 같이 비를 쳐다보며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한 주도 안쉬고  새 학기를 맞이해서 실감이 덜 나지만 그래도  새로운 기분으로 만나요.
어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지 기대가되어요.
초엽샘도 얼른  나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