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반 오늘.
오늘은 가을학기 종강날입니다.
이정선님이 간식으로 예뻐서 먹기도 아까운 화과자를 한 아름 가져오셨습니다.
어여쁜 이정선님이 마음이 담겨 특별히 더 맛있었답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아프신 분과 바쁘신 분들로 자리가 조금 허전했지만 즐거운 소식도 있었지요.
안명자님은 수술후 퇴원하셨다고 합니다. 병문안 가셨던 오윤정님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나 활기차셨다고 합니다. 겨울학기 등록도 해달라고 하셨다네요. 당장은 못나오더라도 곧 나오시겠다는 마음이랍니다. 우리 모두 마음을 다해 기도했는데... 언능 교실에서 뵐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답니다. 오늘 조병옥님이 가신다고 하니 댓글에 꼭 근황 알려주세요.
저희반 이원예님이 ‘정조대왕 문화 콘텐츠 수필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셔서 축하의 박수를 받았답니다. 저희 교실에서 합평했던 작품인 <풋감>이라는 글로 받았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교수님은 이렇게 계속 써야한다고 덕담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 수업 시작합니다.
황경원님의 <가만가만, 그는 아직 변태 중>
드디어 아픈 이야기를 풀어 놓으신 황경원님. 이 글은 30살 큰아들이 원인불명의 척수 출혈로 쓰러져 전신마비가 된 이야기입니다. 3개월 후에야 간신히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재활병원에 입원중이시지요. 휠체어 탄 아들과의 첫 외출, 병원에서의 특별한 일, 재활에 성공 사례자 강연장 이야기. 그리고 몰랐던 세상과의 조우가 담긴 가슴 찡한 이야기입니다.(저는 가만히 황경원님을 안아 드렸답니다)
송교수님의 평
아픈 사연을 드디어 털어놓으셨습니다. 이왕 이렇게 썼으니 앞으로 이쪽으로 계속 써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압축해서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편으로 완성된 글을 만들지 말고 여러 편으로 나눠서 써 보세요. 소재는 엄숙하고 무겁지만 글은 밝고 화사하게 쓰면 좋겠습니다. 미학이나 감동을 담아서 잘 쓰려는 욕심은 줄이고 사실대로 털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제목도 편마다 달리 새롭게 써보시길 권합니다. 한 줄에 실린 의미를 한 편의 글로 만들어 보세요.
임옥진님의 <굴러온 돌>
작가는 지인에게 난모양의 작은 화초 한 뿌리를 받아옵니다. 아파트 뒤뜰 흙을 담아 화분에 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다른 나무가 그 곳에 뿌리를 내리며 자랍니다. 결국 난은 시들고 새로이 자란 그 나무만 자리를 잡습니다. 마치 뻐꾸기처럼. 그 나무가 붉나무였다고 하네요. 가을이면 단풍잎보다 고운 색으로 붉게 물드는 나무를 애지중지 키우게 된 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끝으로 갈수록 좋은 글감입니다. 마지막이 특히 잘 써졌습니다. 시작 부분이 서둘러 써서 조금 서툴게 느껴집니다. 노련한 문장으로 꾸려야합니다. 너무 사실적 문장들은 줄이고 작가의 감정이 적당히 대입되어야합니다. 자상하게 쓰려고 하며 문장이 껄끄러워집니다. 좋은 설명이 아닌 글은 줄이고 간결성은 살리면 좋겠습니다. 제목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노정애의 <특별한 밥상>
이글은 평소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평범한 식사가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나서는 특별해진 이야기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좋습니다. 앞부분의 평범한 식사이야기에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는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작가의 생각을 너무 쏟아서 읽기가 어려웠습니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고쳐보세요. 나머지 내용은 잘 되었습니다.
강수화님의 <미국일기-3>
차가 없어 불편한 미국생활입니다. 눈치 보면 얻어 타고, 싱글인 일본 친구에게 부탁해서 얻어 타고, 임신을 해서 차는 더 절실히 필요하게 됩니다. 저렴하면서도 좋은 중고차를 사기위해 노력하는 남편. 그리고 언어 때문에 미친놈 취급까지 당합니다.
송교수님의 평
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래 써야 하는 글의 등뼈에 올라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는듯한 글이 되었습니다. (이 말씀에 강수화님은 워밍업중이라는 말을 했답니다)
이렇게 수업이 마무리 되고 <한국산문> 11월호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좋은 글들이 많고 눈길 가는 글들도 많았다고 하십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도 말씀해 주시고 유난히 긴 글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수필이 이렇게 길어야 하나? 재치와 감각이 살아 있으면 되지’이렇게 하셨답니다. 파스칼의 <팡세> 서문을 인용하시면서 짧게 쓰는 것이 어렵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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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세에 나오는 한 부분.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를 박살내기 위해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가 없다. 한번 뿜은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그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귀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그리고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존엄성은 사유(思惟)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높여야 하는 것은 여기서 부터이지,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가 아니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 이것이 곧 도덕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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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파스칼의 말입니다. 존엄성이 사유로 이루어졌다는 말과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는 글.
어쩌면 우리도 올바른 사유를 위해 가을 속에서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존엄성이 한 뼘은 올랐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더불어 글벗들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 체온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격려하고 보듬으며 사랑을 나누었지요. 연약한 한 줄기 갈대지만 모여서 더욱더 강해진 우리들... 겨울학기에도 지금처럼만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점심을 먹고 행복한 덕담들을 주고받으며 이렇게 가을학기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