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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적 자기 감정의 소비를 쓰지 마세요    
글쓴이 : 한지황    14-11-10 19:36    조회 : 4,039

좋은 시나 수필은 인간과 세계 이해에 대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통찰과 생각의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즐거운 제사 / 박지웅

 

향이 반쯤 꺾이면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기리던 마음 모처럼 북쪽을 향해 서고

열린 시간 위에 우리들 일가는 선다

 

음력 구월 모일, 어느 땅 밑을 드나들던 바람

조금 열어둔 문으로 아버지 들어서신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뒤섞이면 이리 고운 향이 날까

그 향에 술잔을 돌리며 나는 또

맑은 것만큼 시린 것이 있겠는가 생각한다

 

어머니, 메 곁에 저분 매만지다 밀린 듯 일어나

탕을 갈아 오신다 촛불이 휜다 툭, 툭 튀기 시작한다

나는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삼색나물처럼 붙어 다니는

아이들 말석에 세운다. 유리창에 코 박고 들어가자

있다가자 들리는 선친의 순한 이웃들

 

한쪽 무릎 세우고 편히 앉아 계시니 멀리 산도 편하다

향이 반쯤 꺽이면 우리들 즐거운 제사가 시작된다

엎드려 눈감으면 몸에 꼭 맞는 이 낮고 포근한,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제삿날 풍경이 잘 그려져 있습니다.

촛불이 휜다삼색 나물처럼 붙어다니는이란 표현이 좋습니다.

섬세하면서도 격조있는 언어 걈각으로 눈길을 끌었고

감칠맛이 나는 문장, 마음이 스며있는 언어,

한 편의 묘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솜씨가 좋다는 심사평을 받았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스승님은 영화 <5일의 마중>을 칭찬하셨습니다.

이 영화는 기다림은 무엇일까? 부부란? 가족이란?’ 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래서 좋은 영화입니다.

거창하지 않고 미세하고 보잘 것 없어도 계기를 주었기에 오랫동안 여운을 주지요.

앞에서 말했듯이 좋은 글과 다르지 않습니다.

일시적 자기 감정의 소비를 쓰면 안 됩니다.

그런 글은 일기에 불과하니까요.

자기 구원의 명목이 다가 아닙니다.

독자들에게도 생각의 계기를 주어야 합니다.

 

 관계 혹은 사랑 / 이재무

 못 박는다 벽은 한사코, 들어오는

 막무가내의 순애보 밀어내고 튕겨낸다

 그러나 망치 잡은 두툼한 손의 고집

  벽은 끝내 막을 수 없다

  일자무식하게 꽝꽝 박을 때마다 진저리치는

   , 아주 인색하게 몸 열어 관계 받아들인다

   단단한 살 헤집어 가까스로 뿔내린 자의

   저 단호하고 득의에 찬 표정을 보라

   벽은 못 품고 살아간다

   들어올 때 아퍼서 울던 울음 뒤

   생긴 상처 아물면서

   못은 비로소 벽의 일부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주 먼 훗날 못은 벽 떠날 날 올지 모른다

   그날의 벽은 이제 제 안에 깊숙이 박힌

   사랑 내주지 않으려 끙끙 앓으며

   또 한 번 검붉은 녹물의 설움 질질 짜낼 것이다



베니어판에 못을 박으면 쉽게 들어갑니다.

콘크리트 벽에는 못을 박기가 힘들지요.

쉽게 맺어지면 쉽게 헤어집니다.

어렵게 박힌 못은 벽이 쉽게 놓아주지 않지요.

연애시를 쓰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잘 쓰지 않으면 유치해지기 쉬우니까요.

 

.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에게 갇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의 뼈다귀에 애정의 파리 떼가 고이면

뼈다귀를 버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면 일시적으로 잊을 수 있으나

뼈다귀를 버리지 않는 한 파리 떼는 또 오니까요.

뼈다귀가 작으면 2~3년이 걸리고

크면 더 긴 시간이 걸리겠지요.

 

배를 밀며/ 장석남

 

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 넣고는

온 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뵈지도 않는 길을 부드럽게도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

잠시 머물다 가라앉고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아무 소리 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



배를 미는 행위를 통해 사랑을 떠나보낸 후의 슬픔과 미련을 노래한 시입니다.

아무리 밀어도 배는 떠나가지 않듯이

떠나가는 사랑을 잊으려 해도

이별의 슬픔에서 벗어나려 해도

마음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그리움에 대한 안타까움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지연샘만 빼고 전원이 다 출석해서

교실이 꽉 차고 즐거움도 그만큼 가득했습니다.

미경샘이 제주도 농장에서 직접 날아온 귤을 가져와

교실은 온통 귤 내음으로 가득했지요.

지연샘이 급작스런 결석으로 약속했던 경주 황남빵을 못 먹게 되자

눈치 빠른 인숙샘이 쉬는 시간에 맛난 빵을 사오셔서 다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스승님이 파이를 얼마나 맛나게 드시던지

파이 부스러기가 마구 떨어졌지만

순진한 아이가 간식을 먹는 장면이 떠올라 웃음이 났어요.

소박한 우리 일산반은 그래서 스승님과 호흡이 잘 맞나 봅니다.

아직 남아 있는 단풍들이 조금이라도 더 살다 가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11월입니다.

이제 두 번의 수업을 하고나면 가을 학기도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요.

남은 가을 학기 다 함께 보내길 소망합니다.

 

 


진미경   14-11-11 18:09
    
후기 잘 읽고 복습했습니다. 반장님 수고많으셨어요.
좋은 시는 인간과 세계의 이해에 대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일시적 감정의 소비를 위한 것보다는
타자와의 공감,정서의 연대가 우선되어야한다. 쓰여진 시를 독자가 읽었을 때의 느낌을 생각하며
창작하라고 배웠습니다. 무려 세시간이나 계속된 강의로 피곤하셨을텐데  어제도 알찬 수업이었어요.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람한테 갇히는 것이 사랑이다. 널리 회자되는 대표적인 연애시를 살펴보면서 사물의 관계에서
찾아낸 애증과 깨달음이 가슴에 와 닿더군요.
쉽게 얻은 사랑은 쉽게 사라지는 것을 우린 경험으로 아는 나이니까요.
쿨한 사랑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스승님께서 알려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애시가 실린 세 권의 시집이 궁금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읽어볼 요량입니다.
     
한지황   14-11-12 10:15
    
우등생 미경샘은 역시 강의내용을 잘?이해하고 기억하고 있네요.
이런 열성적인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스승님이 신나하시는 것은 당연지사이겠지요.
순수한 스승님의 아낌없이 베푸시는 강의 덕에  우리는 늘 배가 부릅니다.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긴 하지만요.ㅎㅎ
정정미   14-11-11 20:28
    
선운사에서

                                   
                                최 영 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반장님 올려주신 후기 잘읽었습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곰곰히  생각해 보고
(친절한 반장님 설명을 읽는 것)
좋은 수필 좋은 시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이해를 얻었습니다
수업 시간마다  머리속과  배속이 채워지고,
빵빵하게 달아오른 심장이 행복하다고 카톡방을
시끄럽게 했던 어제도 월요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에게 갇히는 것이라고......
갇히고싶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갇혀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지닌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생각 ㅎㅎ
     
한지황   14-11-12 10:20
    
갇혀도 빠져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좋은 사람?
영원히 그 사람 속에서 머물고 싶다?
와! 대단한 사랑이군요.ㅎ
정미샘이야 말로 연애시를 써야하는 것 아닌지요?
기대할께요.ㅎㅎ
최영자   14-11-11 22:59
    
반장님 후기로 복습  잘 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았는데 후기를 보며 새로울 때가 있습니다.

아마 눈은 선생님을 바라보고 머리는 딴 생각을 하나봅니다.

뼈다귀와 파리떼의 이야기는 왜 이리 생소한지. 에구 ~

이해를 하고 댓글을 다는 미경샘과 정미샘이 부럽네요.

담주 부터는 눈과 머리 스승님께 집중해야 되겠습니다.

그래도 월요일이 있어 즐겁습니다.
     
한지황   14-11-12 10:27
    
영자샘이 정미샘의 재밌는 카톡 멘트에 잠시 강의를 놓쳤나 보네요.ㅎㅎ
신나게 웃는 영자샘 얼굴에 스승님이왜 웃냐고 하시고...
그 순간이 떠오르니 또 웃음이 나와요.ㅎㅎ
역시 정미총무님은 똑소리 나는 총무맞지요?
엉엉 우는 이모티에  경주빵을 냉동실에 넣어놨다 가져오라는 집요함?
ㅎㅎ 그 덕분에 한바탕 웃고
인숙샘께 빵도 얻어  먹고...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ㅎㅎ
공인영   14-11-11 23:02
    
가을,  그리움


                    나를 두고
                    하루 종일 당신을 생각하는 일은
                    아마도
                    눈부시게 푸른 가을 하늘 탓이겠습니다.

                    한 점 구름도 없는 깊은 거기엔
                    빈 배 띄우고 노를 저으며
                    홀로 가는 그대가 있습니다.

                    눈감아 붉어지는 내 눈가에
                    수시로 젖은 생각 매달리는 것은
                    정녕 가을이 깊어가기 때문이겠습니다.

                    가슴을 후비는 그리움처럼
                    그 그리움 채우는 먼먼 내달림처럼
                    나의 가을은 온통 당신이라는 이름의
                    깊은 바다로 투신합니다.



이 마음이, 일시적 자기 감정의 소비^^가 아니길 두 손 모으며
늘 따뜻한 둘레가 되어주는 일산반 벗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인연과 이 따뜻한 온기에 새삼 행복해지는 밤입니다.
반장님의 후기로 복습 마치고 미경샘과 정미샘의 화답에 미소 지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벗들이여  편안한 밤 되시구요,
못다한 아쉬움 있거들랑...... 꿈으로 오소서. ^____^
     
한지황   14-11-12 10:35
    
오! 이 연애시는 인영샘의 신작?
예사롭지 않은 시 한 편이옵니다.
꿈 속에 까지 우리를 부르시다니
인영샘의 벗들을 향한 사랑 또한 예사롭지 않사옵니다. ㅎㅎ
이런 지극한 사랑 덕에 일산반은 홀로가 아닌 다 함께 배움의 바다를 노저어 가는  중이 아니겠습니까?
공인영   14-11-11 23:17
    
앗, 영자샘이다.... ^_^
옆자리에 앉아 언니같이 바라봐주는 영자샘~~
어쩔 수 없슴다. ' 언니 해주째요'  아후!!
 
간혹 고백하시는 그 잠깐의' 딴 생각' 이야말로
언냐의 '개성' 이 돋아나는 순간이려니 기 죽지 마시와요.
     
최영자   14-11-12 10:52
    
인영샘!

언니 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가을 의 그리움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역시나~

늘 톡톡튀는 끼와 재치가 부럽습니다.

카톡에서  미경샘과 주고 받는 얘기는 어찌그리 재치있게 잘 받아 넘기는지
저는 그냥 웃고 즐길 따름입니다.
때로는 제가 끼어들어가면 썰렁~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 주위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바이러스를 퍼트리거든요.
그 재능과 끼를 지닌 인영샘을 사랑합니다.
아~ 한가지 빠졌네요. 안젤리나 졸리를 닮은 입술도 탐이 납니다. ㅎ ㅎ ~
박래순   14-11-12 10:55
    
후기를 읽는 마음처럼 즐거운 일도 없지요.
님들의 댓글은 언제나 그렇듯 한 편의 수필이며 시여요----
평소에 읽지 못했던 시를 이 방에서 싫컷 읽게 되고요.
우리 공샘의 애교에는 이미 두 손 들었고, 영자샘의 순발력에도 두 발 들었지요.
반장님 후기 고맙습니다.
     
한지황   14-11-12 21:41
    
저도 동감이어요!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이곳에 들어오는 것이 늘 기대되지요
후기를 올려놓고 문우님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느끼는 설레임도 크고요. 즐겁게 댓글을 다는 모습에
후기를 쓰는 사람으로서 보람도 있어요.
운동을 다녀왔는데 바람은 더 심해져서 무서울 정도였어요.
래순샘을 비롯해서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주에
뵈어요.